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중대 품질 하자 제로를 목표로 품질경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건설업계 전반에서 시공 품질을 향한 불만이 커지고 미흡한 품질 관리가 사고로까지 이어지는 형편이다. 현대건설도 품질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해 엄격한 시공품질 평가와 신기술 도입 등으로 사업위험을 관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품질조직' 꾸리고 안전보건 투자 확대, 윤영준 중대하자 제로 목표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중대 품질 하자 제로를 목표로 품질경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최근 상반기 실적발표 행사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에서 품질조직 운영 및 기술개발을 통한 2023년 중대 품질 하자 제로(0)를 향한 의지를 나타냈다.

품질과 안전이 긴밀하게 연결되는 만큼 현장에만 품질을 맡기지 않고 유기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윤영준 사장은 21일 공개한 ‘2023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서 “현대건설은 타협 없는 안전과 믿음에 보답하는 품질을 제공하며 기업과 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길을 열어가고자 한다”고 품질과 안전을 강조했다. 

윤 사장은 시공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 말 품질경영 조직체계를 개편했다. 전략기획사업부 산하 품질전략실(31명)이 품질경영을 기획하고 사업본부품질팀(43명)이 이를 지원하며 현장 품질관리자가 이를 수행한다. 

품질전략실은 품질경영시스템 구축 및 품질하자 발생예방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며 Q-전략팀, Q-ENG팀, Q-Audit 등 3개 팀이 배속돼 있다.

전략팀은 품질 기획을 총괄해 교육 및 현장 품질 관리시스템 운영을 맡고 Q-ENG팀은 국제표준화기구(ISO) 인증, 입찰·기술 지원 등을 관리한다. Q-Audit팀은 전반적 품질점검 및 평가를 진행한다.

현대건설은 연구개발조직인 기술연구원의 기반기술연구실 아래 안전품질연구팀도 두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해 하자보수로 869억 원을 써 건설사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을 지출했다. 이어 포스코이앤씨(744억 원), GS건설(713억 원), DL이앤씨(707억 원), HDC현대산업개발(599억 원), 대우건설(476억 원), 롯데건설(324억 원) 등으로 집계됐다. 

국토교통부에서 2022년 기준으로 집계한 하자심사·분쟁조정 및 재정건수 합계도 현대건설이 112건으로 가장 많았다. 대우건설(90건), GS건설(52건), 현대엔지니어링(51건), 롯데건설(46건), HDC현대산업개발(31건), 포스코이앤씨(26건), DL이앤씨(17건) 등으로 나타났다. 

주택매출 및 사업장 기준과 비교할 필요가 있지만 현대건설을 향한 품질 불만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여겨진다.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은 힐스테이트포항에 입주민들이 누수·균열 등으로 민원을 제기하자 4월29일 포항시 공동주택 품질점검단이 품질점검을 실시한 사례도 있다.

이에 윤영준 사장은 품질 개선에 역량을 집중하고 이를 통해 안전관리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건설은 건설자재 가운데 품질의 편차가 큰 레미콘은 기준치 이상의 품질을 갖춘 레미콘이 타설될 수 있도록 품질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실제 현대건설은 콘크리트 품질문제 예방시스템 Q-Con을 도입해 지난해와 비교해 콘크리트 불량률이 50%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Q-Con은 인공지능에 기반을 둔 콘크리트 품질 문제 예방시스템으로 콘크리트 타설 이후 강도와 품질을 예측해준다.

현대건설은 3M과 협력해 유공유리분말을 활용한 콘크리트를 개발한 뒤 지난해 10월 현장에 적용하기도 했다. 유공유리분말(Hollow Glass Power)은 미세한 분말 형태로 이뤄진 구형의 신재료를 말한다. 이를 활용해 고강도 콘크리트의 작업성을 확보할 수 있고 점성이 낮고 높은 하중을 견딜 수 있게 된다.

현대건설은 3월 삼표와 협업해 초저수축 균열 저감 콘크리트를 개발해 현장에 적용하고 5월에는 스위스 건설자재 전문기업 홀심(Holcim)과 ‘저탄소 건설재료 공동개발 및 기술협력 업무협약(MOU)’을 맺는 등 기술협업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윤 사장은 또 품질을 높이고 안전보건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내·외부의 검증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자체적으로 안전보건 투자를 늘리고 안전점검 횟수도 늘리기로 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안전보건 투자에 1706억 원을 집행하기로 했다. 투자규모는 2020년 1099억 원, 2021년 1349억 원, 2022년 1658억 원에 이어 지속 늘어나고 있다. CCTV, 스마트기술, 안전시설비, 교육훈련비 등 안전보건 분야에 투자해 중대재해를 감소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현대건설은 2020년 이후 상승한 임직원 근로손실재해율(건수/백만 근무시간), 협력사 근로손실재해율(건수/백만 근무시간)도 낮추려 한다. 

현대건설의 올해 임직원근로손실 재해율과 협력사 근로손실재해율 목표는 각각 0.30, 1.89다. 이는 지난해 0.317, 1.988보다 소폭 내려잡은 것이다. 

이와 함께 현장 품질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 실질적 품질향상을 이뤄내려 한다. 현장지원(Q-Support), 현장관리(Q-Pocket)를 통해 외부기관 점검 전 현장을 모니터링하고 하자 및 결함 최소화를 위해 부적합 사례를 적극 발굴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현대건설 '품질조직' 꾸리고 안전보건 투자 확대, 윤영준 중대하자 제로 목표

▲ 현대건설의 실시간 스마트 품질관리 시스템. <2023 현대건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현대건설은 자체적 노력을 외부 검증을 통해 신뢰성을 높이겠다는 복안도 마련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제3자 시공품질평가를 97회 수행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착공 전 설계 단계에서 위험을 발굴·개선하고 최적 공법을 도출한 뒤 착공 뒤에는 제3자 시공품질평가(Q-TPI) 제도를 도입해 외부전문가로부터 품질평가를 받겠다는 것이다. 

착공 이후 외부전문가를 통한 협력사의 단계별 시공품질 진단·평가를 바탕으로 현장 협력사의 입찰제한 기간을 차등 적용하고 등급을 부여해 구매 협력사 품질관리 체계도 고도화한다. 

현대건설은 협력사에도 품질경영을 확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협력사 품질지원 컨설팅 프로그램(Q-Consulting)과 반기별 협력사 품질평가 등을 통해 품질 수준 진단과 맞춤지원을 실시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글로벌 건설리더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품질기반의 안전관리에 경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주택사업뿐 아니라 국내외 인프라 프로젝트 수주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수익성 개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