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치 일동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이 연임할 것으로 보인다. 일동홀딩스는 일동제약그룹의 지주사다.

이 회장이 앞으로 3년 동안 일동제약의 B형간염과 치매 치료제 등 신약들을 정상궤도로 올려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정치 '장수 CEO' 기록 이어가, 일동홀딩스에는 경륜이 필요하다

▲ 이정치 일동홀딩스 대표이사 회장.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정치 회장의 연임이 확실하다. 일동홀딩스는 최근 주주총회 안건으로 이 회장의 재선임안을 상정했다.

이 회장이 주주총회에서 재선임되면 2021년까지 3년 동안 회사를 이끌게 된다.

이 회장이 76세의 고령인데다 제약업계에서 보기 드문 장수CEO라 이번 임기를 끝으로 물러날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빗나갔다.

이 회장은 2003년 일동제약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시작해 2016년 8월 일동제약이 지주회사로 전환되면서 일동홀딩스 회장도 맡아 16년째 대표이사를 지내고 있는 장수CEO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수적 제약업계의 관행을 감안하면 안건이 올라간 것은 연임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일동제약에서 약사 출신이 아닌 첫 CEO다. 50년 넘게 일동제약에서만 일하며 연구와 생산, 경영지원 등 거의 모든 분야를 두루 거쳤다. 일동제약의 역사와 함께 해온 셈이다.

이 회장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열정은 남 못지않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지난해는 B형간염 치료제 신약 ‘베시보’ 개발에 성공하고 회사의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 의미 있는 한 해였다”며 “2018년은 더 큰 성과를 실현할 수 있는 강력한 실행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다른 중견 제약사들이 젊은 CEO로 교체하는 상황에서 국내 제약업계 최고령 CEO와 장수 CEO라는 타이틀을 이어가게 된 만큼 성과를 내야 한다는 책임도 무거워졌다.

그와 함께 장수 CEO로 꼽히던 이종욱 대웅제약 부회장은 3월 주주총회에서 고문으로 물러난다.

업계는 이정치 회장의 연임을 두고 그동안 투자해온 신약들이 본격적 성과를 앞두고 있어 회사의 기둥 역할을 해온 이 회장을 교체하는 데 부담이 컸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6년부터 일동제약의 단독대표를 맡고 있는 오너3세 윤웅섭 대표이사 사장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동제약은 2017년 11월 B형간염 치료제 신약 베시보의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해 베시보 처방액은 660만 원 수준에 그쳤다.

2016년 베시보의 임상3상을 마쳤고 B형간염 바이러스를 장기적으로 억제하는 효과도 입증했다. 베시보의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만성 B형간염 치료제의 주 수요처인 대형 병원으로 공급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차세대 치매치료제 신약도 준비하고 있다. 신약후보물질 ‘ID1202’의 국내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고 중국과 유럽에서 특허 등록도 마쳤다.

일동제약은 ID1202와 관련해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치매 유발 물질이 생성되는 것을 막고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설치류(실험용 쥐)와 비설치류(실험용 개)에 반복 투여하는 독성시험을 통해 안전성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동제약은 ID1201을 치매의 원인을 차단하는 근본적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한층 더 힘을 쏟기로 했다.

이정치 회장은 1942년 태어나 고려대에서 농화학으로 학사와 석사학위를, 식품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7년 일동제약 연구원으로 입사해 생산본부 본부장, 경영지원본부 본부장을 거쳐 2003년 경영지원 및 생산담당 대표이사 부사장에 올랐다.

2005년 사장으로 승진했고 2011년 회장에 올랐다. 2016년부터 지주사로 분할된 일동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을 맡아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