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현안 떠오른 50인 미만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연장, 실시 50일 앞 여야 입장 차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사진 왼쪽)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월7일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위해 각각 국회의장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정부와 국민의힘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유예기간의 2년 연장을 추진하기로 결정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이 국회 현안으로 떠올랐다.

유예기간을 늘리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기간 연장의 열쇠는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쥐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더라도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유예기간 종료가 두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양당의 시각 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여하는 2+2 협의체의 핵심 논의대상에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이 포함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 또는 사업장, 공중이용시설 및 공중교통수단을 운영하거나 인체에 해로운 원료나 제조물을 취급하면서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 등을 규정한 법률이다.

2022년 1월 상시 근로자 50명 이상인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2024년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의 사업장까지 적용 대상이 확대된다.

하지만 50인 미만 기업의 영세성과 인력 부족 등을 고려해 적용을 2026년 1월26일까지 2년 더 미루는 내용을 담은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의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치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기간 연장에 관한 논의가 이뤄질 조짐이 보이자 중소기업계와 노동계는 각각 찬성과 반대 의사를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5일 국회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적용 유예 연장 반대!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중단 촉구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열었다.
 
국회 현안 떠오른 50인 미만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연장, 실시 50일 앞 여야 입장 차이

▲ 민주노총이 5일 오후 국회 인근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중단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노총도 같은 날 국회 본관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기간 연장 반대 시위를 열었다.

민주노총은 노동자 10만 명 국민동의청원을 시작으로 산재 피해자 유족의 단식, 전국적인 시민사회 등과의 연대해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펼치기로 결의했다.

또 국회 앞 천막 농성을 시작하고 반대 서명에 참여한 노동자 시민의 목소리를 민주당에 전달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반면 같은 날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국민의힘 윤제옥 원내대표를 만나 '50인 미만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촉구' 서명운동 결과를 전달하고 유예기간 연장 필요성을 호소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 준비 시간을 주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결정"이라며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하면 소규모 사업장은 기업 운영을 포기하거나 범법자만 양산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국회 현안 떠오른 50인 미만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연장, 실시 50일 앞 여야 입장 차이

▲ 중소기업중앙회 등 4개 단체가 12월5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를 만나 서명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중소기업계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의 유예기간 연장 요구를 쉽사리 수용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정부가 대충 여론으로 밀어붙이고 당연히 ‘해줄거다’라는 안이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현재로선 논의의 시간이 점점 사라지고 있고 제 마음의 문도 닫혀 있다는 것을 정부와 여당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홍 원내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예기간 동안 법 적용 준비를 하지 않은 정부의 공개 사과 △앞으로 2년간 구체적인 계획과 재정지원 방안 △2년 후 모두 적용한다는 정부와 관련 경제단체의 합의서 등을 논의 조건으로 제시하며 여지를 남겼다.

국민의힘도 법률 개정안 처리를 위해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나타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6일 정책의원총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기업 적용) 2년 유예와 대법원장 인사청문회의 원만한 처리를 위해 민주당의 어떤 요구도 수용하겠다는 자세로 대승적으로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부여당이 민주당의 요구와 관련해 구체적 방안을 갖고 논의를 타진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7일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논의와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정부여당이 조건을 갖춰서 가지고 야당을 찾아와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그냥 (유예기간 연장) 해달라고 하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홍익표 의원실 관계자도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주요 법안은 양당 정책위의장과 원내 수석 간 협의체에서 논의될 것”이라면서도 “앞서 제시했던 세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민주당의 입장을 고려할 때 국민의힘은 12월 국회에서 논의를 진척시킬 수 있는 대안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기간의 종료 시점까지 50일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을 갖고 12월 임시국회를 오는 11일부터 소집하기로 했다. 예산안과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12월 20일과 28일 두 차례 열린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