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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어록의 연금술사들] 유튜브 인수전을 지휘한 수전 워치츠키의 ‘설득력’

이재우 sinemakid222@gmail.com 2024-04-24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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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어록의 연금술사들] 유튜브 인수전을 지휘한 수전 워치츠키의 ‘설득력’
▲ 유튜브를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플랫폼으로 급성장시킨 유튜브 전 CEO 수전 워치츠키(Susan Wojcicki). 구글의 유튜브 인수전에 남다른 설득의 힘을 발휘하고 9년간 유튜브를 이끌었던 그는 2023년 2월 가족과 더 시간을 보내겠다면서 회사를 떠났다.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온 건 꼭 1년 후다. 올해 2월 그의 열아홉 살 아들이 약물 과다 복용으로 UC버클리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수전 워치츠키 페이스북>
[비즈니스포스트] “설득은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다.” (Persuasion is not a science but an art)

전설적 광고인 윌리엄 번벅(William Bernbach)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예술적인 설득력을 가진 이가 있었다. 최고의 스토리텔러 스티브 잡스다. 

2001년 애플이 첫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을 선보였을 때 이 매끄러운 작은 장치는 사람들이 음악을 소비하고 경험하는 방식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당시 잡스는 ‘1000곡의 노래를 당신의 주머니에(1000 songs in your pocket)’라는 간결하고 명확한 슬로건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도록 설득했다. 

잡스는 타고난 설득 재능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변론술’이라는 책을 쓴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은 학습에 의한 습득의 기술’이라고 했다. 노력의 산물이라는 얘기다. 

요즘에는 임원이나 리더들에게 설득 기술을 가르치는 글로벌 기업들이 많다. 설득력이 조직 내 변화와 성장을 주도하는 데 필수적인 자질로 평가받고 있어서다. 경영진이나 최고경영자(CEO)를 설득하는 데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는 뭘까? 윌리엄 번벅은 이렇게 말했다.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하다.”(It's not just what you say that stirs people. It's the way that you say it.)

‘27가지 설득의 힘(27 Powers of Persuasion)’의 저자이자 기업 경영진에게 CEO 설득법을 가르쳐 온 크리스 힐레어(Chris St. Hilaire)는 ‘명확한 목표’를 강조했다.  

“회사 전체를 설득하려고 할 때 첫 번째는 명확한 목표를 정의하는 것이다(...) ‘우리의 목표가 무엇인지, 우리가 성취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이 분명해야 한다.”

필자가 주저리주저리 설득 이야기를 늘어놓은 건 구글(알파벳)의 열정적인 한 여성 임원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18년 전 그도 최고경영진을 어떻게 설득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수전 워치츠키(Susan Wojcicki·56)다. 

2006년 구글비디오 수장을 맡고 있던 수전은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을 설득해 유튜브를 16억5천만 달러에 사들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당시 구글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인수였다. 구글 수석 부사장 수전은 8년 뒤인 2014년엔 유튜브 CEO에 올라 2023년 초까지 일하다 회사를 떠났다. 

수전 워치츠키에게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찾아온 건 임신 5개월이던 1998년의 어느 날이었다. 자신의 집 차고를 두 청년 창업가에게 월 1700달러에 임대했다. 당시 그는 인텔에서 일하고 있었고 남편과 함께 막 집을 구입한 상태였다. 

차고를 빌린 청년들은 스탠퍼드대 박사 과정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그들은 수전의 차고에서 구글이라는 작은 회사를 창업(1998년 9월)했다. 두 청년의 끈질긴 설득이 이어졌다. 수전에게 구글 합류를 요청했던 것이다. 

“너, 미쳤어?”

수전의 친구들은 버젓한 직장(인텔)을 그만두고 스타트업(구글)에 합류하겠다는 수전의 말에 기가 찼다. 하지만 수전이 구글의 열여섯 번째 직원이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수전은 그것이 인생 최고의 결정 가운데 하나였다고 했다. 그렇게 수전의 집 차고는 구글의 탄생지가 되었다. 
 
[경영어록의 연금술사들] 유튜브 인수전을 지휘한 수전 워치츠키의 ‘설득력’
▲ 2019년 5월 구글 입사 20주년을 축하하는 모임 자리의 수전 워치츠키. 그는 구글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에게 집 차고를 빌려준 것이 인연이 되어 1999년 5월 구글의 열여섯 번째 직원이 되었다. <수전 워치츠키 X(옛 트위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수전 워치츠키의 뿌리는 동유럽, 더 정확히는 폴란드다. 아버지 스탠리 워치츠키는 1949년 당시 열한 살 나이에 어머니와 폴란드를 탈출해 미국에 정착했다. 

스탠리는 스탠퍼드대 물리학과 학과장을 지낸 입자물리학의 권위자였다. 스탠리의 아내이자 수전의 어머니인 에스더 워치츠키는 러시아계 유대인 혈통으로 ‘실리콘밸리의 대모’로 불리는 유명한 교육자였다. 

수전의 동생 앤 워치츠키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 DNA 테스트 회사인 23앤드미(23andMe)의 창립자인 앤은 구글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의 아내였다. 실리콘밸리의 황금 커플로 통했던 두 사람은 결혼 8년 만인 2015년 이혼했다.

수전은 기술 세계에서 ‘문과의 힘’을 보여준 보기 드문 여성이다. 하버드대에서 역사와 문학을 공부했고 UC산타크루즈에서 경제학 석사를, UCLA에서 MBA를 취득했다. 유튜브 CEO에 오른 다음 해(2015년)엔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목록에도 올랐다. 

구글 입사가 수전의 첫 번째 터닝포인트라면 구글의 유튜브 인수는 그의 두 번째 터닝포인트였다. 페이팔(PayPal: 전자결재 시스템 회사) 초창기 직원이었던 스티브 첸, 채드 헐리, 자웨드 카림이 공동으로 유튜브를 설립한 건 2005년 2월이다. 

그들의 비전은 단순하면서도 혁명적이었다. 사용자가 ‘쉽게’ 영상을 업로드하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이 ‘쉽게’라는 단어가 유튜브의 새 역사를 쓰게 만들었다. 

당시 구글도 무료 동영상 공유 웹사이트 ‘구글비디오’를 자체 개발한 상태였다. 유튜브보다 한 달 먼저 선을 보였다. 문제는 유튜브와 비교해 업로드 시간이 지나치게 길었다는 점이다. 

당시 구글비디오를 책임지고 있던 수전 워치츠키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그는 구글비디오의 긴 업로드 시간을 ‘심각한 결함’이라고 규정했다. 

여기서 필자는 구글비디오의 상황을 ‘제약이론(TOC: Theory of Constraints)’에 적용시켜 본다. 이스라엘 물리학자이자 경영 컨설턴트인 엘리 골드렛(Eliyahu Goldratt)이 고안한 제약이론은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가장 중요한 제약 요소(constraints), 즉 병목(bottleneck)을 찾아내 개선함으로써 수익성을 향상하는 조직변화 방식을 말한다. 

제약이론 입장에서 보면 구글비디오의 지연 결함은 원활한 콘텐츠 생산을 저해하는 병목이라 할 수 있다. 구글비디오팀을 이끌던 수전은 ‘지연 결함’이라는 프로세스상의 제약을 찾아 문제점을 해결했다. 하지만 또 다른 제약이 도사리고 있었다. 수전은 이렇게 말했다. 

“그때는 이미 유튜브에게 시장 점유율을 크게 빼앗긴 상태였다.”

수전에겐 전략 수정이 필요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필자는 이번엔 당시 구글비디오의 상황을 ‘SWOT 분석’에 대입해 본다. SWOT는 스탠포드 연구소에 일하던 앨버트 험프리(Albert Humphrey)가 Strengths(강점), Weaknesses(약점), Opportunities(기회), Threats(위협)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직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조직이 직면한 기회와 위협을 식별해 경쟁 우위를 달성하는 등 비즈니스 전체 그림을 보는데 유용한 도구다. 

1. 강점(S): 구글은 자금력이 풍부하다.
2. 약점(W): 구글비디오가 지지부진하다.
3. 기회(O): 유튜브를 인수하면 동영상 플랫폼 시장을 일거에 장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4. 위협(T): 유튜브를 그대로 둔다면 구글비디오의 성장이 위협받고 경쟁에서도 밀린다. 

그럼 답은 나왔다. 이길 수 없으면 인수하라, 바로 그거였다. 수전 워치츠키의 말을 들어보자. 

“나는 구글비디오와 유튜브 서비스를 통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유튜브를 16억5천만 달러에 인수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확신했다.” (존 도어 저 ‘OKR’, 세종서적)
 
[경영어록의 연금술사들] 유튜브 인수전을 지휘한 수전 워치츠키의 ‘설득력’
▲ 유튜브 CEO 계보는 이렇다. 유튜브 공동 창업자 채드 헐리(Chad Hurley)는 매각과 동시에 구글로 옮겨 2010년까지 유튜브 CEO를 맡았다. 이후 2014년까지는 이란계 미국인 살라르 카만가르(Salar Kamangar)가, 이어 2014년부터 9년간은 수전 워치츠키(사진)가 책임자였다. 2023년 2월 수전이 회사를 떠나면서 인도계인 닐 모한(Neal Mohan)이 유튜브를 이끌고 있다. <수전 워치츠키 페이스북>
16억5천만 달러라는 인수 금액은 어떻게 책정된 걸까? 2002년 이베이(eBay)가 페이팔(PayPal)을 인수하면서 지불한 금액이 15억 달러였다. 페이팔 직원이었던 유튜브 창업자들은 구글에 의도적으로 그때 가격보다 10% 더 상향해 불렀다고 한다. 

실무 책임자였던 수전은 그 액수가 타당하다고 보았다. 하지만 창업 2년도 되지 않은 유튜브 인수 금액을 두고는 논란이 많았다. ‘구글의 미래’를 쓴 독일 언론인 토마스 슐츠는 “당시의 관점에서 정신 나간 수준의 액수였다”고 했다. (비즈니스북스) 

미디어 기업가 마크 큐반(Mark Cuban)은 “오직 바보만이 유튜브를 인수할 것”(Only a moron would buy YouTube.)이라고 빈정댔다. (마크 큐반은 초기 상업용 스트리밍 회사인 브로드캐스트 닷컴을 1999년 야후에 57억 달러에 매각한 인물이다.) 그럼에도 수전은 유튜브의 잠재력을 믿고 구글 창업자들 설득에 나섰다. 

“나는 유튜브가 구글에 엄청난 수익을 안겨다 줄 것이라고 설득하기 위해 자료를 만들어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에게 들고 갔다. 얼마 후 두 사람은 이사회에 그 자료를 들고 오라고 했다. 이사회는 연간 사용자 수 증가에 대한 내 주장을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유튜브 인수에 동의했다.”(존 도어 같은 책 인용)

위 문장을 뜯어보자. ‘유튜브가 구글에 엄청난 수익을 안겨다 줄 것’이라는 큰 목표와 ‘연간 사용자 수 증가’라는 세부 목표가 분명하게 명시됐다. 수전은 필자가 앞에서 언급한 크리스 힐레어의 ‘명확한 목표 정의’를 충실히 따랐던 셈이다. 그렇게 설득에서 인수까지 열흘이 채 걸리지 않았다. 

주인이 바뀐 유튜브에는 혁신이 수혈됐다. 인수 이듬해인 2007년 구독자가 많은 콘텐츠 제작자에게 수익 창출(광고 수익 배분) 기회를 제공하는 ‘파트너 프로그램(Partner Program)’을 시작했다.

단순히 동영상을 공유하고 시청하는 공간에서 동영상으로 돈을 버는 공간으로 확장된 것이다. 더 나아가 수익 공유 시스템은 크리에이터를 새로운 직업군으로 성장시켰다. 수전이 유튜브 수장에 오른 2년 후인 2016년 10월 유튜브는 ‘하루 10억 시청 시간’(전 세계 TV 시청 시간의 20%)을 달성했다. 

2018년 모건 스탠리는 수전이 열정과 혼을 갈아 넣은 유튜브의 가치를 1600억 달러로 평가했다. 이는 초기 투자의 100배에 해당한다. 더 고무적인 평가도 나왔다. 최근 월가의 미디어 분석가 마이클 나단슨(Michael Nathanson)은 “지금 유튜브의 가치는 최대 4천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3월28일)

결론적으로 수전 워치츠키의 설득은 옳았다. 그는 이런 말로 우리의 ‘우물쭈물함’을 설득한다. 

“가장 큰 성취는 종종 과감하게 첫발을 내딛는 데서 나옵니다.” (The greatest achievements often come from daring to take the first step.) 재팬올 발행인 이재우
 
이재우 발행인(일본 경제전문 미디어 재팬올)은 일본 경제와 기업인들 스토리를 오랫동안 탐구해왔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열성팬으로 '원령공주의 섬' 야쿠시마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부캐로 산과 역사에 대한 글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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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쯔양 협박사건은 경영을 AI에만 의존시킨 수전 워치츠키의 방만한 경영이 불러온 참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이런 방만한 경영이 결국 쯔양 협박사건과 같은 대사건을 불러온 겁니다.   (2024-07-21 07:4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