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장동혁 지도부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측의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

장동혁 대표가 당내 리더십 약화 속에서 친한계 압박을 통해 위기 돌파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자칫 계파 갈등만 키워 장 대표와 한 전 대표 모두 상처만 입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국힘 지도부 친한계의 '멱살' 잡다, 장동혁 한동훈을 밟고 '위기' 돌파하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2024년 12월11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이 나가는 사이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국민의힘 안팎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장동혁 당 지도부와 친한(한동훈)계의 갈등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도부 인사들이 잇달아 친한계를 정조준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고, 이에 한 전 대표 등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내홍이 크게 번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어제 저녁 성경 구절을 인용해 '들이받는 소는 돌로 쳐 죽이고 임자도 죽이겠다'고 했다. 이게 뭘 의미하는 걸까"라며 "돌에 쳐 맞아 죽을 소가 누군가. 한동훈 전 대표와 저인 건가"라고 적었다.

그는 또한 "그런데 성경을 인용해 누굴 쳐 죽인다고 헛소리 한 건 징계 대상 아닌가"라며 "본인 발언은 면책인가"라고 덧붙였다.

앞서 국민의힘 당무감사위는 전날인 16일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당원권 정지 2년'이라는 중징계를 권고했다. 이 위원장은 "올해 9월부터 10월 사이 다수 언론 매체에 출연해 당을 극단적 체제에 비유하고 당원에 대해 모욕적인 표현을 했다"며 징계 권고 사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장동혁 당대표가 지난 9월 임명한 이호선 당무감사위 위원장은 지난 15일 개인 블로그에 구약 성경(출애굽기)을 인용하면서 "소가 본래 (들이) 받는 버릇이 있고 임자가 그로 말미암아 경고까지 받았음에도 단속하지 않아 사람을 받아 죽인다면 그 소는 돌로 쳐 죽일 것이고 임자도 죽일 것"이라고 적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위원장의 글을 두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친한계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당무감사위가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인 김 전 최고위원 관련 안건을 논의하기 하루 전에 올렸다는 점에서 이 같은 해석에 힘이 실렸다. 

이처럼 장동혁 지도부가 친한계 공격에 나선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장 대표가 본인이 처한 리더십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친한계의 '멱살'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16일 MBC '뉴스외전'에서 "제가 볼 때는 본인이 하는 전략이 잘 안 먹히니까 안 먹히는 걸 비판하는 사람들이 자기를 더 많이 가로막게 되는 상황이 오지 않느냐"며 "그걸 돌파하려고 그러는 것"이라고 짚었다.

장 대표는 최근 이른바 이를테면 '2월 위기설'이 등장하는 등 리더십 위기를 겪고 있다. 2월 위기설은 국민의힘 실세로 알려진 '언더 찐윤'(친윤 실세 그룹) 주도로 장동혁 체제가 '내년 2월 설 연휴'를 기점으로 붕괴하고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들어선다는 관측을 뼈대로 한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4일 YTN라디오 '김준우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장 대표를 두고 "이미 당 대표로서 신뢰와 존재감을 잃어버렸다. 어제부로 무게추가 완전히 기울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길어봤자 2월 중순 그때 되면 국민의힘은 새로운 지도 체제를 꾸려서 새롭게 출범할 가능성이 많다"며 "장동혁 대표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많은 기술적인 작업들이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달 초 12·3 계엄 1년을 맞아 장 대표는 여전히 '윤 어게인'(윤석열 어게인)을 외쳤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진짜 주인'으로 꼽히는 주류 중진 의원들은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국힘 지도부 친한계의 '멱살' 잡다, 장동혁 한동훈을 밟고 '위기' 돌파하나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5월30일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제22대 국민의힘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만찬을 마친 뒤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국회 부의장인 당내 최다선(6선)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일 TK지역 언론인 모임 초청 토론회에서 "비상계엄은 명백히 잘못됐다"고 전제했다. 이와 함께 주 의원은 "자기의 편을 단결시키기는 과정에서 중도가 도망간다면 그것은 잘못된 방법"이라며 "지금처럼 '윤 어게인' 냄새가 나는 그런 방향은 맞지 않다"고 장 대표을 직격했다.

주 의원의 '작심 발언'에 앞서 '원조 친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도 장 대표 면전에서 쓴소리를 쏟아냈다. 윤 의원은 지난 5일 당이 주최한 '혼용무도 이재명 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에서 "계엄을 벗어던지고 그 어이없는 판단의 부끄러움을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공개 발언을 내놨다. 해당 발언이 나올 당시 윤 의원은 장 대표 지척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친한계 때리기를 통해 리더십 위기를 돌파하려는 장 대표의 전략이 제대로 먹힐지는 미지수다. 일단 '장동혁 흔들기'는 수면 아래 가라앉았지만 소득 없이 당내 계파 갈등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친한계가 일제히 반발하면서 만만치 않은 화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인 16일 이 위원장의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권고 발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주의를 돌로 쳐 죽일 수 없다"고 적었다. 그리고 친한계로 분류되는 박정하,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 등은 한 전 대표의 게시물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종혁 최고의 당원권 정지는 단순한 징계가 아니다"라며 "당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불편한 목소리를 침묵시키려는 의도로, 표현의 자유를 당의 기준에 맞춰 선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위험한 신호"라고 반발했다.

앞으로 당무감사위가 아직 조사 중이라고 발표한 '당원 게시판' 문제가 계파 갈등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도 있다.

당원 게시판 사태는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에 대한 공식 조사에 착수한 당무감사위는 지난 9일 한 전 대표의 자녀 실명까지 담은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해 친한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장동혁 지도부는 지난해부터 이어온 당원 게시판 사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난 15일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된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한 전 대표와 친한계를 '고름'에 빗대기도 했다.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지난 15일 MBC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서 "당내 오래된 고름을 연내에 짜내고 나면 새해엔 대여 투쟁과 민생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당 외부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짜내야 할 고름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문제"라며 "1년이 됐는데 진상 규명을 하지 않으면 덮어지는 게 아니라 고름이 안에서 점점 더 깊어지기에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