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최근 석유화학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에틸렌 스프레드’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플라스틱의 원료인 에틸렌과, 에틸렌의 원료인 나프타의 가격 차이를 말한다.

롯데케미칼이나 LG화학 등 우리나라 석유화학업체들은 나프타를 열분해(NCC)해 나오는 여러 가지 원료들을 판매해 돈을 버는데, 나프타를 열분해할 때 에틸렌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이 에틸렌 스프레드는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지표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 가격 정보에 따르면 14일 기준 에틸렌 스프레드는 톤당 134달러 정도다. 석유화학업계에서는 에틸렌 스프레드의 손익분기점을 톤당 300달러 정도로 보는데 이를 한참 밑돌고 있는 것이다.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에틸렌의 생산량이 세계적으로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석유화학업체들의 최대 시장인 중국의 에틸렌 자급률이 굉장히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에틸렌은 ‘석유화학의 쌀’이라고 불릴 정도로 석유화학 밸류체인에서 중요한 원료다. 플라스틱, 합성섬유, 합성고무 등 다양한 화학제품을 만드는 데 쓰이는 중간재가 바로 에틸렌이기 때문이다 .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라는 별칭처럼 수많은 소비재를 찍어내는 나라다. 당연히 에틸렌 소비량도 많을 수밖에 없다. 

지난 수십년 동안 중국은 우리나라 석유화학 업체들에게 가장 중요한 에틸렌 판매처였다. 중국의 에틸렌 자급률이 높아지는 것은 우리나라 석유화학업체들의 성장방정식 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는 일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2022년 에틸렌 생산량은 2021년보다 17.6% 증가한 469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자급률은 약 112%다. 

가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바로 롯데케미칼이다. 경쟁사인 LG화학이나 한화솔루션 등은 일찍부터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서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롯데케미칼은 ‘한 발 늦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2021년 2월 친환경 에너지 관련 사업 목표를 공개했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은 2021년 신년사에서 “새로운 사업기회의 모색이 필요하다”고 신사업 발굴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경쟁사인 LG화학이 이미 배터리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고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을 결정한게 2020년 9월이라는 것을 살피면 늦었다는 평가가 이상하지 않은 셈이다. 

롯데케미칼은 수직계열화, 사업다각화, 시장 다변화 등을 통해 난관을 헤쳐나가려고 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한 롯데그룹 화학군은 양극재용 양극박(롯데알미늄), 음극재용 동박(솔루스첨단소재 지분투자), 분리막용 고순도 폴리에틸렌, 전해액용 유기용매 사업 등의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다른 기반의 전해액을 사용하는 바나듐이온 배터리를 통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배터리 소재인 리튬메탈 음극재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시작이 늦었던 만큼 현재 기준으로는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2022년 반기보고서를 보면 롯데케미칼은 올해 상반기에 기초소재사업부가 8조975억 원, 첨단소재사업부가 3조1660억 원을 냈으며 신사업으로 올린 매출은 눈에 띄지 않는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은 2030 비전 달성을 위한 성장전략으로 범용 석유화학, 고부가 스페셜티(특화제품) 사업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그린 사업 확장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편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