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그룹 건설계열사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차 인도법인 기업공개(IPO)와 함께 수주 확대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차그룹이 10년 동안 최소 4조 원 이상의 인도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건설계열사인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해외 수주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4일 현대차 안팎에 따르면 15~17일 일반청약을 시작으로 22일로 예정된 현대차 인도법인의 인도 증시 상장이 다가오면서 그룹 건설계열사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그룹사 일감 확보에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가 세계 3위 자동차시장인 인도를 글로벌 수출 허브로 점찍고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선 만큼 현대차그룹의 그룹사 공사를 진행하는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추가 수주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인도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인 이번 IPO를 거쳐 4조 원이 훌쩍 넘는 가까운 실탄을 손에 쥘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인도법인 IPO는 신주 발행 없이 현대차 본사가 보유한 인도법인 지분 100% 가운데 17.5%(1억4219만4700주)의 구주매출 방식으로 이뤄진다.
현대차 인도법인의 IPO 공모가는 주당 1865루피(약 2만9970원)~1960루피(약 3만1480원)로 책정됐다. 4조4천억 원에 가까운 자금조달이 가능한 규모다.
특히 올해 하반기 인도에서 첫 현지생산 전기차(SUV모델) 출시를 앞둔 현대차는 이번 IPO를 기점으로 인도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한 전동화 전략을 본격화한다.
그동안 현대차의 전기차 전환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해 온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수혜가 기대되는 지점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2월부터 현대차그룹과 SK온의 북미 배터리 합작법인인 HSAGP에너지의 미국 배터리공장 건설(8억9600만 달러)에 참여하고 있다.
이어 7월부터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조성될 현대차의 CKD 자동차 반조립공장 공사(2억4800만 달러)도 수행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보다 더 많은 현대차의 전기차 관련 설비 구축에 참여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차의 미국 첫 전기차 전용공장인 HMGMA(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신축공사(약 1조7500억 원)를 비롯해 HSAGP에너지의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셀공장 건설(약 2조7천억 원) 등 대규모 공사를 담당하고 있다.
이 밖에도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배터리 합작법인인 HL-GA배터리의 미국 배터리공장 건설(약 1조2400억 원), 미국 HMGMA 모비스공장 신축공사(약 8400억 원), 현대차 싱가포르 스마트팩토리 신축공사(약 3300억 원), 현대차 울산 전기차 신공장건설 및 부대공사(약 9900억 원) 등을 진행한다.
인도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의 3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소 5억 달러(약 6800억 원)를 투자해 3년 안에 전기차를 생산하는 업체에 올해부터 최대 100%인 수입 전기차 관세를 15%까지 크게 인하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현대차는 전동화 전략을 중심으로 4조 원 대의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지난해 5월 첸나이 공장이 위치한 타밀나두주와 10년 동안 2천억 루피(약 3조25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하는 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을 바탕으로 현대차 인도법인은 타밀나두주에 연산 17만8천 개 규모의 배터리팩 조립공장 및 100여 곳의 전기차 충전소 등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어 올해 1월에는 타밀나두주와 618억 루피(약 9800억 원)의 추가 협약을 체결하며 투자 규모를 4조 원 이상으로 높여 잡았다. 이 협약을 통해 9500억 원가량이 전기차 충전소 구축에 더 투입된다.
현대차는 8월 인베스터데이에서 인도와 관련해 “IPO와 연계해 첸나이 공장 합리화에 8천억 원가량을 투자했다”며 “유입 현금 활용 계획은 IPO가 마무리된 뒤 구체적으로 소통하겠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1996년 인도법인을 설립한 뒤 1998년 인도 남부 첸나이에 제1공장, 2008년 제2공장을 지으며 인도 현지화 전략을 추진했다. 두 공장에서는 연간 82만 대의 차량을 생산할 수 있다.
현대차는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기준 인도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마루티스즈키에 이어 2위인 14.3%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기아(6%)와 합치면 시장점유율은 20%를 웃돈다.
이어 지난해에는 마하라슈트라의 푸네 탈레가온 공장을 미국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인수한 뒤 현재 스마트 제조 시스템을 적용해 20만 대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
연산 34만 대 규모의 기아 아난타푸르 공장도 추가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이 연 43만 대까지 늘어나면 현대차그룹의 인도 현지 생산능력은 모두 150만 대까지 늘어나게 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8월에 이어 올해 4월 재차 인도를 방문해 시장공략을 위한 의지를 나타냈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4월23일(현지시각) 현대차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인도권역 현지 직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정 회장은 4월 인도권역 직원들과 타운홀 미팅에서 “인도권역은 현대차그룹의 성장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권역 가운데 하나로 수많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꾸준히 좋은 성과를 창출했다”며 “인도를 글로벌 수출 허브로 육성하고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그룹사 일감은 전통적 해외수주 강자인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실적에 순풍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역대 해외수주 누적 1천억 달러를 유일하게 넘어선 현대건설(1458억 달러)은 지난해에도 신규수주 69억4200만 달러(약 9조2800억 원)를 기록하며 건설업계 2위 자리에 올랐다.
올해 현대건설은 해외 신규수주가 둔화한 가운데 그룹사 물량이 버팀목이 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9월까지 그룹사 공사 계약 2건(HSAGP에너지 미국 배터리공장, 현대차의 사우디 반조립공장) 등이 해외수주의 전부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1~3분기 누적 41억1300만 달러(약 5조5800억 원)의 해외 신규수주를 기록하며 건설업계에서 2위에 올라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HSAGP에너지 현대차 미국 배터리공장 증액분(3억4천만 달러) 등 그룹사 물량 이외에도 사우디 아미랄 석유화학플랜트 패키지1(25억4천만 달러), 인도네시아 KT&G 생산공장 신축공사(1억6600만 달러) 등을 새로 수주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