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예고된 회생절차, 수익성 악화·점포 매각 '악재만 쌓인' MBK 10년

▲ 서울회생법원은 4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받아들였다. 홈플러스의 유동성 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

[비즈니스포스트] 홈플러스가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신청을 받아들였다. 

여러 해 전부터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는 말이 나돌았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9년 넘게 점포 매각과 인력 감축 등을 반복한 탓에 홈플러스의 경쟁력이 약화했다는 지적이었다.

이날 대형마트업계와 홈플러스 노조 등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것은 납품기업에 대금을 제때 지급하기 어려운 환경에 노출됐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홈플러스의 납품대금 지급에 문제가 생겼다는 말이 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1월부터 납품업체의 선택에 따라 한두 달 뒤 대금을 지급해주는 대신 정산이 지연된 데 따른 이자를 주고 있다.

납품업체에 정상적으로 줘야 할 대금의 지급 시기를 미룬 것은 단기적 유동성 확보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시선이 자연스럽게 따라 나왔다.

홈플러스는 애초 지난해 초부터 단기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2월경 2024년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8천억 원을 상환하기 위한 재융자(리파이낸싱) 문제를 겪은 바 있으며 지난해 9월에는 기업어음과 전자단기사채를 2023년 같은 기간의 4배 규모로 발행했다.

여기에 최근 신용평가기관들이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줄줄이 하향조정한 것이 기업회생절차 개시의 방아쇠를 당긴 것으로 보인다.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되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더욱 더 까다로워지며 이자율 상승 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때 드는 비용도 늘어난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2월 말 각각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기존 A3에서 A3-로 내렸다.

한국신용평가는 “홈플러스의 이익창출력이 약화했으며 단기간에 유의미한 실적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자산 매각 등에도 재무 안정성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으며 현금 창출력과 비교해 재무부담이 과중하고 중장기 사업 경쟁력의 불확실성이 확대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홈플러스의 재무에는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홈플러스가 신용평가기관 등에 제출한 결산자료를 보면 2024/2025 회계연도 누적 3분기 기준 매출은 5조3천억 원, 영업손실은 1571억 원이다. 홈플러스가 직전 회계연도를 포함해 이전 3개년 동안 낸 누적 영업손실만 해도 6천억 원가량이다.

한국신용평가는 “현 추세의 실적 흐름과 더불어 국내 정치 불확실성 등에 따른 소비심리 약화, 대법원 통상임금 범위 확대 결정에 따른 인건비 상승 부담 등의 부정적 요인을 감안할 때 지난해 4분기 적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상황이며 4개년 연속 영업손실 발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홈플러스 노조는 MBK파트너스 체제 아래서 추진된 점포 매각이 경쟁력 약화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말 홈플러스를 7조 원가량에 사들인 뒤 2018년부터 경영 효율화를 명분으로 현재까지 20~30개가량의 점포를 매각하거나 폐점했다.

MBK파트너스는 점포 매각과 폐점 등으로 일부 매장의 영업을 중단하면 영업비용을 절감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홈플러스의 매출은 최근 수 년 동안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오히려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영업손실 규모는 2천억 원 안팎이었다.

노조는 1일 성명서를 통해 점포 매각이 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훼손하고 경영위기를 심화할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가 현실이 되었다는 점을 짚으면서 “매각된 점포 가운데 일부는 수익성이 양호했던 매장이었다”며 “점포 감소로 매출이 줄어들고 고객 유입이 줄어들어 남은 점포의 경쟁력도 약화했다”며 “결국 추가적 점포 매각 압박이 커지는 악순환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MBK파트너스가 점포 매각으로 확보한 돈을 경쟁력을 높이는 데 쓰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홈플러스 예고된 회생절차, 수익성 악화·점포 매각 '악재만 쌓인' MBK 10년

▲ 홈플러스 노조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점포 매각 및 폐점, 일부 사업부 매각 추진 등과 관련해 반대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 사진은 2024년 8월22일 MBK파트너스 사무실이 있는 서울 광화문 D타워 인근에서 열린 홈플러스 노조 집회 현장. <연합뉴스>


홈플러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 체제 아래에서 홈플러스의 미래를 위한 재투자에 미흡했다는 의견이 많다”며 “이에 따라 현금흐름 등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MBK파트너스는 점포 매각 등으로 얻은 수익을 홈플러스 인수를 위해 빌렸던 차입금을 갚는데 쓴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으로 MBK파트너스가 갚은 돈은 약 4조 원가량이다.

홈플러스가 앞으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대형마트 업황이 전반적으로 어두운 상황에서 점포 매각과 제한된 투자로 경쟁력이 약화된 홈플러스가 반등하기 쉬운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홈플러스는 인력 감원과 관련한 문제도 드러내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MBK파트너스 체제 이후 10년 동안 홈플러스 직원은 모두 6천 명 이상 줄었다. 1월에도 부산과 울산, 경남 지역 매장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희망퇴직 신청자 급증에 따라 현장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나자 MBK파트너스는 단기 아르바이트 인력을 전국적으로 모집해 인력을 보충하는 방식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이와 관련해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참가자들이 현실의 극심한 빈곤으로 목숨을 걸고 계속 게임을 하듯이 본인의 선택과 무관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