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HMM의 상반기 실적이 공개되면서 경영권 매각의 셈법이 다시 복잡해지게 됐다.  

현재 다수의 그룹사들이 HMM 인수전 관련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HMM의 이익하락세가 3분기에도 이어진다면 인수전의 대전제가 흔들릴 수도 있다. 
    
HMM 성수기 효과 사라지니 이익체력 뚝, 연내 경영권 매각 추진에 먹구름

▲ 업황 악화의 여파로 HMM의 이익률이 악화되고 있다. 향후 실적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HMM의 인수전 참여 움직임을 보이는 그룹사들의 머릿속도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HMM이 시장 컨센서스보다 저조한 실적을 거두면서 향후 HMM을 품게 될 그룹사가 ‘승자의 저주’에 빠질 우려가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HMM 2분기 실적에 대한 기존 시장의 컨센서스는 매출 2조1107억 원, 영업이익 2669억 원이었다. 하지만 실제 매출 2조1300억 원, 영업이익인 1602억 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 측면에서 시장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다고 볼 수 있다.

이에 HMM의 '이익 마지노선’이 되는 해운운임 수준을 재고해야한다는 의견이 심심찮게 보인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분기 평균 984포인트로 1분기 평균 968포인트보다 운임수준이 약간 높아졌음에도 오히려 영업이익률은 2분기 7.5%로 1분기 14.7%보다 낮아지는 등 엇갈린 양상을 보이고 있다.

HMM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전반적인 시황을 나타내는 지표이다”며 “노선 별로 운임추이가 다르고 선사별 노선 비중이 다른 점을 감안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는 미주노선과 유럽노선의 운임추이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HMM이 제공하는 평균운임률은 올해 1분기 1061달러에서 983달러로 낮아진 것으로 확인된다.

HMM의 판매비와관리비는 지난해 상반기와 올해 상반기 모두 1700억 원 대로 큰 차이가 없다. 매출원가 역시 올해 상반기 3조5687원, 지난해 상반기 3조6889억 원으로 운임에 따른 매출 변동이 HMM의 이익률을 좌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HMM 역시 해운운임 회복에 무작정 기대기보단 이익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올해 6월 인도-지중해 신규 컨테이너 운반 서비스를 개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HMM이 견실한 이익체력을 입증하는 일은 현재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HMM 경영권 매각의 대전제이기도 하다.  

HMM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해운업황이 ‘역사적인’ 고점을 찍으면서 현금보유량만 12조 원이 넘는 초우량기업이 됐다. 하지만 2010년대까지만 해도 해운업계의 제살 깎아먹기식 운임경쟁으로 인해 적자의 늪에 빠져있었다.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 SM그룹, LX그룹, 동원그룹, 글로벌세아그룹 등이 HMM 경영권 매각 관련 투자설명서(IM)를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은 자산규모 측면에서 HMM보다 우위에 있다고 보기 힘들다. 거금을 들여 HMM을 인수를 추진했다가 해운업황 악화가 지속된다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와 같이 실패한 M&A 사례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자금력이 충분한 대기업 후보가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현재로서 낮아보인다. 

잠재적인 인수후보로 거론됐던 대기업인 현대차그룹, 포스코그룹은 인수에 선을 긋는 등 구체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의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보유한 영구채 2조6800억 원 가운데 1조 원 규모를 주식으로 전환해 매각대상 물량에 포함시킬 예정으로 예상 매각가격은 5조~8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해운업계의 성수기인 3분기에도 반등의 기미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11일 펴낸 HMM 종목보고서에서 “업황 회복에는 장기간 시일이 소요될 것이다”며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성수기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HMM 역시 상반기 실적발표 자료에서 “컨테이너선 사업은 발주된 신조 선박의 인도와 항만 및 내륙 공급망 정상화로 인하여 전 항로에서 수급불균형인 상황이다"며 "단기간 내 큰 폭의 운임 반등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컨테이너 업황 싸이클이 하향국면을 맞으면서 2010년대의 운임경쟁 양상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해운선사들이 해운업 호황기에 2021년과 2022년 발주했던 신규 컨테이너 선박들이 올해부터 차례로 인도되면서 컨테이너선 공급이 늘어날 것이 뻔한 상황이다. 

HMM 역시 2024년 상반기 12척을 인도받으며 선복량 15만TEU가, 2025년에는 메탄온 추진선박 9척을 인도받아 선복량 9만TEU가 늘어나는 등 선복량 경쟁대열에 합류할 태세를 보인다.
 
HMM 성수기 효과 사라지니 이익체력 뚝, 연내 경영권 매각 추진에 먹구름

▲ 해운업계 1, 2위(선복량 기준)인 MSC와 머스크가 동행을 끝낼 것을 예고함으로서 해운업계의 미래 불확실성이 늘어났다. 해운동맹 2M의 해체가 미칠 영향을 섣불리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각자도생하는 해운선사들의 운임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은 다분하다. 


또한 글로벌 해운업계 1, 2위인 스위스의 ‘MSC’와 덴마크의 ‘머스크’는 2025년 1월부터 해운동맹 ‘2M’을 해체하고 각자도생에 들어가기로 했다. 해운동맹은 해운선사들의 이합집산으로 생겨난 일종의 운임 카르텔로 해체 시 해운시장 재편의 가능성이 있다.

물론 HMM이 2010년대보다는 낮은 운임수준에서도 버틸 수 있는 이익체력을 갖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HMM 관계자는 “대형 컨테이너선 비중확대, 친환경 설비의 선제적 도입 등으로 코로나19 이전보다 이익을 낼 수 있는 여지가 확대됐다”고 말했다.

HMM 올해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1300억 원, 영업이익 1602억 원, 순이익 3127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57.7%, 영업이익은 94.5%, 순이익은 89.4% 각각 줄어든 것이다. 영업이익률은 7.5%로 나타났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