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CATL과 미국공장 설립 강행, SK온 포함 배터리3사 리스크 커진다

▲ 포드가 중국 CATL과 손잡고 미국 배터리공장 설립 계획을 추진하며 SK온을 비롯한 한국 배터리 3사에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포드와 SK온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의 전기차 배터리공장 조감도.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전기차 배터리 1위 업체인 중국 CATL이 포드와 미국에 대규모 생산공장을 설립해 운영하는 계획을 현실화하며 미시건주 정부 차원의 강력한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포드의 기존 협력사인 SK온을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가 유럽에 이어 북미시장에서도 CATL의 진출 확대로 강력한 위협을 받게 됐다.

12일 미국 지역언론 디트로이트뉴스 보도에 따르면 포드는 현지시각으로 13일 미시건주에 최소 25억 달러(약 3조2천억 원)를 들이는 배터리공장 투자 발표를 앞두고 있다.

포드는 미시건주 당국과 투자 계획을 두고 상당 부분 논의를 진행했다. 이미 주정부 차원에서 제공하는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두고 구체적인 규모를 조율하고 있는 단계에 올랐다.

디트로이트뉴스에 따르면 해당 공장에는 LFP(리튬인산철) 방식 배터리 생산라인이 들어선다. 중국 CATL이 배터리 제조와 관련한 기술 및 노하우를 제공하며 투자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

포드는 현재 SK온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켄터키주 및 테네시주에 다수의 신규 배터리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북미에서 생산하는 포드 전기차에 핵심인 배터리 수급을 안정화하려는 목적이다.

CATL이 SK온과 달리 포드와 합작공장 설립 등 방식으로 공동 투자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미국 바이든 정부를 비롯한 정치권의 압박과 규제 리스크 등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정부는 친환경 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하고 중국과 해당 분야의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전기차 및 배터리업체의 시설 투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CATL과 같은 중국기업이 참여하는 프로젝트에 정부 지원이 이뤄진다면 이는 정책 추진 의도와 어긋날 뿐만 아니라 여론 악화에 따른 정치적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미국 기업인 포드가 공장 투자와 운영에 모두 주체로 자리잡고 CATL은 기술 지원 등 제한적 역할에 그친다면 바이든 정부나 의회가 이를 문제삼을 명분이 뚜렷하지 않다.

포드와 CATL이 미국 정부 정책에 이러한 허점을 파악하고 지금과 같은 형태의 우회적 투자를 결정하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두 회사는 지난해 7월부터 정식으로 협력을 맺고 공장이 들어설 후보지를 물색해 왔다. 미시건주 이외에 버지니아주를 비롯한 다른 지역도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그러나 버지니아주 당국은 포드와 CATL의 배터리공장 설립 제안을 거절하면서 중국 공산당과 연계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기업의 프로젝트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반면 미시건주는 해당 공장 건설이 2500명에 이르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경제적 측면에서 돌아올 실익이 더 크다는 데 집중해 투자 유치에 속도를 냈다.

디트로이트뉴스에 따르면 그레첸 휘트머 미시건주 지사는 포드의 투자 발표 행사에 직접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정부 차원의 강력한 지원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목적이다.

CATL이 포드의 도움을 받아 북미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는 일은 중장기적으로 한국 배터리 3사에 모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리스크로 꼽힌다.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가 모두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공장에 대규모 시설 투자를 집행하면서 성장 기회를 노리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전기차산업 지원 계획을 내놓자 GM과 포드, 스텔란티스와 현대자동차 등 기업은 배터리 수요도 자연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한국 기업들에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전기차 배터리 기술력과 투자여력 등 측면에서 한국 배터리 3사가 우수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 만큼 이들과 손을 잡는 일이 경쟁력 확보에 핵심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영향으로 전기차 배터리 생산 단가가 급등하면서 다수의 자동차기업은 가격이 비교적 낮은 중국업체의 LFP 배터리에 더욱 주목하기 시작했다.
 
포드 CATL과 미국공장 설립 강행, SK온 포함 배터리3사 리스크 커진다

▲ CATL의 독일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

특히 CATL은 중국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해 전 세계 배터리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미국 테슬라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어 기술력을 검증받은 기업으로 꼽혔다.

포드가 CATL에 가장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어 미국 내 배터리공장 설립에 손을 잡게 된 만큼 배터리 수급 확대를 추진하는 다른 자동차기업도 이런 사례를 참고할 공산이 크다.

결국 한국 배터리 3사가 노리고 있던 북미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 기회를 CATL에 빼앗기거나 CATL과 전기차 배터리 가격 경쟁을 벌여야 하는 부담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CATL은 현재 멕시코에 추가로 자체 배터리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포드와 미국 공장 건설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투자 계획에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최근 CATL은 중국 이외 지역에 설립한 첫 생산시설인 독일 배터리공장 가동을 앞두고 BMW를 핵심 고객사로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이에 힘입어 헝가리에 유럽 내 두 번째 공장을 설립하는 계획에 속도가 붙었다.

한국 배터리 3사는 핵심 시장이었던 유럽에서 CATL이 점차 입지를 키워나가는 데 대응해 북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북미에도 CATL의 진출이 본격화되면 세계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입지를 지키기는 그만큼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특히 SK온은 포드와 이미 대규모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에서 CATL과 포드의 협력 관계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 더 촉각을 기울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가격 경쟁력이 높은 CATL의 배터리 수요가 늘어난다면 SK온이 포드에 공급하게 될 물량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포드는 디트로이트뉴스를 통해 “이른 시일에 발표회를 열고 포드가 전기차 생산 능력을 빠르게 키우고 소비자들에 접근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리겠다”고 밝혔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