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의 새 기술 규제에 HBM 자체 개발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기존 공급사를 대체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HBM3 메모리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중국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입경로를 사실상 차단하는 규제를 시행하며 인공지능 기술 발전을 효과적으로 견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기업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존 공급사의 HBM을 대체하려 자체 개발과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기술적 난제를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CNN은 8일 “미국의 새 반도체 규제는 중국의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 중단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조치”라며 기술 발전 속도가 크게 늦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12월 초에 중국 반도체 기업을 대거 블랙리스트에 추가해 미국의 장비와 소프트웨어, 기술 등을 활용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를 발표했다.
특히 이번 규제에는 중국 인공지능 반도체 제조사들이 HBM을 해외에서 사실상 수입할 수 없게 되는 강도 높은 조치가 처음으로 포함됐다.
조사기관 테크인사이츠는 CNN에 “인공지능 반도체에 프로세서와 메모리반도체는 모두 핵심”이라며 “HBM이 없다면 뇌가 있어도 기억력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HBM은 일반 D램과 비교해 데이터를 훨씬 빠르게 전송하고 많이 저장할 수 있어 생성형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등 첨단기술 분야에 주로 활용되는 메모리반도체다.
테크인사이츠는 “일반 D램이 2차선 고속도로라면 HBM은 100차선 수준으로 볼 수 있다”며 해당 부품이 없다면 데이터 병목현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기업들은 아직 HBM을 자체 생산할 능력을 갖추지 못해 사실상 모든 수요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해외 메모리반도체 기업에 의존해 왔다.
미국 정부의 새 규제는 이러한 수입 경로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CNN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지난해와 올해 전체 HBM 시장 점유율의 95% 안팎을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내년에는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바라봤다.
반면 중국 기업들은 이를 사실상 사들이지 못하게 되며 인공지능 관련 사업과 기술 개발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컨설팅업체 앤스포스는 CNN에 “중국은 미국의 규제로 고사양 HBM 공급망에서 차단될 것”이라며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이를 자체 생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앤스포스는 중국 업체가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HBM 기술력이 주요 경쟁사보다 뒤처지겠지만 상용화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고 바라봤다.
창신메모리(CXMT)와 YMTC를 비롯한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이 HBM 생산 투자를 선제적으로 진행하며 기술이 완성되면 바로 양산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반도체 제조사들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일반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기술 발전과 생산 확대에 속도를 내며 한국 경쟁사들을 단기간에 턱밑까지 추격했다.
그러나 HBM 시장에서 이런 성과를 단기에 재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술 난이도가 기존 반도체와 비교해 훨씬 높기 때문이다.
테크인사이츠는 “HBM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과정에서 실패할 가능성은 상당히 크다”며 “마치 카드로 집을 짓는 것과 비슷한 과정”이라고 바라봤다.
CNN은 HBM 단가가 일반 D램과 비교해 몇 배 비싼 것도 이러한 기술적 어려움을 반영하고 있다며 개발과 생산에 성공하는 일은 쉽지 않은 과제라고 지적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