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중국 CATL과 짓는 배터리공장 건설 중단, SK온 존재감 더 커진다

▲ 포드가 중국 CATL과 미시간주 마샬에 신설하는 전기차 배터리공장 건설을 돌연 중단했다. 사진은 2월13일 미국 미시간주 마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포드의 회장인 빌 포드가 CATL과 배터리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가 중국 CATL과 손잡고 신설하던 미국 배터리공장 건설을 갑자기 중단시켰다. 배터리 가격 경쟁력이 우려된다는 이유다. 

포드는 가격 경쟁력을 이유로 들었지만 중국 기업과 협력 관련 미국 정치권 등에서 부정적인 의견을 낸 것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포드로서는 한국 배터리 기업인 SK온과의 협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26일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에 따르면 포드는 미국 미시간주 마샬에 35억 달러(약 4조7200억 원) 규모로 신설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공장 건설을 현지시각으로 25일부터 중단했다. 

공장 건설을 멈춘 표면적인 이유는 배터리 생산 비용 등 가격 문제다. 

포드의 대변인 T.R.레이드는 현지언론 디트로이트 뉴스를 통해 “배터리 공장 운영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겠다고 확신이 들 때까지 작업을 중단하고 건설에 드는 비용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폴리티코는 포드가 중국 기업인 CATL과 배터리공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미국 공화당 의원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비판을 받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미국이 중국과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기술경쟁을 벌이다 보니 중국 기업과 협력하는 포드가 비판 여론을 의식해 건설을 중단시켰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폴리티코는 미 공화당 의원 리사 맥케인이 소셜미디어 ‘X’ 공식 계정에 “중국산 기술은 미국에서 설 자리가 없으며 이번 공장 건설 중단으로 중국 공산당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고 발언한 내용을 보도했다. 

포드는 2월13일 중국 CATL과 배터리공장에 대한 투자를 발표하고 건설에 돌입했다. 

당시에도 공화당 소속인 플로리다주 상원의원 마르코 루비오가 CATL과 포드의 기술 협력 과정을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공식 서한을 미국 정부에 제출한 적 있다. 

중국 기업인 CATL이 미국 정부에게 지원을 받거나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는 이유였다. 

포드는 신설하는 배터리공장이 포드가 공장 지분 100%를 보유하고 CATL은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기술 등을 제공하는 방식이라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번에 공장 건설을 아예 중단시키면서 미 정치권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공장이 건설되고 있는 지역 주민들 또한 포드가 중국 기업과 협력하는 것을 우려한다. 

미시간주 마샬의 주민들은 “포드가 신설하는 배터리 공장이 중국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걱정한다”고 의견을 냈다.

미국 정치권과 지역 주민들이 중국 업체와의 협력에 반대 여론을 강하게 낼수록 포드는 SK온 등 한국 배터리업체의 협력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한국 업체들은 중국 기업과 다르게 포드에게 정치적인 부담을 지우지 않기 때문이다. 
 
포드 중국 CATL과 짓는 배터리공장 건설 중단, SK온 존재감 더 커진다

▲ 중국 업체와의 협력에 미 정치권의 압력이 가해질수록 SK온 등 한국 업체들과 협력이 포드에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SK온과 포드가 신설중인 블루오벌SK 켄터키 제 1공장의 2023년 6월경 건설 현황. < SK온 >

포드는 현재 SK온과 미국 테네시주 및 켄터키주에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해당 공장은 두 회사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합작법인을 통해 설립되고 운영된다.

중국 기업과는 달리 미국 정부의 규제에서 자유롭기에 합작법인을 설립해도 무방한 것이다. 

포드와 SK온의 배터리공장이 지역 경제에 대규모로 기여한다는 분석도 한편에서 나왔다. 

전기차 전문매체 테슬라래티는 포드와 SK온의 합작회사 ‘블루오벌SK’ 공장이 신설되는 켄터키주 하딩카운티 상공회의소 보고서를 인용해 “블루오벌SK 공장은 5천여 명의 새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경제를 부흥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테슬라래티는 블루오벌SK가 공장 건설과 관련해 현지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설명회는 여는 등 순조로운 생산라인 운영을 위한 사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포드가 정치적 압력과 같은 외부 변수를 줄이기 위해 SK온과 테네시 및 켄터키주에 신설하는 합작공장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K온 또한 세계 1위 배터리기업인 CATL이 포드와 공장을 완성하고 배터리 양산을 시작하면 공급 물량이 수요를 웃도는 등 리스크가 있었는데 포드가 SK온과 협력을 강화하면 관련 리스크가 감소할 수 있다.

다만 배터리 공장 건설 중단이 전미자동차노조(UAW)의 파업에서 협상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폴리티코는 “포드의 배터리공장 건설 중단은 전미자동차노조의 파업이 한창 진행되는 가운데 결정됐다”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