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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포드 ‘쓴맛’ 본 미국 전기 픽업트럭에 현대차 도전장 내나, 시장 환경은 '먹구름'

이근호 기자 leegh@businesspost.co.kr 2024-08-21 15:2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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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포드 ‘쓴맛’ 본 미국 전기 픽업트럭에 현대차 도전장 내나, 시장 환경은 '먹구름'
▲ 기아의 첫 픽업트럭 타스만에 위장막을 입힌 홍보용 이미지. 기아는 2025년 상반기 한국을 시작으로 호주와 아프리카 및 중동 지역에 차례대로 타스만 출시를 목표한다. <현대차그룹>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시장에서 전기 픽업트럭으로 도전을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지만 성공을 장담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테슬라와 포드가 이미 미국 시장에서 전기 픽업트럭을 내놓았다가 낮은 수익성과 판매 부진으로 ‘쓴맛’을 본 데다 수요 자체가 중소형차 전기차로 옮겨가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 이런 관측의 근거로 꼽힌다.

20일(현지시각) CNBC는 자동차 전문 신용평가업체 S&P글로벌모빌리티 관계자의 분석을 인용해 “미국 전기 픽업트럭 시장은 이제 막 개화한 초기 단계”라고 보도했다. 

조사기관 모터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상반기 미국 전기 픽업트럭 시장 규모는 3만8500대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 전체 픽업트럭 판매량인 100만 대 이상과 비교해 4%를 밑도는 비중에 머문다. 

이에 주요 자동차업체들 사이에선 전기 픽업트럭의 성장 가능성을 주목해 이 시장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CNBC 보도에 따르면 GM 아래 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SUV) 중심 브랜드인 GMC도 진출 기회를 엿보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에서 나오는 말을 종합하면 현대차그룹도 미국 전기 픽업트럭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그룹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를 개발하고 있는데 이 기술을 픽업트럭에 접목해 미국 시장에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REV는 200~300㎞ 정도 일반 주행에는 전기 배터리로 구동한 뒤 그 이상 장거리를 달릴 때는 엔진으로 발전기를 돌려 배터리를 충전해 주행거리를 늘리는 방식이다. 

자동차업체들에게 미국 픽업트럭 시장은 매력적인 분야로 꼽힌다. 일단 판매량에서부터 다른 종류의 차량들을 압도한다. 

시장 조사업체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2023년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모두를 합한 미국 전체 차종별 판매 순위에서 1~3위 모두 픽업트럭이 차지했다. 

이들 세 픽업트럭 한 해 판매량을 합하면 170만 대를 넘는다. 전기차로 전환되는 추세에서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의 전기 픽업트럭 시장에 눈독을 들일 이유는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테슬라 포드 ‘쓴맛’ 본 미국 전기 픽업트럭에 현대차 도전장 내나, 시장 환경은 '먹구름'
▲ 한 사람이 7월2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에 위치한 딜러샵에 주차된 테슬라 사이버트럭 후면 적재공간에 짐을 싣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앞서 미국 시장에 전기 픽업트럭을 선보였던 포드와 테슬라 모두 수요 확보와 수익성 문제로 사실상 고배를 마신 점은 현대차와 기아의 향후 행보를 불안하게 보도록 만드는 요소로 꼽힌다. 

포드는 야심작이었던 F-150 라이트닝을 전기차 전환 전략에서 핵심 모델로 앞세웠지만 판매 부진으로 생산을 늘리려던 사업 전략을 선회했다. 라이트닝 전기 픽업트럭은 올해 상반기 판매량이 단 1만5645대에 그쳤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도 올해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대형 전기 픽업트럭 대신 중저가의 소형 전기차를 소비자에 제공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 이유로 전기 픽업트럭의 수익성이 오히려 중소형 전기차를 밑돈다는 점을 들었다. 

F-150 라이트닝은 지난해 수요도 애초 목표에 크게 못 미쳐 포드 전체의 영업적자를 키웠던 주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기 픽업트럭은 배터리 용량이 커지는 만큼 제조 원가도 따라 상승해 상대적으로 소비자 외면을 받을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서도 세액공제 대상 차량 가격에 상한선을 두고 있어 전기 픽업트럭은 정부로부터 보조금 혜택을 받기 어렵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포드는 F-150 라이트닝 수요 약세를 이기지 못하고 미시간주 루즈(rouge) 전기차 센터에서 일하던 노동자 700여 명을 올해 4월부터 내연기관차 조립 공장으로 전환 배치하기도 했다.   

테슬라도 최근 사이버트럭 판매에서 가격이 낮은 일부 모델 판매를 완전히 중단하며 전기 픽업트럭으로 수익성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미국 시장이 안방인 포드와 테슬라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어 현대차그룹이 전기 픽업트럭으로 수익성을 갖추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 증가세가 전반적으로 둔화한 데다 픽업트럭의 선호도 자체가 낮아지고 있다는 문제도 있다.

경제전문매체 쿼츠에 따르면 미국에서 올해 1~3월 픽업트럭 전체 판매량은 작년보다 4% 가량 줄었다. 반대로 같은 기간 소형 및 소형 크로스오버 차량 판매는 25% 가량 증가했다. 

소비자 수요가 중소형차 위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픽업트럭 가격이 원체 비싼 데다 고금리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다 보니 구매 유인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수익성 외에 다른 요인도 전기 픽업트럭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지목된다.

경제전문매체 와이어드의 14일자 보도에 따르면 전기 픽업트럭은 충전 인프라가 충분치 않은 미국의 도로 사정 때문에 소비자에 외면을 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 픽업트럭 시장 진출에 놓인 여러 부정적 환경을 고려하면 실제 진출을 강행할 지 여부도 불확실하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성공한다면 경쟁사들이 관련 사업을 사실상 축소하는 상황에서 미국 시장 상위권에 오를 잠재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전체 전기차 시장에서 올 상반기 테슬라에 이어 점유율 2위로 올랐던 상황을 전기 픽업트럭에서도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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