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무역법 301조 조사를 전격 개시하며 관세 정책의 ‘플랜B’를 가동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에 제동을 걸자 새로운 법적 근거로 관세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 상대로 통상협상을 새롭게 시작했는데 미 행정부가 현재 적용 중인 무역법 122조에 따른 임시 관세가 만료되는 7월 중순이 이번 통상 협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기존 한미 협의에서 형성된 ‘15% 관세 상한선’을 방어하는 데 협상력을 집중하고 있다.
13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홈페이지에 공개한 성명에서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금지하기 위해 한국을 포함한 60개국을 상대로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 USTR은 한국,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등 16개 경제주체를 대상으로 한 무역법 301조 조사 개시를 관보에 게재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조사는 제조업 부문에서 구조적 과잉 생산 능력과 관련된 특정 경제권의 정책과 관행을 조사하는 것"이라며 "과잉 생산과 연계된 다양한 불공정 무역 관행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무역법 301조는 교역상대국의 불공정한 무역행위로 미국의 무역에 제약이 생기는 때 관세 인상 및 수입 제한, 법적 효력이 있는 합의 체결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보복을 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사실상 자의적 해석이 가능해 미국 중심의 무역 질서를 강요하는 전방위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미국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부과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를 위법하다고 판결한 데 따른 미국 행정부의 대응 조치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10%의 글로벌 관세를 되살렸지만 해당 관세는 150일 뒤 미 의회의 연장 승인이 없으면 만료된다.
무역법 301조는 강력한 보복조치를 담고 있는 만큼 상대국과 협의, 공청회 등 엄격한 절차를 규정하고 있어 과거 사례에서 관세 부과까지 6개월에서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미국은 글로벌 관세가 유지되는 7월까지 301조 조사를 신속히 진행해 새로운 관세 체계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의 대응 전략도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핵심 목표는 관세율 자체를 낮추기보다 경쟁국 대비 불리한 수준으로 올라가는 것을 막는 것, 즉 15% 관세선을 방어하는 것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통상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를 통해 미국이 예고했던 25% 관세를 15% 수준으로 낮추고, 반도체 등 핵심 산업에서 주요 경쟁국과 동등한 대우를 보장하는 협상 결과를 공식화했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전날 온라인 브리핑을 열고 "301조 조사에도 한미 간 합의했던 이익 균형이 유지되고 우리의 수출에 있어 주요 경쟁국에 절대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협의해 나갈 것"이라며 "우리는 이미 미국과 관세 합의를 했기 때문에 최혜국대우 합의 정신에서 벗어나는 불리한 결과가 나오면 안 된다는 것을 미국 측에 수차례 전달했다"고 말했다.
USTR은 301조 조사에 관한 관보 게재문에서 "한국은 지속적 무역 흑자를 통해 구조적 과잉 능력과 생산의 증거가 존재한다"며 "한국은 전자기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기계, 철강, 선박 및 해양 선박과 같은 부문의 수출을 필두로 무역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와 관련해 단순한 수출 확대가 아니라 미국 현지 투자 확대 과정에서 발생한 중간재 수출 증가라는 점을 강조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최근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미국 현지 투자가 늘면서 설비와 장비, 부품 수출이 함께 증가했다는 점을 강조하겠다는 것이다.
석유화학 등 일부 산업에서는 나프타분해시설(NCC) 감산 및 설비 축소 등 이미 고강도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단순한 공급 과잉 프레임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여 본부장은 "지난해 관세 협상 과정에서도 한국의 무역 흑자와 관련한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에 따라 중간재와 부품 수출이 늘면서 발생한 것"이라며 "이번 조사 협의 과정에서도 한국의 무역 흑자가 미국 제조업 재건에 도움이 되는 부분을 통계와 논리를 통해 설명하려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동시에 통상 갈등이 비관세 장벽 등 다른 분야로 확산되는 것도 차단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한국 국회에 발의된 온라인 플랫폼법 등을 놓고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또 미국 투자사들은 1월 '한국 정부가 쿠팡을 차별적으로 대우한다'며 301조 조사를 요청했다가 USTR이 조사 추진 입장을 밝히면서 청원을 철회하기도 했다. 현재 진행 중인 301조 조사에는 이 같은 사안이 직접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301조가 다양한 사안에 걸쳐 조사가 가능한 만큼 협상 과정에서 새로운 압박 카드로 등장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현지시각 12일 한미 팩트시트 진전 상황 점검을 위해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을 만나 한미 협의에 따른 대미투자에 관한 한국 정부의 강한 의지를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김 총리는 앞선 1월 회담에서 밴스 부통령이 관심을 표명했던 쿠팡 문제 등이 최근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알렸다.
밴스 부통령은 "한국의 국내법과 체계를 존중한다"며 미국 측 관심사에 관심을 갖고 지속 소통하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에 감사를 전했다. 허원석 기자
한국 정부는 미국 상대로 통상협상을 새롭게 시작했는데 미 행정부가 현재 적용 중인 무역법 122조에 따른 임시 관세가 만료되는 7월 중순이 이번 통상 협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미국을 방문해 관세 문제 등 통상 현안을 협의한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8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기존 한미 협의에서 형성된 ‘15% 관세 상한선’을 방어하는 데 협상력을 집중하고 있다.
13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홈페이지에 공개한 성명에서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금지하기 위해 한국을 포함한 60개국을 상대로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 USTR은 한국,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등 16개 경제주체를 대상으로 한 무역법 301조 조사 개시를 관보에 게재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조사는 제조업 부문에서 구조적 과잉 생산 능력과 관련된 특정 경제권의 정책과 관행을 조사하는 것"이라며 "과잉 생산과 연계된 다양한 불공정 무역 관행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무역법 301조는 교역상대국의 불공정한 무역행위로 미국의 무역에 제약이 생기는 때 관세 인상 및 수입 제한, 법적 효력이 있는 합의 체결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보복을 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사실상 자의적 해석이 가능해 미국 중심의 무역 질서를 강요하는 전방위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미국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부과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를 위법하다고 판결한 데 따른 미국 행정부의 대응 조치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10%의 글로벌 관세를 되살렸지만 해당 관세는 150일 뒤 미 의회의 연장 승인이 없으면 만료된다.
무역법 301조는 강력한 보복조치를 담고 있는 만큼 상대국과 협의, 공청회 등 엄격한 절차를 규정하고 있어 과거 사례에서 관세 부과까지 6개월에서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미국은 글로벌 관세가 유지되는 7월까지 301조 조사를 신속히 진행해 새로운 관세 체계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의 대응 전략도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핵심 목표는 관세율 자체를 낮추기보다 경쟁국 대비 불리한 수준으로 올라가는 것을 막는 것, 즉 15% 관세선을 방어하는 것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통상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를 통해 미국이 예고했던 25% 관세를 15% 수준으로 낮추고, 반도체 등 핵심 산업에서 주요 경쟁국과 동등한 대우를 보장하는 협상 결과를 공식화했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전날 온라인 브리핑을 열고 "301조 조사에도 한미 간 합의했던 이익 균형이 유지되고 우리의 수출에 있어 주요 경쟁국에 절대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협의해 나갈 것"이라며 "우리는 이미 미국과 관세 합의를 했기 때문에 최혜국대우 합의 정신에서 벗어나는 불리한 결과가 나오면 안 된다는 것을 미국 측에 수차례 전달했다"고 말했다.
USTR은 301조 조사에 관한 관보 게재문에서 "한국은 지속적 무역 흑자를 통해 구조적 과잉 능력과 생산의 증거가 존재한다"며 "한국은 전자기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기계, 철강, 선박 및 해양 선박과 같은 부문의 수출을 필두로 무역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김민석 국무총리가 1월2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석유화학 등 일부 산업에서는 나프타분해시설(NCC) 감산 및 설비 축소 등 이미 고강도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단순한 공급 과잉 프레임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여 본부장은 "지난해 관세 협상 과정에서도 한국의 무역 흑자와 관련한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에 따라 중간재와 부품 수출이 늘면서 발생한 것"이라며 "이번 조사 협의 과정에서도 한국의 무역 흑자가 미국 제조업 재건에 도움이 되는 부분을 통계와 논리를 통해 설명하려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동시에 통상 갈등이 비관세 장벽 등 다른 분야로 확산되는 것도 차단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한국 국회에 발의된 온라인 플랫폼법 등을 놓고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또 미국 투자사들은 1월 '한국 정부가 쿠팡을 차별적으로 대우한다'며 301조 조사를 요청했다가 USTR이 조사 추진 입장을 밝히면서 청원을 철회하기도 했다. 현재 진행 중인 301조 조사에는 이 같은 사안이 직접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301조가 다양한 사안에 걸쳐 조사가 가능한 만큼 협상 과정에서 새로운 압박 카드로 등장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현지시각 12일 한미 팩트시트 진전 상황 점검을 위해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을 만나 한미 협의에 따른 대미투자에 관한 한국 정부의 강한 의지를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김 총리는 앞선 1월 회담에서 밴스 부통령이 관심을 표명했던 쿠팡 문제 등이 최근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알렸다.
밴스 부통령은 "한국의 국내법과 체계를 존중한다"며 미국 측 관심사에 관심을 갖고 지속 소통하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에 감사를 전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