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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도 플라스틱 사용 및 재활용 규제를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유럽연합(EU)은 유럽집행위원회(EC)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 전략을 내세워 규제 마련에 나서는 한편 미국은 각 주로 대표되는 지방 정부들이 규제 마련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도 최근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규제를 확대하고 있어, 사실상 세계 주요국이 모두 플라스틱 줄이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이 내놓은 정책의 중심이 되는 것은 플라스틱 생산자에 폐기물과 관련된 책임을 묻는 '생산자 책임 제도'(EPR)다.
27일 외신과 각국 정부 보도자료를 종합하면 주요국은 모두 플라스틱 규제를 확대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25일(현지시각) EU는 유럽의회에서 일부 일회용품 사용을 2030년부터 전면 금지하는 '포장 및 포장 폐기물 규제'(PPWR)을 통과시켰다. 여기에 포함되는 폐기물은 과일용 플라스틱 포장, 숙소에서 제공하는 일회용 편의용품 용기 등 각종 플라스틱 제품이다.
추가로 EU 회원국들은 2030년까지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 수거율도 90%까지 올려야 한다.
▲ 지난달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4차 정부간 협상위원회 회장 앞에서 진행된 플라스틱 폐기물 관련 퍼포먼스 모습. <연합뉴스>
앞서 2021년 1월 EU는 플라스틱 생산자에 직접 책임을 묻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플라스틱세'를 도입하기도 했다. 관련 법안에 따르면 EU 회원국 정부는 기업들이 신고한 내용에 따라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 1kg당 80유로센트(약 1186원)를 세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국가별로 세율은 자국 사정에 맞춰 조정할 수 있다. 한 예로 스페인은 기준치보다 낮은 45유로센트를 매기고 있으나, 플라스틱 재활용 규제를 위반하면 최대 1.5배 가산금을 부과한다.
EU의 행정부 격인 EC가 규제를 주도하는 유럽과 달리 미국은 지방정부에 해당하는 주 정부들을 중심으로 규제 도입이 진행되고 있다.
2024년 현재 미국 모든 주 가운데 가장 강력한 규제를 도입한 것은 매사추세츠주다. 메사추세츠주 의회는 지난해 3월 용량 21온스(약 600밀리리터) 이하 일회용 플라스틱병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같은 달 유타주는 미국 주 가운데 22번째로 ‘고급 재활용 법안'(Advanced Recycling Legislation)을 채택했다.
고급 재활용 법안이란 화학적 재활용 방식을 적극 도입해 기존 재활용이 어려웠던 필름과 일회용 비닐 등까지도 재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법이다.
유타에 이어 인디애나주, 캔자스주도 지난해 같은 법안을 채택했다. 올해 3월에 와이오밍주도 동참하면서 과반이 넘는 미국 주들이 고급 재활용 법을 시행하게 됐다.
또 생산자 책임제도 도입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워싱턴주에서는 플라스틱 생산 기업이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부서를 의무적으로 둬야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같은 달 뉴욕주에서는 케이시 호철 주지사가 '폐기물 감축과 재활용 인프라 구축법'(WRRIA)을 제안했다.
2026년 1월 시행을 목표로 하는 이 법안에 따르면 플라스틱 생산과 유통 기업들에 기업 규모에 따라 최소 500달러에서 최대 2만5천 달러(약 3406만 원)까지 생산 면허 발급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또 10년 내 강성 플라스틱(rigid plastic)의 50%, 연성 플라스틱(non-rigid plastic)을 40% 재활용해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미국 연방정부 차원에서는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직접 시행하기보다는 주 정부의 플라스틱 재활용 정책이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3월 미 의회는 '재활용 인프라와 접근성 법'(RIAA)과 '재활용 및 퇴비화 책임법'(RCAA)을 각각 하위 법안으로 하는 '재활용 및 퇴비화 법안'(RCL)을 통과시켰다.
RIAA는 반경 75마일 내 재활용 센터가 없는 지역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하는 법으로, 재활용 센터 건설에 5천만~1억5천만 달러(약 2049억 원)를 지원하는 게 골자다.
RCAA는 생분해 플라스틱 활성화를 지원하는 법으로, 연방정부가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할 것을 명시했다. 연방기관 가운데 환경보호청(EPA)이 이를 주도하며, 콜로라도주는 이미 퇴비화가 가능한 플라스틱 제품 사용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환경보호청은 최종적으로 RIAA와 RCAA를 통해 미국 전체의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 수준을 현재 32.1%에서 2030년까지 50%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 올해 3월 미국 의회 의사당에서 톰 카퍼 미국 상원의원이 '플라스틱 재활용 및 퇴비화 법안'(RCL) 통과를 축하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카퍼 의원은 이 법안을 공동발의한 의원 3인 가운데 한 명이다. <미국 상원 환경 및 공공정책 위원회 공식 채널>
대표적으로 2021년부터 강화된 플라스틱 금지령에 따라 일회용 비닐, 플라스틱 빨대, 식기 등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을 사용한 제품을 단계적으로 퇴출하고, 내년부터는 전면 사용을 금지키로 했다. 예외적으로 생분해가 가능한 플라스틱을 적용한 제품은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추가로 중국 정부는 지난 2017년부터 폐기물 수준에 따라 차등 적용되는 환경보호세를 생산자에 부과하고 있다. 위험 폐기물에 속하지 않는 플라스틱 등은 1톤당 25위안(약 4700원)이 부과된다.
금액은 적으나 세계 주요국 가운데 전국적 생산자 책임 제도를 미국보다도 일찍 채택했다.
이처럼 국제 플라스틱 협약 협상에 참여한 주요국은 모두 각자가 내세운 입장 차이와 별개로 플라스틱 규제를 확대하는 추세다.
올해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마지막 플라스틱 협약 협상에서 국제 플라스틱 규제협약 체결이 성상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하지만 이미 세계 주요국이 플라스틱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재활용 의무를 채택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이에 준하는 규제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