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과 메타 등 기업이 TSMC의 반도체 패키징 기술에 의존을 낮추고 인텔과 협력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의 반도체 패키징 기술은 원가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텔 반도체 파운드리 서비스 홍보용 이미지.
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인공지능 반도체에 TSMC 패키징을 활용하는 반면 구글은 원가 절감과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차별화를 노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26일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일부 빅테크 고객사들이 첨단 반도체 패키징 주문을 인텔로 돌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반도체 패키징은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반도체 등 여러 종류의 반도체를 하나로 조립해 성능 및 전력 효율을 높이는 공정이다.
트렌드포스는 인공지능 반도체 시대에 들어 반도체 집적 패키징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첨단 패키징 기술이 전략적으로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TSMC의 칩온웨이퍼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 기술은 해당 분야에서 가장 앞선 패키징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엔비디아 등 기업의 고사양 반도체에 주력으로 쓰이고 있다.
다만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CoWoS 패키징 공급 부족이 장기화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CoWoS 생산 능력은 대부분 엔비디아 GPU에 할당돼 있다”며 “다른 고객사들의 물량 확보 기회는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CoWoS 패키징으로 제조할 수 있는 반도체 크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도 약점으로 꼽혔다.
이에 따라 구글과 메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TSMC의 반도체 패키징 대신 인텔과 협업을 추진하는 사례가 파악되고 있다고 트렌드포스는 전했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지만 패키징 설비는 여전히 대만에 두고 있다. 따라서 대만을 거치지 않으면 반도체 완제품이 생산되지 않는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공급망 자급체제 정책을 적극 지원하는 빅테크 기업들에 이는 달갑지 않은 상황일 수밖에 없다.
▲ 인텔 EMIB 3.5D 반도체 패키징 기술 홍보용 이미지.
트렌드포스는 인텔의 EMIB 반도체 패키징 기술이 설계 구조 단순화와 수율 향상, 면적 확장 등 측면에서 CoWoS 대비 여러 장점을 제공한다. 설계 구조를 단순화하고 제조 수율을 향상시킨다.
가장 큰 장점은 원가 경쟁력으로 꼽힌다. CoWoS 패키징 대비 데이터 대역폭 등 성능은 다소 낮지만 반도체 생산 단가를 절감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텔의 반도체 패키징은 엔비디아와 같이 고성능 제품에 주력하는 고객사보다 비용 효율을 중요시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맞춤형 인공지능 반도체에 주로 쓰일 것으로 전망됐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인텔은 2021년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선언한 이래 수 년에 걸쳐 EMIB 패키징 기술 개발에 주력해 왔다.
이후 인텔 서버용 CPU 제품에 해당 패키징 기술을 적용했다. 이미 실제 성능이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된 만큼 고객사들에 신뢰를 얻기 유리하다.
트렌드포스는 이미 구글이 2027년 선보일 자체 텐서프로세서(TPU) 인공지능 반도체에 인텔 패키징을 도입할 계획을 두고 있으며 메타도 뒤를 따를 수 있다고 전했다.
구글 인공지능 반도체는 최근 시장에서 큰 잠재력을 인정받아 협력사인 브로드컴과 구글 지주사 알파벳 등 기업의 주가를 대폭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그만큼 인텔 패키징 기술의 성장성도 투자자들에 더욱 주목받게 될 공산이 크다.
애플과 퀄컴 등 대형 반도체 고객사도 최근 인텔 EMIB 패키징 기술과 관련한 인력 채용 공고를 올렸다. 해당 기술 활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정황으로 파악된다.
첨단 파운드리 및 반도체 패키징 시장에서 TSMC의 독주체제 강화가 가격 상승과 물량 부족 등 부작용을 낳으며 인텔과 같은 경쟁사에 기회를 열어주고 있는 셈이다.
구글과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은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에 의존을 낮추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자연히 이 과정에서 TSMC의 패키징 기술에 의존도 줄어들 공산이 크다.
다만 트렌드포스는 TSMC의 CoWoS 기술이 당분간 엔비디아와 AMD의 고사양 인공지능 반도체에는 계속 핵심으로 남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