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3월24일 중국 헤이룽장성 지시(Jixi) 시에 위치한 흑연 생산 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흑연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은 데다 한정된 비 중국산 물량을 가지고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경쟁해야 하다 보니 IRA 세액공제 요건을 갖추기가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9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는 배터리 업계 전문가들 의견을 인용해 “중국 외 국가의 업체가 2027년까지 중국의 흑연 공급망을 대체하기 힘들다”고 보도했다.
미 재무부는 최근 전기차 배터리에 중국산 흑연이 들어간 배터리를 쓰면 IRA에 따른 세액공제를 제한하는 시점을 기존 2025년에서 2027년으로 2년 늦췄다.
중국산 흑연이 공급망의 90% 이상을 차지해 이를 대체하기 위한 시간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기업들의 요청을 반영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그리고 삼성SDI 등 K배터리 3사도 미 당국에 유예 의견을 전한 적이 있다.
연기 결정이 내려졌을 당시에는 배터리 기업들이 중국 흑연 공급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이러한 전망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진단이 나온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유예 기간이 더 늘어나지 않으면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전기차가 감소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리튬과 니켈 및 코발트 공급망 구축에 집중하고 음극재의 주 원료인 흑연에는 투자가 적어 현재 중국 의존도가 높은 점이 이런 분석의 근거로 제시됐다.
중국 흑연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다른 국가의 흑연 채굴 및 제련 기업들을 견제해 시장에서 아예 밀어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과 일본 및 미국 배터리 기업들로서는 제한된 비 중국산 흑연을 가지고 쟁탈전을 벌여야 하다 보니 공급이 여의치 않은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글로벌 원자재 컨설팅회사 CRU그룹의 샘 애드햄 배터리 전문가는 “중국 외 다른 국가의 흑연 업체들은 기술과 비용 측면 모두 중국에 뒤지는 데다 이들의 제품을 미국은 물론 유럽과 일본 및 한국 배터리 제조사들이 공급받으려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따라서 “IRA 유예기간 2년은 충분하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