[오늘Who] 삼성 이재용 시대 공식 개막, 3가지 과제 해결 나선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전자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3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친인 고 이건희 회장에 이어 3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뉴삼성’의 막이 열렸다.

이재용 회장은 “선대의 업적과 유산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게 제 소명”이라며 삼성의 새로운 도약을 강조했는데 이를 위해 세 가지 핵심 과제를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의 첫 번째 과제, 시스템반도체 1등

27일 공식 취임한 이재용 회장이 당면한 과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삼성전자의 체질을 개선해 시스템반도체 1등 달성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는 일이 꼽힌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기업 삼성전자의 입지는 반도체에서 비롯됐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1983년 ‘도쿄 선언’을 통해 반도체 사업진출 계획을 발표했고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서 반도체사업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미국과 일본이 메모리반도체 사업을 장악하고 있었는데 40년이 지난 현재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압도적인 1위는 삼성전자다.

이재용 회장은 올해 8월 특별사면된 뒤 첫 행보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기공식에 참석했는데 이날 ‘도쿄 선언’의 일부 글귀가 공개되기도 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1등 신화를 이룬 상징적인 곳에서 반도체 사업의 재도약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재용 회장의 취임과 함께 발표된 2022년 3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실적은 암울했다. IT 수요 감소에 따른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영업이익이 2021년 3분기와 비교해 31.39%나 감소했다.

이처럼 메모리반도체 산업이 경기에 매우 민감하다는 점은 삼성전자의 실적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 회장은 2019년 메모리반도체 1등에 이어 시스템반도체에서도 2030년까지 세계 1등에 오르겠다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에만 171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더해 최근 새로운 투자계획도 발표해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투자 규모는 총 2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스템반도체시장은 메모리와 달리 상대적으로 경기에 덜 민감한 데다 성장성은 더 부각되고 있다. 시장 규모도 2021년 기준 메모리반도체 시장보다 2.6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전자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그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 가운데에서도 삼성전자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대만 TSMC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데다 미국 인텔도 진출을 선언하면서 과거 메모리반도체업계의 ‘치킨게임’ 못지 않은 생존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 반도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가열되면서 삼성전자는 국제정세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미국 경제전문지인 블룸버그는 “삼성전자가 공급망 위기와 지정학적 긴장감이 높아진 시기에 이재용 회장 취임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등 신사업 개척

이재용 회장은 이제 새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대규모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며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삼성전자의 정체된 현실을 인정했다.
 
[오늘Who] 삼성 이재용 시대 공식 개막, 3가지 과제 해결 나선다

▲ 하만의 디지털 콕핏. <하만>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2016년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한 뒤 대형 인수합병(M&A)에서 손을 놓고 있다.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로 경영활동에 제한을 받으면서 현금성자산만 120조 원 이상을 쌓아두고도 아무런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삼성전자의 현금성자산은 글로벌 기업 가운데서도 최상위권에 속한다. 세계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은 1955억 달러(약 234조4045억 원), 알파벳(구글)은 1355억 달러(약 162조4645억 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현금성자산은 그 다음 수준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회장은 하만을 중심으로 전장 사업을 본격적으로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6월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자리에서 이 회장은 “헝가리 배터리 공장도 갔고 고객사인 BMW와 전장회사인 하만 카돈도 방문했다”며 “자동차업계의 변화와 급변하는 상황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유럽 자동차업계를 살펴본 것은 결국 전장 사업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되고 있다.

전장 외에 인공지능, 로봇 등에서도 인수합병 등을 통한 사업 확대가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DX부문 로봇사업팀 경력사원을 대거 채용했는데 그 규모가 석·박사만 100여 명을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웨어러블 주행보조 로봇 ‘젬스(GEMS)’를 상용화하기 위한 채용이었는데 삼성전자는 현재 젬스 출시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로봇은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LG전자, 현대자동차 등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분야다.

따라서 인재나 기술 확보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 단숨에 로봇 관련 인재와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 회장은 인수합병을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로봇사업이 삼성전자의 신성장 발굴의 일환임은 분명하다”며 “로봇사업에서 과거 삼성이 바이오 사업에 했던 것과 같은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 삼성 지배구조 개편

새로 출범한 ‘이재용의 삼성’이 ‘이건희의 삼성’과 달라지기 위해서는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낼 필요성이 크다.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이재용 회장 등 삼성 오너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기타계열사’로 이뤄져 있다.
 
[오늘Who] 삼성 이재용 시대 공식 개막, 3가지 과제 해결 나선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무노조경영 방침 철회, 경영권승계 단절, 지배구조 개편 등을 통해 이건희 시대의 삼성과 차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과 삼성 오너일가가 삼성물산 지분 31.31%(이 회장 지분 17.97%)를 가지고 이를 통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형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지배구조는 총수 일가가 지분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등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대국민사과를 통해 삼성의 경영권을 더 이상 자식에게 승계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등 구시대적 관습을 타파하겠다고 밝힌 만큼 삼성의 지배구조가 지닌 문제점도 서둘러 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이미 삼성그룹의 무노조경영 방침도 철회하면서 이건희 시대의 삼성과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지금의 삼성 지배구조는 야당이 추진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돼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더 이상 보유할 수 없게 된다면 이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을 기존 ‘취득원가’가 아닌 ‘시장가격’ 기준으로 총 자산의 3%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보험사의 투자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인데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현재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지분율 8.51%) 대부분을 처분해야 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3곳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지배구조 연구용역을 맡겼는데 최종 보고서가 아직 공개되지는 않았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삼성물산을 지주회사로 만드는 방안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재용 회장 등 삼성 오너일가→삼성물산→삼성전자, 삼성생명으로 이어지는 단순화된 지배구조 체제로 변화하는 것이다.

다만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수십조 원에 이르는 자금이 필요한데 이를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당분간 현재의 지배구조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당분간 현 상태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보험업법 개정, 금산분리 완화 등의 움직임과 맞물려 삼성물산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존재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