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 및 알루미늄에 25%의 일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여러 부작용을 고려하면 1기 정부와 같이 다수의 예외조항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기업 및 소비자가 받을 타격과 중국의 반사이익 가능성을 고려하면 트럼프 정부가 결국 이전처럼 예외조항을 대거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이코노미스트는 11일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는 중국을 겨냥한 조치”라며 “그러나 이를 정조준하는 대신 산탄총을 꺼내들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의 일괄 관세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강력한 압박에 나선 셈이다.
미국은 그동안 약 20%의 철강과 40% 안팎의 알루미늄 수요를 캐나다와 멕시코, 독일 등 관세가 적용되지 않는 국가에서 수입에 의존하고 있던 것으로 집계됐다.
자연히 수입 관세가 적용되면 해당 국가들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CNBC는 한국과 일본, 베트남도 이번 관세에 피해를 볼 수 있는 국가로 분석했다. 한국은 미국의 철강 수입 물량에서 캐나다와 멕시코, 브라질에 이어 4위를 차지하고 있다.
관세 영향으로 수입 물량이 줄어들면 자연히 미국 철강업계에 수혜가 예상된다. 현지에서 생산량이 늘어나며 내수 투자를 자극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에도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수 개월만에 다수 국가에 면제 또는 예외조항을 적용하며 이를 사실상 무력화했다.
결국 미국의 철강 생산량도 트럼프 1기 정부 아래에서는 거의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이번 발표에는 “예외 또는 면제 없이 전 세계 모든 국가에 25% 관세를 적용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철강 및 알루미늄 일괄 관세 조치의 실효성 또는 부작용을 고려한다면 첫 임기 때처럼 예외조항을 대거 추가하는 일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힘을 얻는다.
호주 정부가 미국에 즉각 관세 면제를 요청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만에 태도를 바꿔 충분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점도 이런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압박도 여러 국가와 무역 논의에서 협상카드를 쥐기 위한 전략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제시된다.

▲ 미국 US스틸 제철소 사진.
미국에 알루미늄 제련소를 비롯한 설비가 충분히 갖춰지려면 적어도 수 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당장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 관세로 미국 제조기업이 떠안게 될 원가 부담과 이를 뒤따를 물가 상승까지 고려한다면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워싱턴포스트는 관세 인상이 미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을 전하며 이는 수요 위축에 따른 고용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미국 소비자들이 가전제품과 스마트폰, 가구는 물론 주방용품이나 캔 음료까지 가격이 상승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제조기업들이 수입 관세에 따른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철강 사용량이 많은 핵심 산업인 자동차와 농기구 분야에서 타격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제시됐다. 미국 자동차 수요가 이미 부진한 상황에서 관세가 적용되면 가격이 더 오를 수밖에 없다.
트럼프 정부의 이번 관세 부과 결정은 중국 철강업계의 사업 확장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다.
중국은 현재 미국에 철강과 알루미늄을 곧바로 수출하는 대신 캐나다와 멕시코 등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우회 수출하고 있다. 일괄 관세는 이를 차단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다만 중국이 유럽과 동남아 등 지역에 수출을 확대하며 미국의 수입 감소를 글로벌 시장 지배력 강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이 강력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이를 빌미로 미국에 더 강력한 무역보복 조치를 도입한다면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 더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어 트럼프 정부를 향한 여론 악화를 이끌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무역협상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완전히 현실화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뉴욕포스트는 “트럼프 정부의 전략은 단순히 관세를 인상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레버리지로 삼아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내는 것”이라며 “철강 관세 전략이 성공한다면 국제 무역 관계를 재정립하고 미국의 산업 발전을 주도하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