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1. 검찰은 본질적으로 과거지향적 조직이다. 과거에 지은 죄를 찾아내 벌주는 일을 하니 자연스레 그렇게 된다.

과거의 일은 기억과 기록의 형태로 존재한다. 기억과 기록은 실제 일어났던 일과 종종 달라지기도 한다.
 
[데스크리포트 6월] 윤석열 정부가 소통 안 하는 태생적 이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30일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제22대 국민의힘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승자의 기록인 역사에 그런 일이 많았다. 검찰의 수사기록도 종종 실제와 다르게 적히기도 했다.

군사독재 시절 자행됐던 '인민혁명당' 사건 같은 사법살인뿐 아니라 수많은 억울한 옥살이의 바탕에는 기억과 기록의 왜곡이 있었다.

검찰은 내부지향적 조직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에 영장청구권, 구형권, 형집행권까지 세계 어느 나라 검찰도 가지지 않은 권력을 모두 한 손에 갖고 있으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힘을 가진 자리를 담보해 줄 인사권자 외에 그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다. 당연히 외부의 다양한 이들과 소통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수사 정보 하나만 흘려줘도 언론들이 다 알아서 써주는데 굳이 소통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길 리도 없다. 이러다 보면 남의 잘못에는 엄격하고 자기 잘못에는 관대하게 된다.

#2. 윤석열 정부를 향한 비판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검찰 정권'이라는 말이다. 야당에선 더 나아가 검찰 독재라고도 몰아붙인다.

대통령부터가 검찰총장 출신인 데다 일일이 거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이전 정부와 비교해 각종 요직에 검사 출신이 많아서다. 자연히 윤석열 정부는 검찰조직이 가진 속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과거 탓하는 성향부터가 그렇다.

윤석열 정부는 일이 잘못될 때마다 전 정부 탓을 했다.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서 큰 표 차이로 참혹하게 실패한 것도, 새만금 잼버리 행사가 참사에 가깝게 마무리된 것도 전 정부 탓을 했다. 전세사기가 횡행해 많은 사람이 피해를 봤던 일도, 세수가 수십조 원 '펑크'난 것도 다 전 정부 탓으로 돌렸다.

물론 문재인 정부는 결과적으로 정권을 경쟁 정당에 넘겨줬으니 이런 저런 잘못을 했다고 비판받을 수는 있다. 그런데 권력을 가진 이들이 늘상 전 정부 탓만 해대는 걸 보는 일은 국민들로서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3. 윤석열 정부는 소통하지 않는 검찰 조직의 속성도 그대로 이어받았다. 

윤석열 정부는 의사 집단을 몰아붙이며 속도전으로 진행했던 의대 정원 확대로 의료계의 집단 행동을 불렀다. 이로 인한 의료 공백으로 환자와 환자 가족들은 불안에 떨고 있고 주요 병원들은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의료 공백 사태가 해결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소통이 없으니 딱히 이렇다 할 해법도 나오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는 과학계를 '이권 카르텔'로 낙인찍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시절에도 깎지 않았던 연구개발(R&D)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이에 온갖 비판이 일자 별다른 의견 수렴도 없이 R&D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비용과 편익 분석, 즉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도 없이 재정을 마음대로 쓰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확 틀어버린 것이다. 이 롤러코스터 같은 행보의 과정에 의견 수렴이 있었다는 뉴스는 보지 못했다.

이밖에 최근 해외 직구의 국내 안전인증(KC) 의무화를 추진하다 철회했던 일을 비롯해 주 69시간 노동, 만 5세 취학 등 사회 여론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다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접은 정책은 부지기수다.

윤석열 정부는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뒤 소통에 부족했다는 반성을 내놨지만 여전히 일방통행식 국정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데스크리포트 6월] 윤석열 정부가 소통 안 하는 태생적 이유

▲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의 모습. <연합뉴스>


#4. 윤석열 정부는 정작 미래지향적이고 외부지향적 속성을 가진 '라인 사태'와 같은 문제에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시피하고 있다.

라인사태는 데이터 플랫폼산업의 미래와 관련해 정작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문제인 데도 말이다. 

일본 정부는 최근 개인정보 유출을 명분으로 삼아 네이버에 라인 지배권을 내놓으라는 요지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일본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사용자가 2억 명에 이르는 라인 메신저를 송두리째 일본 기업에 뺏기게 될 위기에 놓였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정부의 행정명령이 지분관계 조정을 의도한 게 아니라는 발언을 비롯해 개별 기업 사이의 문제이지 외교문제는 아니라는 태도를 나타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일본 정부에 대통령이 나서 단호하게 대응해야 하며 국제 통상문제로 대응해야한다고 촉구하는 데도 윤석열 정부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각종 특검법 논란은 논외로 하더라도 이런 여러 일들이 겹치면서 지지율은 말 그대로 레임덕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갤럽이 지난 28~30일 전국 18살 이상 1001명을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에 긍정평가가 21%로 취임 뒤 최저치를 보였다. 반면 부정 평가는 70%로 긍정 평가의 세 배 이상이었다.

이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이며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갤럽을 포함해 최근 여론조사에 나타난 세부 사항을 보면 윤석열 정부는 경제, 민생, 물가, 외교 문제뿐 아니라 법안 거부권 행사에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 김건희 여사 문제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으로 부정적 평가가 우세하다.

미래를 향하지 못하고 소통하지도 못하는 검찰 정권의 태생적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하다. 이렇듯 정부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건 대한민국이 불행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미래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박창욱 정책경제·글로벌&기후에너지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