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중국에서 아모레퍼시픽 나홀로 성장의 비결  
▲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아모레퍼시픽이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화장품회사들의 고전과 달리 나홀로 가파른 성장세를 가고 있다. P&G, 에스티로더, 로레알 등은 아시아에서 성장세가 둔화됐거나 실적이 후퇴하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올해 글로벌 공략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는데 중국이 탄탄한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차별적인 성장세

8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이 연구개발력을 앞세워 중국 화장품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화장품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중국에서 시장점유율 10위 안에 든다.

이승욱 SK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은 업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력을 기반으로 히트상품을 연이어 출시했다”며 “고가화장품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을 출시해 시장문턱을 낮췄고 신규소비자를 유입할 제품군을 꾸준히 넓혀왔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연이어 히트상품을 출시하는 것은 단기적인 실적증가뿐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충성도를 높이는 것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식품의약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많이 생산된 국내 화장품 상위 10개 가운데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헤라 등의 제품이 1~2위, 4~7위, 9위를 차지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전체 화장품 생산실적에서도 점유율 34.93%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그 뒤를 LG생활건강(26.90%)과 애경산업(1.84%), 더페이스샵(1.64%) 등이 이었다.

함승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한국 화장품에 대한 선호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은 시장 선도업체인 아모레퍼시픽으로 시작된 차별적인 정체성 확립노력 덕분”이라며 “아모레퍼시픽은 한국인과 아시아인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이를 활용한 제품개발에 주력해왔다”고 평가했다.

함 연구원은 “중국과 동남아시아는 한국 화장품 구매수요를 견인하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아시아에서 P&G와 에스티로더, 로레알 등 글로벌 화장품회사와 대조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14년과 2015년 아시아지역에서 매출성장률이 62.2%, 51.5%를 기록했다.

반면 P&G는 2013년 이후 아시아 지역에서 매출 역성장이 이어지고 있고 로레알은 매출성장률이 둔화됐다. 고가화장품시장의 독보적 1위 업체인 에스티로더는 지난해 처음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매출이 후퇴했다.

함 연구원은 “한국 특유의 소비자 친화적인 사업모델이 아시아지역에 잘 맞아떨어진 것”이라며 “유럽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화장품회사들이 ‘이것이 트렌드’라고 소비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내세운다면 아모레퍼시픽은 소비자의 기호변화 등을 분석해 신제품에 반영한 것이 차이점”이라고 평가했다.

◆ 현지 생산능력과 판매채널 확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등 5대 브랜드를 중심으로 글로벌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겠다”며 “연매출 1조 원을 내는 글로벌 브랜드를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서경배, 중국에서 아모레퍼시픽 나홀로 성장의 비결  
▲ 중국의 한 백화점에 위치한 아이오페 매장.
중국 화장품시장은 글로벌 화장품시장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화장품시장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화장품 사용인구는 지난해 2억 명에서 2020년 3억5천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에서 현지 생산능력과 판매채널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상하이공장은 2002년 5천 평 규모에서 2014년 뷰티캠퍼스 준공을 계기로 3만 평 규모로 확대됐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중국에서 1조 원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췄는데 2017년 1조9천억 원, 2차 부지 확장과 설비증축을 통해 2020년까지 2조8천억 원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에서 고급백화점을 중심으로 매장을 넓혀왔는데 온라인몰 입점을 본격 확대하고 있다.

서 회장이 올해 주총에서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뷰티업계에서 디지털 혁신을 선도하겠다”며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O2O와 옴니채널 서비스도 확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LG생활건강 등 국내 화장품회사들 가운데 가장 많은 중국 온라인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티몰에 라네즈와 마몽드, 려, 이니스프리, 에뛰드가 입점해 있고 3월 설화수를 추가로 입점했다.

다른 온라인몰인 쥬메이와 제이디닷컴, VIP닷컴 등에도 다수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데다 설화수와 아이오페, 이니스프리, 에뛰드는 직영 온라인몰도 운영하고 있다.

이승욱 SK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쇼핑이 성장하고 있다”며 “온라인몰은 면세점과 백화점 등에 이어 국내 화장품업계의 또다른 판매채널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