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그룹이 유럽에서 하이브리드차 판매 호조에 힘입은 도요타그룹에 현지 판매 4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소형 전기 신차를 투입해 판매 증대를 노린다. 사진은 이달 유럽 출시를 앞둔 현대차의 소형 전기차 '인스터 크로스'(캐스퍼 일렉트릭). <현대자동차>
강력한 하이브리드차 라인업을 갖춘 일본 토요타자동차가 유럽에서 하이브리드차 판매를 늘리며 현대차그룹을 바짝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유럽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최근 유럽 전기차 시장 회복세에 발맞춰 현지 수요가 높은 소형 차급의 전기 신차를 앞세워 반전을 노릴 전망이다.
11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1~10월 유럽(유럽연합+유럽자유무역연합+영국)에서 90만4879대의 자동차를 팔아 8.4% 점유율로 현지 판매 4위를 달리고 있다.
폴크스바겐그룹이 26.2%의 압도적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스텔란티스(15.7%), 3위는 르노그룹(9.6%)이 차지했다. 5위 토요타그룹(7.7%), 6위 BMW그룹(7.0%)이 현대차그룹의 뒤를 이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유럽 판매 4위를 기록했다.
다만 현대차그룹의 올해 유럽 누적 판매량이 전년보다 3.8% 감소한 반면 도요타그룹은 12.5%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점유율 격차가 지난해 1.9%포인트에서 올해 0.7%포인트로 크게 줄었다. 10월 월간 유럽 점유율은 도요타그룹이 8.2%로 현대차그룹(8.0%)을 앞질렀다.
유럽연합(EU)으로 범위를 좁혀 보면 도요타그룹이 올 1~10월 70만8154대를 팔아 누적 기준으로도 현대차그룹(70만3598대)을 제치고 4위를 기록했다. 9월까지만 해도 현대차그룹이 올해 EU 누적 판매량에서 도요타그룹에 3700대가량 앞섰으나, 10월 한달 동안 토요타그룹이 8400대를 더 팔아 순위가 뒤집혔다.
올해 유럽에서 토요타 약진은 글로벌 전기차시장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맞아 유럽 전기차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올해 1~10월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EV) 판매량은 전년 대비 1.7%,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는 4.1%, 휘발유차는 6.1%, 경유차는 11.3% 줄어든 가운데 유독 하이브리드차(HEV) 판매는 18.9% 증가했다.
도요타그룹은 10월 유럽 판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야리스 크로스, 소형 해치백 야리스, 소형 SUV C-HR 등의 지속적 인기에 힘입어 올해 들어 판매량을 크게 늘렸다. 특히 10월 토요타그룹은 유럽에서 하이브리드차를 약 6만3천 대 판매했는데, 이는 브랜드 전체 월간 판매량의 75%에 달한다.
올해 유럽 전기차 시장이 역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10월 통계를 보면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6.9% 증가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유럽 비영리 환경단체 유럽운송환경연합(T&E)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EU에서 판매되는 신차 가운데 전기차(BEV)가 차지하는 비중이 20%에서 최대 24%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1~10월 EU 전기차 판매 비중은 13.2%였다.
그 근거로 내년까지 유럽에 2만5천 유로(약 3700만 원) 미만의 전기차 신차가 잇달아 출시되고, EU 최대 전기차 시장인 독일이 전기차 보조금을 재도입하는 점 등을 꼽았다.
이에 발맞춰 현대차그룹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의 소형 전기차를 유럽에 출시하며 현지 판매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10일(현지시각) 독일에서 캐스퍼 일렉트릭(수출명 인스터) 계약 접수를 시작했다. 42kWh(킬로와트시) 배터리를 탑재한 기본 모델 가격은 2만3900유로, 49kWh 배터리를 단 모델들은 2만5400유로부터 시작한다.
상위 모델은 유럽 WLTP 기준 370km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캐스퍼 일렉트릭은 유럽 시장에서 현대차의 전기차 반등을 이끌 전략 차종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기아의 소형 전기차 'EV3'. <비즈니스포스트>
EV3는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활용해 동급의 내연기관 파생 전기차 모델인 니로 EV보다 1회 충전 주행거리를 100km가량 크게 늘리면서도 판매 시작 가격은 더 낮췄다.
EV3의 유럽 WLTP 기준 1회충전 주행거리는 605km에 달한다. 현지 판매 시작 가격은 약 3만6천 유로(약 5400만 원)다.
기아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 EV3보다 몸집을 더 줄인 유럽 현지 전략형 전기차 EV2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목표 가격은 2만5천 유로로 잡았다.
기아는 유럽 등 세계 주요 시장에서 EV3를 시작으로 EV2, EV4, EV5 등 총 6종의 전기차를 출시하고, 이들 전기차 대중화 모델 판매량을 올해 13만1천 대에서 2026년 58만7천 대로 4배 넘게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도요타그룹이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판매하는 야리스와 CH-R은 모두 소형 차인 반면 현대차그룹의 유럽 베스트셀러는 투싼과 스포티지 등 준중형 SUV로, 유럽 인기 차종 가운데 차체가 가장 큰 축에 속한다.
현대차그룹이 현지 수요에 맞춘 소형 전기 신차 출시로 토요타 추격을 따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유럽 자동차 시장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 세계 최대 친환경차 시장인 유럽에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