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리튬 배터리 상용화 임박, 전기차 캐즘 '보릿고개' 탈피 열쇠로 주목

▲ 리튬이온 배터리 구성을 일부 변경해 성능을 높인 차세대 배터리들이 5년 안으로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꿈의 배터리’, ‘배터리의 성배’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가 시장에 나오기 전 징검다리 역할이 기대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전기차에 가장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구조만 일부 바꿔 성능을 개선한 차세대 배터리들의 상용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배터리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는 주요 업체들이 일러야 2028년 양산 체제를 갖춘다는 중장기적 목표를 세워 뒀다. 그 사이 차세대 리튬이온 배터리는 과도기 징검다리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과 블룸버그 등 외신을 종합하면 주행거리와 수명을 크게 개선한 전기차 배터리들이 이르면 2025년부터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칼럼니스트 크리스토퍼 밈스는 12일자 월스트리트저널 칼럼을 통해 최근 배터리들의 개발 추세가 리튬이온 구조를 기반으로 성능 개선을 노리는 방식으로 이뤄져 개발 속도가 빨라졌다고 바라봤다.  

이들 차세대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생산시설에서 제조할 수 있고 기존 공급망과 호환도가 높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블룸버그를 보면 전 세계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설비에 투입된 자금 규모는 2023년 한 해에만 300억 달러(약 41조7300억 원)로 집계됐다. 

배터리의 주원료인 리튬을 나트륨(소듐) 등 다른 화학 물질로 대체한 배터리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투자 규모로 기술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리튬을 완전히 대체하려던 노력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며 “향후 상당한 성능 향상을 이뤄낸 리튬이온 배터리들이 조만간 시장에 출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현대차 및 SK가 투자한 미국 배터리 제조사 ‘SES AI’를 주목할 만한 배터리 기업으로 꼽았다.

SES AI는 리튬금속 배터리를 개발하는 업체다. 이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흑연 음극재를 리튬 금속으로 대체한 제품을 뜻한다. 

2026년부터 완성차 업체들의 차량에 탑재를 목표하고 있다. 투자사인 현대차를 비롯해 미국 GM, 일본 혼다와 협력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리튬금속 배터리 기술 확보에 착수했다. 올해 1월 미국 배터리 개발 벤처기업 사이온 파워(Sion Power)에 지분을 투자해 리튬금속 배터리 기술 선점에 나선 것이다. 

배터리 전문매체 배터리뉴스의 17일 보도에 따르면 사이온 파워는 독일 뮬바우어 그룹의 계열사와 손잡고 제조 설비 구축에 나섰다. 
 
차세대 리튬 배터리 상용화 임박, 전기차 캐즘 '보릿고개' 탈피 열쇠로 주목

▲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SES AI의 생산 설비에서 직원들이 리튬금속 배터리 시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SES AI는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한국 충주시에도 생산 공장을 두었다. < SES AI >

그 외에 CATL의 ‘반고체 배터리’, BYD가 자체 개발한 신형 블레이드 배터리, 테슬라의 원통형 4680 배터리들도 본격적으로 양산을 앞두고 있다.  

전기차는 최근 높은 가격과 충전속도 그리고 상대적으로 짧은 주행거리 등 한계가 부각되며 ‘얼리어답터’ 수요 확보 이후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전기차를 전방산업으로 둔 배터리 업체들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한국 배터리 기업들도 올해 1분기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을 제외하면 사실상 적자를 보이며 고전하는 상황에 놓였다.

한국 배터리3사를 비롯해 토요타와 CATL 등 완성차 기업과 배터리 업체들 대다수는 기존 배터리의 약점을 개선해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 잠재력 있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기술 난도가 높고 개발에 장시간이 소모되다 보니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전까지 리튬이온 배터리의 꾸준한 기술 개선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토요타의 전고체 배터리 출시 목표는 애초 2025년이었으나 2027~2028년으로 지연됐으며 이 역시 또한 달성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시각이 많다.

출시가 불확실한 전고체 배터리 외에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보릿고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잠재력 있는 기술로 차세대 리튬이온 배터리들이 주목받는 셈이다. 

주요 전기차 시장인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전기차 확대를 국가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차세대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에 힘을 보태는 요소다. 

전기차 도입을 늘리기로 한 시한이 본격적인 차세대 리튬 배터리 등장 시기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리튬이온 배터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점진적으로 개선돼 왔는데 향후 5~10년 동안은 빠른 성능 향상을 가져오는 새로운 배터리 기술이 꾸준히 등장할 것”이라며 “이는 전기차 보급과 전기차 제조업체의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