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7년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중국이 가장 민감한 미국산 농산물 관련 제재를 제외한 것은 아직 미국과 협상에 나설 여지를 열어뒀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5일 “중국이 미국의 수입관세 정책에 대응해 다수의 ‘무기’를 꺼내들었다”며 “무역 갈등이 미국에 고통을 줄 것이라는 점을 경고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에서 수입하는 물품에 10%의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대선 공약을 임기 초반부터 현실화한 것이다.
중국은 즉각 미국에서 수입되는 석탄과 LNG, 농기계 등 물품에 이보다 높은 15% 관세 부과를 결정하며 보복조치에 나섰다.
미국 기업인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규제 조사도 시작됐으며 반도체와 배터리 등에 사용되는 희귀광물 소재의 수출 통제도 강화됐다.
다만 워싱턴포스트는 중국의 보복조치가 10일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는 만큼 양국이 아직 협상에 나설 시간은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공격적 대응을 예고했지만 실제로는 수위를 어느 정도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트럼프 1기 정부에서 무역 갈등에 핵심으로 떠올랐던 미국산 농작물은 이번에 발표된 중국의 무역보복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이 매년 중국에 350억 달러(약 51조 원) 상당의 대두와 곡물, 옥수수와 목화 등을 수출하는 만큼 농작물 수입 관세가 가장 효과적 보복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미국에서 농작물이 생산되는 지역은 주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지지층이 두터운 만큼 중국의 보복 조치가 지지율에 큰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
중국이 아직 이와 관련한 대응책을 발표하지 않은 것은 미국과 무역 논의에서 이를 협상카드로 쓰기 위해 아껴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 미국 오하이오주에 위치한 대두 가공설비 사진.
이에 따라 트럼프 정부의 수입관세 정책에 전면전으로 대응하는 대신 대화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이 제시된다.
다만 씽크탱크 CSIS는 워싱턴포스트에 “미국의 생각과 달리 중국 정부는 최근 이어진 기술적 성과와 해외 투자 다변화에 따라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을 전했다.
중국이 전기차와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결실을 거두고 있는 만큼 미국의 위협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고만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로 파악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중국이 수입관세를 넘어 반독점 규제와 수출 통제, 무역제재 등 더 다양한 수단으로 미국 트럼프 정부에 맞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미중 갈등이 원만한 협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양국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다면 지금보다 더 첨예해지는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뜻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정부의 자국 중심적 외교 및 무역 정책이 중국을 전 세계에서 더 안정적이고 신뢰할 만한 무역 파트너로 돋보이도록 하는 효과를 낼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도 대중국 관세 정책에 따른 타격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트럼프 정부가 일방적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태도를 유지하기는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에도 중국에 대규모 수입 관세를 부과하며 공세에 나섰지만 임기 말인 2020년에 무역 협정을 체결하며 갈등을 어느 정도 봉합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정부가 캐나다와 멕시코에 관세 정책 시행을 연기한 뒤 중국과 협상에 나선다는 점에 주목하며 다소 긍정적 분위기로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현지시각으로 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를 계획하고 있었으나 이를 연기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