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세계 전기차와 배터리 제조사들이 수요 침체에 따라 전기차용 합작공장 건설 투자의 속도 조절에 나선 가운데 올해 공격적 해외 설비투자에 나서겠다고 밝힌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가 예정대로 해외 투자를 밀어붙일지 관심이 쏠린다.

최 대표는 올해 초 적극적 해외 투자를 선언하고 미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생산시설 증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캐즘)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변수가 되고 있다.
 
캐즘 장기화에 K배터리 투자 숨고르기, ‘투자확대’ 선언한 삼성SDI 최윤호 선택 주목

▲ 올해 초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한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전기차 수요성장 둔화 장기화에 따라 투자기조를 선회할 지 관심이 모인다.


23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주요 고객사들의 하반기 전기차 출하량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매출 비중을 보면 BMW, 아우디, 리비안 등 주로 프리미엄 전기차 모델에서 약 70~80%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최근 유럽 주요 국가의 보조금 지원 중단으로 BMW와 아우디의 판매량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

앞서 최 대표는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이르면 2025년을 기점으로 전기차 시황은 반등 후, 장기적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합작법인을 확대할 예정이고, 단독 공장도 준비할 것”이라고 말하며 공격적 투자를 예고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SDI의 올해 설비투자(CAPEX)는 전년 대비 50% 가량 늘어난 최대 6조5천억 원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역대 최대 설비투자액이다. 

하지만 고객사의 판매량 둔화에 따라 삼성SDI 투자 계획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현재 GM과 합작법인을 통해 미국에 연간 생산능력 30GWh 규모의 생산공장을 2026년 완공을 목표로 건립하고 있다. 

또 스텔란티스와의 미 합작법인은 생산능력 연간 33GWh 규모의 1공장을 2025년 1분기 가동할 예정이다. 이어 2027년 가동을 목표로 2조6천억 원을 들여 34GWh 규모의 2공장을 건립 중이다. 

그러나 배터리 합작 파트너사인 GM이 2024년 연간 목표 생산량을 기존 20만~30만 대에서 20만~25만 대로 낮춰잡았다. 내년 전기차 생산량도 축소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단절) 장기화에 따라 숨고르기에 들어가면서 GM과 배터리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 3공장 건립을 일시 중단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삼성SDI와 GM의 합작 법인의 생산공장 건립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의 생산공장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SDI가 국내 다른 배터리 제조사보다 그동안 설비투자 규모를 크게 늘리지 않은 만큼, 예정된 투자기조를 유지하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캐즘 장기화에 K배터리 투자 숨고르기, ‘투자확대’ 선언한 삼성SDI 최윤호 선택 주목

▲ 삼성SDI와 스텔란티스의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가 미국 인디애나 코코모에서 건립 중인 2공장의 모습. 이 공장은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타플러스에너지>


삼성SDI는 현재 북미에서 건립 중인 3곳의 생산설비가 완공되면 북미 지역에서 연간 97GWh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는 전기차 약 150만대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삼성SDI의 최근 3년간 시설투자 규모를 보면 2021년 2조1802억 원, 2022년 2조5181억 원, 2023년 4조3447억 원이다. 해마다 투자 금액이 늘어났지만 법인세, 이자비용, 감가상각 적용 전 영업이익(EBITDA)을 따져보면 지난해까진 보수적 투자기조를 유지한 셈이다. 

한편 SK온은 포드와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통해 증설을 추진 중으로 2025년 말에는 연간 175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북미지역 투자를 모두 마치면 연간 약 323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업체들은 설비투자에 앞서 나가는 동안 삼성SDI는 연구개발 분야 투자에 주력했다”며 “시장 상황에 맞춰 캐즘 장기화에도 예정된 설비증설 계획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