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의 자체 브랜드 전기차와 테슬라의 스마트폰 출시 가능성을 두고 진행한 증권사 모건스탠리의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애플 자동차용 소프트웨어 플랫폼 '카플레이'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만든 자동차와 테슬라가 만든 스마트폰. 시장에 나온다면 화제가 될 제품이다.
하지만 두 제품의 시장 출시 가능성에 대해 애플의 자체 브랜드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가 실제로 시장에서 판매될 가능성이 테슬라의 스마트폰 출시 가능성보다 크다는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테슬라 스마트폰의 잠재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의견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의 서비스 생태계 확장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한 수치다.
18일 시장 조사기관 팁랭크스에 따르면 증권사 모건스탠리는 최근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와 테슬라의 스마트폰에 관련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증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애플카 또는 테슬라폰의 실제 출시 가능성에 대해 얼마나 현실성이 있다고 판단하는지 물어본 것이다.
테슬라가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일이 사업적 측면에서 얼마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도 이어졌다.
모건스탠리의 설문조사 응답자 가운데 약 3분의2는 애플카 출시가 테슬라 스마트폰보다 훨씬 실현 가능성이 크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애플이 지난 10년 가까이 자동차 개발과 관련한 연구팀을 운영해 오면서 이와 관련된 전문 기술인력을 테슬라 등 다른 기업에서 영입한 사례도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투자자들은 애플카 출시 가능성에 확신을 두지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 등 외국언론 보도에 따르면 애플의 자동차 연구개발팀을 이끄는 수장이 여러 차례 교체되면서 자연히 사업 계획도 구체화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애플은 당초 2025년 애플카 출시를 목표로 잡아두고 있었지만 이런 계획은 이미 미뤄졌고 처음으로 출시될 차량의 기능과 디자인 등 요소도 당초 구상과 달라진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제조업에 경험이 적은 애플이 애플카 생산을 담당할 협력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출시에 큰 걸림돌로 자리잡고 있다.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애플이 기존 자동차기업과 대결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전망도 투자자들의 응답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모건스탠리 설문조사에서 3분의1 가량에 해당하는 응답자가 테슬라 스마트폰 출시 가능성에 더욱 무게를 실었다는 점이 이런 시각을 보여주는 근거에 해당한다.
테슬라의 스마트폰 출시 가능성은 일론 머스크 CEO가 11월 말 트위터를 통해 “차라리 스마트폰을 직접 만드는 게 낫겠다”는 발언을 내놓은 뒤 화제에 오르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용 앱스토어 시장에서 과점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애플과 구글이 트위터 앱 배포를 중단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한 데 따른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한 뒤 콘텐츠 검열 정책을 완화하는 등 공격적 변화를 추진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애플과 구글은 이런 플랫폼에서 어느 정도 검열이 필요하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트위터의 새 운영 정책을 받아들이지 않고 앱 배포를 중단하는 ‘강수’를 둘 수도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었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통해 현실성 없는 발언을 종종 내놓거나 실현되기 어려운 사업 계획을 언급한 사례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테슬라가 스마트폰을 실제로 출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애플도 최근 트위터 앱 제공을 중단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머스크와 갈등도 일단락됐다.
그럼에도 모건스탠리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약 3분의1에 해당하는 응답자가 테슬라 스마트폰 출시 가능성을 유력하게 점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모건스탠리는 전체 응답자들에게 테슬라의 스마트폰 출시가 사업적 측면에서 어떤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보는지 물었다.
이 가운데 약 40%는 스마트폰 출시가 테슬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대답한 반면 약 23%의 응답자는 테슬라의 생태계 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테슬라가 전기차와 트위터 등 여러 서비스의 연동성을 강화하는 새 생태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자체 스마트폰도 내놓는다면 생태계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이를 두고 “일론 머스크를 지지하는 응답자들은 테슬라가 스마트폰으로 하드웨어시장 진출을 확대하면서 교통과 에너지 및 우주항공사업,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폭넓게 연동할 잠재력이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고 해석했다.
애플이 애플카 사업 계획을 추진하는 목적 역시 그동안 아이폰을 중심으로 구축한 운영체제와 앱스토어 생태계를 스마트카 분야까지 확장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를 두고 있다.
테슬라가 전기차에 활용하고 있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등의 경쟁력을 스마트폰 분야까지 확장하려 한다면 애플과 확실한 대척점에 서게 되는 셈이다.
결국 애플카와 테슬라폰 모두 실제로 시장에 출시된다면 두 회사는 각자의 생태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영향력을 확보해 제품 판매에 기여하도록 하려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