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배터리 소재도 탈중국, 최정우 포스코 2차전지 소재사업 확대 기회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가운데)이 3월 아리헨티나 살타주에서 열린 아르헨티나 염호 리튬 상용화 1단계 착공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포스코그룹>

[비즈니스포스트]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2차전지 소재 공급망 구축에 더욱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배터리 소재의 탈중국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어 포스코가 소재 공급망을 탄탄하게 구축한다면 기회의 땅이 열릴 수도 있다. 

9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앞으로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완화법안(Inflation Reduction Act of 2022)’이 시행되면 소재 확보 경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원래 인플레이션 완화법안은 기후변화 대응·에너지 안보·약값 인하 등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한편 관련 재원 마련을 위해 대기업에 최소 15% 법인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그런데 법안에는 배터리와 관련해 전기차 관련 세제혜택 조항을 통해 전기차의 탈중국 기조를 구체화한 내용이 담겼다. 전기차 제조뿐 아니라 탑재된 배터리에도 미국 혹은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한 국가에서 생산된 배터리소재가 일정비율 이상 들어가 있어야 세제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특히 2024년 12월31일 이후 출시 및 등록된 전기차의 배터리에 포함된 특정 광물이 중국으로 대표되는 우려 국가에서 추출 및 제조, 재활용되는 경우 전기차 세제혜택을 받을 수 없다.

배터리 부품은 2023년 12월31일 이후 출시나 등록된 차량의 배터리에 중국산 부품이 포함되면 세제지원에서 제외된다.

이 법안은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상원을 통과하면서 하원 통과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서명만 앞두고 있다. 하원은 상대적으로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확보하고 있어 이번 주 안에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에게 이런 미국의 움직임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최 회장은 철강기업 이미지에서 벗어나 포스코그룹을 친환경 종합소재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에 향해 뛰고 있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그룹이 철강 비중이 여전히 높다는 점에서 비철강사업으로 대표되는 2차전지 소재사업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최 회장은 올해 3월 열린 포스코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주회사 전환을 발판삼아 철강, 2차전지 소재,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건설·인프라, 식량(Agri-Bio) 등 7대 핵심사업 분야 사이 균형성장을 가속화하고 사업정체성 또한 철강에서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거듭나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선도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로 자리매김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인플레이션 완화법안에 따라 포스코그룹은 2차전지 소재사업을 빠르게 키울 가능성이 크다.

포스코케미칼은 포스코그룹의 공급망 구축에 따른 누적 효과로 2차전지의 주요 원재료인 리튬 자급화를 실현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다른 글로벌 2차전지 소재회사들보다 앞설 수 있다.

리튬은 양극재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원료다. 최근 전기차 가격이 오른 데에는 리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배터리 가격 인상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포스코홀딩스가 건설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염호 기반 수산화리튬 생산공장은 2024년 가동을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포스코케미칼의 양극재 리튬 생산에서 자급률이 102%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다른 소재기업들이 중국산 리튬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포스코 쪽은 상대적 경쟁 우위에 설 수 있다. 현재 전세계 리튬 생산량의 65~73%가 중국에서 나온다.

최 회장은 리튬뿐 아니라 2차전지 소재의 주요 원료가 되는 다른 광물의 확보를 위해 모두 25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포스코그룹은 2026년까지 그룹 전체 사업에 모두 53조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절반가량을 2차전지 공급망 구축에 쏟아붓는 셈이다.

이미 포스코홀딩스 자회사인 포스코아르헨티나, 포스코리튬솔루션, 포스코HY클린메탈 등은 염수, 광석, 폐배터리 재활용 등을 통해 리튬을 포함한 주요 원재료를 확보할 기반을 마련해뒀다.

아직까지 천연흑연을 바탕으로 하는 음극재의 중국 의존도는 높지만 이 또한 자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는 천연흑연을 중심으로 하는 음극재와 인조흑연을 사용하는 음극재 모두 사용되는데 인조흑연은 이미 국산화에 성공해 포스코케미칼이 자체 생산하고 있다.

천연흑연과 관련해서도 흑연 광산을 운영하는 회사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공급망 다각화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포스코는 2020년 12월 호주 블랙록마이닝 지분 15%를 750만 달러(약 84억 원)에 인수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블랙록마이닝은 탄자니아 마헨지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 광산회사다.

포스코케미칼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자체적으로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는 점도 수주에 하나의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마케팅에서도 자체 공급망 확보와 관련해 알리면서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포스코그룹이 이처럼 공격적 투자를 벌이고 있지만 전세계의 다른 소재기업도 공급망을 중국에서 다른 곳으로 바꿔야 하기에 소재기업들 사이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특히 중국이 2차전지 소재 관련 공급망에서 절대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어 다른 곳에서 안정적으로 공급을 받는 일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천연흑연인 정제흑연과 관련해서 2020년 기준으로 중국이 전세계 생산량의 73.3%를 차지하고 있다. 리튬도 전체 생산량의 65~73%가 중국에서 생산된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요 광물과 관련해 한국 업체들이 미국의 새로운 법안의 수혜업체로 부각될 가능성은 낮다”며 “다만 양극재와 음극재, 음극기판 등 전극재료와 관련한 업체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미국 현지 생산량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