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에 수면시간 줄고 무호흡증 늘어,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나비효과' 주목

▲ 5월31일 강릉 경포대에서 해양 동호회 회원들이 열대야가 지나간 이른 아침에 바다에 뛰어들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각지에서 극심한 폭염이 발생하면서 열대야도 예년보다 빨리 찾아오고 있다.

높은 밤 기온은 수면 시간을 줄일 뿐만 아니라 수면 무호흡증 발생 가능성도 높여 사람들의 건강과 경제에 모두 타격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 전 세계에서 열대야 빨라져, 수온 상승에 영향 받아

28일 BBC, 유로뉴스 등 외신을 종합하면 영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 유럽 전역에서 최근 폭염이 이어지며 밤에도 높은 기온이 나타나는 열대야가 나타나고 있다.

BBC는 영국 런던이 기상 관측 역사상 최초로 5월에 밤 기온이 20도를 넘겼다고 보도했다.

유럽에서는 일일 기온이 가장 낮아지는 밤 시간대 최저 기온 기준 20도를 넘으면 열대야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고온 현상은 이달까지도 이어져 런던 일부 지역에서는 낮 최고 기온이 38도가 넘고 있다. 유로뉴스는 기후 과학자들이 폭염이 닥치면서 열대야가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 각국 기상청에 따르면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다른 국가들도 이번 달 들어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

대서양 반대편 미국에서는 폭염이 좀 더 일찍 찾아왔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미국 남서부에서는 밤 기온이 20도가 넘는 이례적인 현상이 관측됐다.

해양대기청은 열대야 기준을 최저 25도 이상으로 잡고 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3월에 열대야가 발생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미국 국내 382개 지역에서 밤 최고 기온 기록을 새로 썼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5월30일 강원도 강릉에서는 올해 첫 열대야가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19일이나 빠른 기록이다.

한국 기상청은 미국 해양대기청과 마찬가지로 열대야 기준을 25도로 잡는다. 오후 6시부터 아침 9시까지 기온이 이를 넘으면 열대야로 본다.

기상청은 한반도 인근 해역 수온이 높아진 것이 이른 열대야의 원인이라고 바라봤다.

◆ 열대야에 잠 못 이뤄, 수면 무호흡증도 증가

열대야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사람들의 수면 시간을 줄이는 핵심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호주 플린더스대 산하 애들레이드 수면건강연구소가 지난해 10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관측 기온 중간값(12.2도)을 기준으로 기온이 상위 1% 수준(27.3도)까지 오를 때 사람들의 수면 시간은 일평균 15~16분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면 시간이 짧아질 뿐만 아니라 수면의 질도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간 고온 상태에서는 하루 권장 수면 시간에 미치지 못하는 ‘짧은 수면(6시간 이하)’을 겪을 가능성이 평소보다 40%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거주 국가나 거주 지역 인프라 현황에 따라 최대 75%까지도 높아졌다.

고온 환경은 수면 무호흡증 발생 가능성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면 무호흡증은 수면 도중에 숨이 멈추거나 얕아지는 질환이다.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뿐 아니라 증상이 심해지면 산소 공급을 줄여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6월에 애들레이드 수면건강연구소가 발간한 다른 보고서에 따르면 27도 이상 환경에서 수면을 취할 때 사람이 무호흡증을 겪을 가능성은 10도 내외 환경 대비 50%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를 접한 닉 오브라도비치 미국 오클라호마 로리에이트 뇌연구소 데이터 과학자는 내셔널퍼블릭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우리 연구에서도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모든 측정 지표, 모든 지역에서 사람들의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숙면을 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체온을 떨어뜨릴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걱정되는 것은 그렇게 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열대야에 수면시간 줄고 무호흡증 늘어,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나비효과' 주목

▲ 23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 시내에 설치된 온도계가 44도를 기록하고 있다. <연합뉴스>

◆ "수면 부족이 늘어나면 글로벌 경제에도 타격 줘"

중국 난징대학교 연구진이 올해 3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서스테이너빌리티’에 등재한 논문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수면 부족은 2100년까지 누적 약 2조8600억 달러(약 4392조 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을 입힐 것으로 전망됐다.

수면의 질 하락이 노동생산성을 낮추고 보건 지출을 늘리는 등 경제에 직간접적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난징대 연구진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파리협정 시나리오보다 높게 유지되는 상황을 가정하면 2100년까지 1인당 연간 수면 시간이 16시간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리협정은 2015년에 세계 각국이 맺은 기후협정으로 글로벌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아래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수면의 질 하락으로 인한 피해가 냉방 설비 접근성이 떨어지는 저소득층, 개발도상국 시민 위주로 집중돼 불평등을 심화할 것이라는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양극화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라 메드닉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캠퍼스 신경과학자는 내셔널퍼블릭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수면 부족이 누적되면 단순히 피로감을 느끼는 개인을 넘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며 “이는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