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구진 "기후변화에 해양 산성화 빨라져", 학계에선 대멸종 재현 우려도

▲ 지난달 8일(현지시각) 태국 코막 앞바다에서 발생한 해양 폭염에 백화한 산호초.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기후변화에 해양 생태계가 크게 손상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4일(현지시각) 가디언은 스위스 연구진이 내놓은 보고서를 인용해 세계 해양 면적의 20%에 달하는 영역이 산성화, 산소부족, 폭염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연구는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ETH Zurich) 연구진이 세계 해양 데이터를 분석해 국제학술지 'AGU어드밴스'에 등재했다.

조엘 웡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 연구원은 "세계 해양은 기후변화에 극한 상태에 몰리고 있는데 이에 따른 영향은 이미 우리에게도 미치고 있다"며 "향후 해양 생태계 교란, 어획량 감소는 물론 최근 태평양 일대에서 발생한 집단 멸종 사태도 재현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세계 해양 가운데 가장 많은 문제를 겪을 것으로 분석된 지역에는 북태평양과 적도 인근 열대 바다가 포함됐다. 연구진은 해당 지역에서 산성화, 산소부족, 폭염이 겹치는 '극한 상황(extreme event)'이 최대 30일까지 이어지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접한 다른 과학자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안드레아 더튼 미국 위스콘신-매디슨 대학 지질·기후학자는 "이런 극한 상황이 발생하면서 해양 생물들은 살 수 있는 지역이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기후변화가 해양 생태계를 한계를 몰고 가고 있다는 것을 명백하게 드러냈다"고 말했다.

위스콘신-매디슨 대학 분석에 따르면 현재 세계 해양에서 발생하고 있는 산성화와 산소부족 현상은 2억5200만 년 전 페름기 말엽에 발생한 변화와 유사했다. 

페름기 해양 변화는 '페름기-트라이아스기 대절멸'로 이어졌다. 학계에서는 이때 지구상의 생명체 가운데 약 96%가 멸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안드레아 더튼은 "화석에 담긴 기록을 보면 페름기에 발생한 변화와 현재에 유사성이 보인다"며 "지금과 완벽하게 같다고 볼 수는 없지만 환경 변화가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