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미국·유럽 규제'에 인도네시아 향한다, LG엔솔 현대차 영향 촉각

▲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인도네시아 진출에 속도를 내며 해외 경쟁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자동차그룹이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해 건설한 인도네시아 배터리셀 공장 'HLI그린파워' 전경.

[비즈니스포스트]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규제 강화로 해외 수출에 불확실성이 커진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시장 공략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네시아는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주요 생산거점 및 소비시장으로 기대를 걸고 있는 지역인 만큼 중국 경쟁사들의 공세 강화는 불안 요소로 꼽힌다.

일본 닛케이아시아는 8일 논평에서 “인도네시아의 전기차 산업 육성 정책이 지정학적 변수에 ‘역풍’을 맞고 있다”며 “성과를 거두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전기차와 배터리 등 친환경차 관련 산업을 국가 차원의 새 성장동력으로 키워내겠다는 목표를 두고 수 년 전부터 글로벌 기업의 투자 확대를 적극적으로 유치해 왔다.

최근 배터리셀 양산을 시작한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인도네시아 배터리 공장이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현대차는 현지 공장에서 코나 일렉트릭을 비롯한 전기차도 생산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장기간 추진해 온 테슬라의 기가팩토리 건설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돼 왔다.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사들은 인도네시아가 중국과 유럽, 미국을 잇는 4위 자동차 시장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아직 전기차 보급률이 낮아 성장 잠재력도 큰 것으로 여겨진다.

인건비가 비교적 저렴하고 니켈과 같은 배터리 핵심 소재 생산량이 많다는 점도 인도네시아 공장 설립이 원가 절감 및 공급망 강화에 유리한 이유로 지목된다.

그러나 닛케이아시아는 최근 미국과 유럽의 규제 강화로 새로운 수출 시장을 찾고 있는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인도네시아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커졌다고 바라봤다.

미국 정부는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하는 수입관세율을 100% 수준으로 높였고 유럽연합 역시 중국에서 수입되는 전기차에 최고 47.6%에 이르는 추가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중국 내수시장을 넘어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던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자연히 미국과 유럽을 제외하면 가장 규모가 큰 인도네시아 시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닛케이아시아는 “중국 기업들은 높은 관세장벽을 피할 수 있는 지역에서 수출 기회를 찾을 것”이라며 인도네시아를 향한 중국의 전기차 물량 공세가 본격화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국 기업들도 인도네시아에 생산 투자를 활발하게 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도 이어졌다. 현대차와 LG엔솔 등의 뒤를 따를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로서도 자국 내 전기차 산업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었던 만큼 중국 기업들의 시장 진출과 현지 투자로 정책 성과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중국 전기차 '미국·유럽 규제'에 인도네시아 향한다, LG엔솔 현대차 영향 촉각

▲ 중국 BYD 전기차 '돌핀' 참고용 이미지.

그러나 닛케이아시아는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진입이 인도네시아에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중국 기업들이 현지 전기차 산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다른 국가 기업들을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밀어내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닛케이아시아는 인도네이사 정부가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의 진출 확대를 받아들인다면 미국과 외교 및 무역관계 측면에서 불이익을 받을 여지도 있다고 바라봤다.

미국 정부는 최근 일부 동남아 국가에서 수입되는 태양광 패널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등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다. 중국 기업이 해당 지역에서 생산하는 물량을 미국에 수출하는 일을 규제하기 위한 조치다.

닛케이아시아는 인도네시아에 위치한 전기차 기업들도 이와 유사한 결과에 직면할 수 있다며 관련 기업들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주로 동남아 국가에 수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따라서 현대차나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의 무역규제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인도네시아 진출에 속도가 붙는 것은 한국 기업들이 동남아 전기차 시장을 공략할 기회가 줄어들 수 있는 불안요소에 해당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인도네시아 공장 준공식에서 중국 경쟁사에 관련한 질문을 받자 최고의 품질과 성능, 기술로 소비자들에 인정받겠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다만 BYD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이 이미 동남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넓히고 있는 만큼 인도네시아 진출이 본격화되면 경쟁 환경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닛케이아시아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여러 외교적 측면을 주의 깊게 고려한 정책을 통해 불확실성 해소에 힘써야 할 것"이라며 “전기차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충분하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험난하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