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테슬라 주가가 급등하며 국내 2차전지주 주가 회복 기대감이 일고 있다.

국내 2차전지주는 전기차 캐즘(Chasm, 일시적 수요둔화)에 이익 눈높이가 내려와 올해 들어 주가가 크게 부진했다. 증권업계에서는 2차전지업황이 이내 바닥을 찍을 것이라는 낙관론과 함께 테슬라 주가 상승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교차하고 있다. 
 
다시 부는 테슬라 열풍에 2차전지주 투심 '들썩', 증권가 '낙관' '신중' 엇갈려

▲ 테슬라 주가가 8거래일 연속 오르자 국내 2차전지 업종에도 온기가 퍼질지 주목된다. 사진은 테슬라 모델3. <테슬라코리아>


8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테슬라 주가는 직전 거래일(5일) 251.52달러로 거래를 마치며 8거래일 연속 올랐다. 이 기간 상승률은 37.8%에 이른다.

테슬라는 주가 상승에 힘입어 국내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보유한 종목 1위를 되찾아 오기도 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2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테슬라 주식 보관금액(보유주식 평가액)은 146억6985만 달러로 엔비디아 134억2247억 원보다 12억4738만 달러가량 더 많다. 

테슬라는 최근 2분기 글로벌 인도량 회복, 에너지저장장치(ESS)사업 확대, 중국시장 완전자율주행(FSD) 기대감 등이 주가 상승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테슬라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국내 2차전지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바닥을 찍고 오를 수 있을지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내 2차전지주는 전기차 일시적 수요 둔화에 이익 추정치가 내려오며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2023년 하반기에 이어 2024년 상반기 전기차 및 배터리기업들이 예상을 밑도는 출하량과 재고증가를 보였기 때문이다.  

올해 초와 비교해 2차전지 가치사슬(밸류체인) 주가를 살펴보면 배터리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은 16.4%, 삼성SDI는 19.1%, SK이노베이션은 19.8% 하락했다.

소재업체들의 하락률은 더욱 컸다. 에코프로비엠은 34.0%, 포스큐퓨처엠은 25.8%, 엘앤에프는 27.4%, 천보는 30.0%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7.8% 정도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하락폭이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테슬라는 글로벌 주요 전기차업체로 국내 2차전지업체들도 다수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더군다나 테슬라는 글로벌 증시에서 전기차 대표주로 여겨지며 국내 2차전지주 역시 그동안 테슬라 주가 흐름에 따라 투자심리가 영향을 받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들어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2차전지업황이 되살아날 조짐이 보이며 주가가 회복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4년 하반기 2차전지업계는 제2차 상승 사이클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단계에 돌입했다”며 “2차전지 업황의 핵심인 리튬과 니켈가격 바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운영하는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를 보면 니켈 가격은 올해 초 톤당 1만6천 달러 안팎에서 꾸준히 올라 5월 2만 달러를 넘기도 했다. 7월에는 1만7천 달러 정도에서 횡보하고 있다. 

또한 리튬 가격도 올해 1월 87.5RMB(위안화)/kg에서 5월 110.RMB/kg까지 상승했다가 7월 87.5RMB/kg에 거래되고 있다. 

이에 주가 하락폭이 컸던 소재기업 가운데 특히 양극재 기업들의 평균판매가격(ASP)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국내 양극재 생산기업들의 평균판매가격은 3분기에 직전분기보다 6%, 4분기에는 12%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더욱이 월간 배터리 출하량 및 수출량이 지난 2월 최저점을 보인 뒤 반등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월 제너럴모터스(GM) 에퀴녹스(Euinox) 저가형 전기차가 출시됐고 기아 EV3 등 국내외 저가형 전기차 출시가 다수 예정돼 있어 전기차 수요가 올라올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최근 1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인도네시아 HLI그린파워(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법인) 공장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 점도 2차전지 소재기업에게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테슬라 주가 상승과 국내 2차전지 주가는 관련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테슬라 주가 흐름 자체에 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주가 변동 원인이 한국 배터리 관련 기업에게 주는 함의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부는 테슬라 열풍에 2차전지주 투심 '들썩', 증권가 '낙관' '신중' 엇갈려

▲ 사진은 (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이 현지시각으로 3일 HLI그린파워 배터리셀 공장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현대차그룹>


지난해부터 국내 2차전지업체 주가가 테슬라와 함께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은 다르다는 것이다. 

이번 테슬라 주가 상승은 상당부분 에너지저장장치 설치량의 깜짝 증가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테슬라는 2분기 에너지저장장치 설치량이 9.4GWh를 기록했다고 현지시각으로 2일 밝혔다. 2개 분기만에 지난해 연간 설치량의 91%에 해당하는 규모다. 

테슬라 에너지저장장치는 중국 리튬인산철(LFP)을 활용해 국내 배터리업체 수혜와 거리가 멀 수 있다.

반면 2분기 테슬라 전기차 판매대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5% 빠진 44만3959대를 기록했다. 또한 미국 순수전기차 판매량은 9만7천 대가량으로 전년보다 6% 줄기도 했다. 

김 연구원은 전기차 판매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에도 보수적으로 접근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과 포스코퓨처엠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GM 판매량이 저조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GM의 6월 전기차 판매량은 8천 대 수준으로 전월보다 6% 줄었고 올해 목표 20만 대를 채우려면 월 평균 2만7천 대 이상을 팔아야 한다”며 “테슬라의 주가 상승 원인은 ESS로 한국 배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2차전지 관련 기업의 주가 상승 동력은 약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바라봤다. 

한편 테슬라 주가를 놓고도 지금의 상승세를 한동안 이어갈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이날 “헤지펀드들이 테슬라 숏(매도)베팅에 나서 주가 랠리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다”며 “자산관리 및 금융 플랫폼 헤이젤트리(Hazeltree)가 추적하는 500개 이상 헤지펀드 가운데 18%가 6월 말 기준 테슬라에 대해 숏(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고 이는 1년여 만에 가장 높은 비율이다”고 보도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