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조현상 효성 부회장이 오는 7월 신설 지주회사 HS효성 출범을 앞둔 가운데 핵심 계열사인 효성첨단소재 실적이 회복하며 출발에 청신호가 켜졌다.

신설 지주사 중추를 담당하는 효성첨단소재는 본업인 타이어코드 사업에서 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조현상 지주사 HS효성 출발에 효성첨단소재 실적회복 큰 힘, 중국 탄소섬유 공세 대응은 숙제

조현상 효성 부회장(사진)이 핵심 계열사 효성첨단소재의 실적 회복에 신설 지주회사 출범을 준비하는 발걸음이 가벼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탄소섬유 분야에서 중국기업들의 물량공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장기적으로 극복해야 할 숙제가 될 수 있다. <사진 효성>


다만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탄소섬유 사업분야에서 그동안 석유화학업계가 겪어왔던 중국 기업의 물량공세가 재현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수익성을 발휘하면서도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해야 하는 일이 새 지주사 출범 후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로 꼽힌다.

22일 증권업계와 석유화학업계 안팎 분석을 종합하면, 효성첨단소재는 주력사업인 타이어 보강재를 중심으로 실적 개선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방시장의 주요 고객사들의 재고조정이 일단락된 데다,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재고비축 수요도 증가해 타이아 보강재 실적 호전이 애초 예상보다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전기차 타이어의 교체주기 도래해 교체용(RE) 타이어 수요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타이어 보강재를 비롯한 주력 사업의 실적 개선세는 산업자재 부문의 생산성 향상에서 확인된다. 타이어보강재, 산업용원사 등이 포함된 산업자재 부문의 올해 1~3월 공장 가동률은 88.50%까지 향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자재 공장 가동률은 2022년 85.82%에서 2023년 81.93%로 떨어졌다가 올해부터 회복하는 모습이다. 

특히 베트남 공장 가동률은 종전 최고치 수준까지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첨단소재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637억 원을 내며 증권사들의 추정치 평균(컨센서스) 496억 원을 28% 웃도는 호실적을 냈다. 타이어보강재 업황 호전에 따른 실적 개선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꾸준한 신차용(OE) 타이어 수요가 뒷받침되는 가운데 교체용(RE) 타이어 수요도 개선세가 나타나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굿이어, 브릿지스톤, 컨티넨탈 등 고객사의 재고 자산이 감소하고 있고, 중국의 이구환신(신제품 교체 지원정책)이 최근 세부안이 발표된 만큼 추가 타이어보강재 수요 회복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실적 개선 효성첨단소재를 중심으로 독립 지주사 체제를 가동하려는 조 부회장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현재 효성그룹은 지주사인 효성이 계열사를 거느리는 일원화된 지배구조를 2개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설 지주회사 이름은 HS효성으로 정해졌다. HS효성 아래 효성첨단소재,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효성홀딩스USA, 효성토요타 등이 편입된다. 기존 지주회사 효성은 조현준 회장이, 신설 지수회사 HS효성은 조현상 부회장이 각각 맡아 책임경영을 하기로 했다.

재계에서는 2개의 지주사 체제가 그룹의 계열분리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조 부회장은 효성 아래 놓인 효성중공업 지분을 꾸준히 매각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계열 분리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친족끼리 계열을 분리할 때는 상장사 기준 친족 지분을 3% 미만으로 구성해야 한다.

조 부회장은 4월 효성중공업 주식 16만817주(1.72%)를 처분한 데 이어 5월에도 12만1075주(1.3%)를 추가 매각했다. 이에 따라 조 부회장의 효성중고업 지분율은 지난해 말 기준 4.88%에서 1.2%로 낮아졌다. 

신설되는 효성첨단소재는 HS효성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계열사가 되는 만큼 조 부회장은 효성첨단소재를 중심으로 신설 지주사의 사업을 꾸려나갈 것이란 관측이다. 
 
조현상 지주사 HS효성 출발에 효성첨단소재 실적회복 큰 힘, 중국 탄소섬유 공세 대응은 숙제

▲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 브랜드 '탄섬' 이미지. <효성첨단소재 홈페이지 갈무리>

HS효성의 연간 매출 규모는 대략 7조 원대로 추산되는데, 이 가운데 효성첨단소재의 매출 기여도는 3조 원이 넘는다.

또 효성첨단소재가 꾸준히 이익을 내는 계열사인 만큼 조 부회장 신설 지주사 사업 구상을 뒷받침할 현금창출원(캐시카우)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효성첨단소재는 향후 성장 잠재력이 높은 탄소섬유와 같은 성장사업을 보유하고 있어 HS효성의 성장전략에서도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탄소섬유는 강철보다 무게는 4분의 1 수준이면서 강도는 10배, 탄성은 7배 높은 특성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서 철의 대체재로 쓰임새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미래 친환경 연료로 꼽히는 수소의 저장과 운반, 활용에 필요한 소재로서 주목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항공·우주 분야에서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조 부회장은 2022년부터 효성첨단소재 사내이사를 맡아왔다. 특히 탄소섬유 사업 확장을 직접 챙기며 공을 들여왔던 것으로 파악된다. 

효성첨단소재는 탄소섬유 생산능력을 지난해 기준 연산 9천 톤에서 올해 1만6500톤으로 대폭 늘리며, 탄소섬유 사업을 강화할 채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탄소섬유 시장에서 중국 경쟁사들의 물량공세가 진행되고 있어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무역협회(KITA)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탄소섬유 수출 가격은 올해 3월 kg당 21.0달러로 전고점인 2023년 6월(24.6달러)보다 16% 하락했다. 

현재 글로벌 탄소섬유 시장에서는 도레이와 같은 일본 기업들이 가장 높은 기술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효성첨단소재는 후발주자로서 앞선 일본 기업들과의 기술력 격차를 극복하는 동시 중국 기업들로부터 비롯된 공급과잉도 견뎌내야 하는 형편인 셈이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국업체들의 공격적 탄소섬유 증설로 판매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어 수익성 전망치 하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