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일론 머스크, 트위터 ‘적대적 인수합병’ 대비해 여론전 강화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비즈니스포스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트위터 지분 전체를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은 뒤 트위터 경영진 및 지지자들과 머스크 CEO 지지자들 사이 의견이 충돌하며 치열한 여론전이 벌어지고 있다.

머스크 CEO가 트위터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 적대적 인수합병을 추진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앞으로 여론 변화가 트위터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18일 “일론 머스크의 인수 제안을 두고 트위터 이사회가 방어적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설전이 불붙고 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 CEO는 현지시각으로 16일 트위터를 통해 이사회의 관심이 트위터 주주들과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다며 이사회 구성원들이 지분을 거의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자신이 내놓은 트위터 인수 제안이 주주들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인데 트위터 이사회가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인수를 반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머스크 CEO는 1분기에 트위터 지분 약 9%를 사들여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이에 그치지 않고 트위터 지분 전량을 사들여 자진 상장폐지하겠다는 제안을 트위터 이사회 측에 최근 전달했다.

트위터 이사회는 머스크 CEO의 제안에 부정적 반응을 내놓으면서 머스크 CEO가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할 가능성을 고려해 대응 전략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을 추가로 발행해 머스크 CEO가 추가 지분을 확보하기 더 어렵도록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머스크 CEO가 적대적 인수합병을 위해 자금을 조달한 뒤 지분을 더 사들인다면 결국 주주 표결에 따라 트위터 경영권의 향방이 결정되는 상황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결국 주주들의 여론을 어느 방향으로 이끌어내는지가 앞으로 머스크 CEO의 트위터 인수 시도에 최대 변수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 CEO도 이런 점을 고려해 자신의 인수 제안이 주주들에게 더 나은 방향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여론전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가 제안한 트위터 인수 가격은 1주당 54.2달러로 1월28일 종가 기준 트위터 주가에 약 50% 프리미엄을 붙인 수준이다.

머스크 CEO를 지지하는 트위터 이용자들은 그가 트위터에 완전한 표현의 자유를 제공해 플랫폼을 더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인수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잭 도시 트위터 창업주마저 현지시각으로 17일 트위터 이사회가 계속 회사 운영 기능과 기업가치를 저하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사회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테슬라 일론 머스크, 트위터 ‘적대적 인수합병’ 대비해 여론전 강화

▲ 트위터 모바일앱 이미지.

반면 워싱턴포스트는 논평을 통해 머스크 CEO가 트위터 인수에 실패하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내며 트위터의 엄격한 표현 검열 정책은 그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쌓은 노하우가 반영되어 있다고 바라봤다.

머스크 CEO가 평소 주장하던 대로 트위터에 완전한 표현의 자유를 허용한다면 가짜뉴스가 급속도로 퍼지고 특정 집단을 혐오하는 발언이 허용되는 등 부정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최대 커뮤니티 ‘레딧’의 이샨 왕 전 CEO도 머스크 CEO가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에 따른 후폭풍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어느 정도의 검열은 반드시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 의회전문지 더힐은 워싱턴포스트의 논평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며 민주주의를 위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공산주의자의 생각이라는 미국 공화당 의원의 말을 전했다.

머스크 CEO의 트위터 인수 시도가 정치적 논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셈이다.

양쪽의 주장이 팽팽히 맞붙고 있는 만큼 당분간 트위터의 운명을 두고 열띤 논쟁이 계속 이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 인수를 추진하는 머스크 CEO의 진정성 자체에도 의문이 나오고 있다.

머스크 CEO가 과거 테슬라 주식을 모두 사들여 자진 상장폐지하겠다고 밝히는 등 돌발 발언을 내놓은 적이 있지만 이는 결국 현실성 없는 주장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현재 그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은 트위터 지분을 모두 인수하기 충분한 수준이지만 현실적으로 테슬라 주식을 매도하지 않는 이상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머스크 CEO가 목적도 분명하지 않은 트위터 인수를 위해 자신이 창업한 최대 기업인 테슬라의 지분을 매각할 정도로 무리한 일을 벌일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증권사 제프리스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트위터를 사들이고 서비스 운영 정책을 바꾸는 일이 물건을 사는 것처럼 간단히 이뤄질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며 현실성이 다소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뉴욕타임스는 머스크 CEO 측근의 말을 인용해 그가 트위터 검열 정책을 완화한다는 것 이외에는 트위터 인수 뒤 계획과 관련해 뚜렷한 비전을 내놓은 적은 없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