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라피더스가 삼성전자와 TSMC를 뒤따라 2나노 반도체 양산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투자 비용과 고객사 수주 가능성, 기술적 어려움 등은 걸림돌로 남았다. 일본 라피더스의 2나노 반도체 시험생산 설비. <라피더스>
그러나 라피더스의 심각한 자금난과 사업 경험 부족, 고객사 수주 난이도 등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는 여전히 실현 가능성을 파악하기 어려운 과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BBC는 24일 코이케 아츠요시 라피더스 CEO의 말을 인용해 “라피더스는 전 세계에서 전례 없는 속도로 2나노 반도체 시제품 생산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라피더스는 일본 정부와 소니, 소프트뱅크, 토요타 등 현지 기업의 자본을 바탕으로 설립된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이다.
미국 IBM과 기술 협력으로 2027년까지 2나노 반도체 대량생산을 시작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BBC는 일본 정부가 현재까지 라피더스에 투자한 금액만 120억 달러(약 17조7천억 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대부분은 홋카이도 반도체 공장 건설에 활용된다.
2나노 반도체는 파운드리 선두 기업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가 연내 상용화해 내년 중 본격 생산을 앞두고 있는 기술이다.
신생 기업인 라피더스가 이들과 기술 격차를 1년 내외로 따라잡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는 셈이다.
코이케 CEO는 라피더스가 IBM과 기술 파트너십을 통해 혁신을 이뤄낼 수 있었다며 첨단 반도체 생산에는 이처럼 글로벌 차원의 협력이 필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BBC는 라피더스가 계획대로 2027년까지 2나노 반도체 양산체계를 갖춰낼 수 있을지 분명하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회의적 여론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TSMC가 크게 앞서나간 첨단 파운드리 시장에서 라피더스가 경쟁력을 갖추기 충분한 반도체 품질 및 수율을 확보하는 일이 핵심 과제로 꼽혔다.
BBC는 “TSMC가 눈부신 성과를 거둔 첨단 반도체 양산 분야는 기술적으로 진입 장벽이 놓고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는 사업”이라고 전했다.
라피더스가 실제로 2나노 반도체 양산을 시작하려면 모두 5조 엔(약 47조 원) 규모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의 보고서가 근거로 제시됐다.
▲ 라피더스의 2나노 반도체 샘플 홍보용 사진.
BBC는 삼성전자와 TSMC가 글로벌 고객사들과 오랜 기간에 걸쳐 긴밀한 관계를 구축한 만큼 라피더스가 신규 수주 물량을 확보하는 일도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의 자금 지원이 계속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경제 성장 둔화로 예산 부담이 커지며 반도체와 같은 첨단 산업에 들일 자금이 부족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에 반도체 엔지니어가 부족하다는 점도 과제로 남아 있다. BBC는 앞으로 수 년 동안 약 4만 명의 인력 수요가 충족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BBC는 라피더스가 인력 양성을 위해 홋카이도 대학 등과 협력하고 있지만 해외 인력에 상당 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다만 일본 내 여론이 해외 근로자 유입에 부정적이라는 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코이케 CEO는 BBC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일본에서 새로운 가치가 있는 강력한 반도체 제품을 공급하고자 한다”는 포부를 전했다.
BBC는 라피더스가 실제로 일본 내 첨단 반도체 공급 체계를 구축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일본 정부가 이를 위해 앞으로 수조 엔에 이를 수 있는 라피더스의 반도체 공장 투자 비용과 한동안 적자가 유력한 사업 운영비를 지원해줄 여력이 있는지는 미지수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최근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재건을 위해 직접 지분 투자에 나서는 등 방식으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도 뒤를 따를 가능성이 있다.
일본 정부는 이미 라피더스에 1조 엔 이상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그러나 라피더스가 기술적 한계와 고객사 수주 어려움을 모두 극복하고 실제로 2027년 2나노 반도체 양산 목표를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분명하지 않다.
BBC는 “일본 정부 입장에서 라피더스는 큰 도박과 같다”며 “반도체 공급망 구축은 국가 안보에 중요하지만 그만큼 쉽지 않은 추진과제”라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