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르노코리아자동차가 다음달 국내에 첫 하이브리드차를 출시하며 친환경차 전략의 첫발을 뗀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국내 하이브리드차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는데 르노코리아의 XM3을 비롯한 잇단 하이브리드 모델의 출시가 국내 시장 판도를 바꿀지 시선이 쏠린다.
 
르노코리아 XM3로 하이브리드차 '첫발', 현대차 기아 독주에 균열 내나

▲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국내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는 가운데 XM3 하이브리드 모델의 출시는 국내 시장 판도를 바꾸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르노코리아가 유럽으로 수출하는 XM3(수출명 뉴아르카나). <르노코리아>

 
2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판매되는 국산 하이브리드차 시장은 현대차와 기아가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국산 하이브리드차는 현대차 6개 차종과 기아 5개 차종 등 11개 차종 뿐이다.

올해 1~8월 국내 하이브리드차 누적 판매 순위를 살펴보면 1위는 기아 쏘렌토(3만2301대)가 차지했고 2위 기아 K8(1만7061대), 3위 기아 니로(1만5844대), 4위 현대차 그랜저(1만5179대), 5위 기아 스포티지(1만2349대) 순이다.

6위부터는 현대차 싼타페(7685대), 현대차 투싼(6734대), 기아 K5(5114대), 현대차 아반떼(4607대), 현대차 쏘나타(3073대), 현대차 코나(1429대)가 뒤를 이었다.

물론 국내에 다양한 수입 하이브리드차들이 판매되고는 있으나 국산 하이브리드차와 비교하면 판매량이 미미하다.

올 1~8월 국산 하이브리드차 가운데 가장 적게 팔린 코나보다 많이 판매된 수입 하이브리드차는 토요타코리아의 렉서스 ES(2705대)와 BMW 5시리즈(2120대) 단 두 차종 뿐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입차량의 구매 가격과 유지비용이 소비자의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1~8월 수입 하이브리드차 국내 판매 10위 안에 든 모델 가운데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 그랜저 하이브드 최상위 트림(4606만 원)보다 싼 차량은 토요타의 중형 세단 캠리 하이브리드(4357만 원) 뿐이다.

합리적 가격에 연비 높은 하이브리드차 구매를 원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지는 현대차 또는 기아라는 양자택일 상황에 묶여있는 셈이다.

이런 국내 하이브리드차 시장에서 르노코리아는 10월1일 XM3 하이브리드 모델의 사전계약을 시작하고 10월 중 판매에 들어간다. 르노삼성 시절을 포함해 국내에 처음 내놓는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XM3 하이브리드 모델은 국내에 앞서 지난해 6월 유럽 출시 뒤 판매호조를 보이며 상품성을 입증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26일 기준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는 모두 20만3천여 대의 XM3가 생산됐다. 그 가운데 수출 물량이 약 13만9천 대이며 이 중 유럽에서 판매된 XM3(수출명 르노 아르카나) 하이브리드가 60%(8만2천여 대)를 차지했다.

XM3 하이브리드는 6월 영국 오토 트레이더에서 주관한 실제 구매자가 꼽은 '최고의 하이브리드차' 부문에서 1위를 꿰차기도 했다.

XM3 하이브리드의 유럽 기준(WLTP) 복합 연비는 리터당 20.4km로 국내 기준으로는 80~85% 수준의 연비를 인증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르노코리아는 2020년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던 닛산 로그 위탁생산 계약이 2020년 3월 종료된 영향이 컸다.

이에 르노코리아는 하이브리드차를 중심으로 경영정상화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올해 초 르노그룹, 지리그룹과 친환경 하이브리드 신차 등 합작 모델을 국내에서 개발해 2024년부터 출시하기로 했다.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은 올 하반기 XM3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라인업에 하이브리드를 전면 배치해 2024년부터 2005년까지 하이브리드 신차를 생산한 뒤 2026년 이후 전기차를 생산하는 방침을 세웠다.
 
르노코리아 XM3로 하이브리드차 '첫발', 현대차 기아 독주에 균열 내나

▲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이 7월7일 경기도 용인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 디자인센터에서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와 간담회를 열고 있다. <르노코리아>


드블레즈 사장은 6월 기자간담회에서 "신차개발 프로젝트명은 '오로라'(로마신화에 나오는 새벽의 여신)인데 이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지난 2년은 어두운 시기였는데 2026년이 되면 태양이 다가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쌍용자동차와 한국GM은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하이브리드 신차 출시를 고려하고 있지 않고 있어 르노코리아의 하이브리드 행보가 국내 하이브리드차 시장 판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쌍용차는 내년에는 토레스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U100, 2024년에는 KR10과 함께 전기픽업 등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을 세웠다.

한국GM은 2025년까지 GM의 전기차 10개 모델을 국내 시장에 수입 판매하는 전략을 추진한다.

현대차와 기아의 하이브리드차는 9월 현재 극심한 출고 적체를 겪고 있어 XM3 하이브리드 모델은 국내 하이브리드차 시장에 적지 않은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시선이 많다.

9월 하이브리드차를 계약하면 싼타페와 아반떼는 20개월, 쏘렌토와 스포티지는 18개월을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다. 투싼과 K5도 13개월, 12개월이 걸린다.

반면 르노코리아 XM3는 9월 계약 뒤 한달 안에 차를 인도 받을 수 있다. 

이미 14만 대 가까운 XM3 하이브리드를 생산한 경험을 갖고 있는 르노코리아가 국내 판매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면 하이브리드차 구매 고객의 선택을 끌어모을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