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테이너선박이 3월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항구에 정박해 있다.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해운사들은 선박을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으로 우회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K배터리는 중동 리스크로 에너지 전환에 나설 지역에 시장을 넓힐 기회를 마주했지만 공급망 위협이라는 악재에 놓일 위험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1일 포브스와 레스트오브월드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이란 전쟁으로 석유와 가스 시장뿐 아니라 친환경 에너지 공급망 역시 지정학적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포브스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코발트와 리튬 등이 아프리카 내륙에서 채굴된 뒤 서부 항구에서 이란 전쟁 영향권에 든 호르무즈 해협이나 홍해 인근 해역을 거쳐 중국으로 온다고 짚었다.
중국은 배터리용 핵심 광물 가운데 대부분의 생산 및 제련 가공 단계를 장악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핵심 광물과 희토류 가공 능력의 각각 70%와 90%를 차지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3월26일 펴낸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배터리 소재 공급망이 막히면 세계 전기차 공장에서 매달 170억 달러(약 25조655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배터리와 전기차 등 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은 화석연료의 대체재를 넘어 빠르게 성장하는 핵심 산업으로 최근 떠오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세계 재생에너지 시장이 2025년 1조2천억 달러(약 1807조 원) 규모에서 2035년에는 최대 2조 달러(3천조 원)까지 커진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 전망에도 불구하고 배터리를 비롯한 공급망은 여전히 중국 같은 특정 국가에 의존해 지정학 변수에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점은 한국 배터리 업체에도 이번 이란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타격이 번질 가능성을 부각시킨다. 한국 배터리 3사의 중국산 소재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재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양극재 소재인 리튬 수입액의 65%를 중국이 차지했다.
양극재의 바로 전 단계인 전구체와 수산화니켈도 각각 94.1%, 96.4%를 중국에 의존했다. 중동 바닷길이 막히면 배터리 소재 공급망에 타격이 올 수밖에 없는 셈이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양극재 집전체에 쓰는 알루미늄을 비롯해 중국산 소재를 많이 쓴다”고 말했다.
▲ LG에너지솔루션이 운영하는 프론티어리서치랩(FRL) 소속 연구원이 황을 양극재로 활용한 전고체 배터리를 연구하고 있다. < LG에너지솔루션 >
레스트오브월드에 따르면 배터리 소재 광물을 가공할 때 필수적으로 쓰이는 황도 원유에서 추출돼 호르무즈 해협을 주로 통과해 유통된다.
조사업체 CRU의 데이비드 리아 분석가는 레스트오브월드를 통해 “황 공급 부족은 배터리 비용을 상승시킬 것"이라고 바라봤다.
해상 운임도 배터리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컨테이너당 1100~1500달러 수준이던 선박 용선료는 2024년 홍해 항로 파동 당시 4천 달러 이상으로 급등했다. 보험료도 파동 전보다 세 배나 뛰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이어 이란 전쟁에 참전한 후티 반군이 홍해 남부와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막겠다고 나섰는데 2024년의 전례가 반복될 수 있다.
더구나 레스트오브월드에 따르면 이미 반도체와 전기차 등 분야에서 필수 소재나 알루미늄 등 공급 차질 우려도 나왔다.
이란 전쟁이 전기차 생산에 악영향을 미치면 K배터리 3사에도 재료 수급 이어 고객사 수요까지 이중고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으로 보인다.
실제 호르무즈 해협 운항이 막히면서 전기차 기업이 피해를 봤던 전례가 있다.
2023년 말 후티 반군의 홍해 공격으로 선박들이 아프리카를 우회하면서 테슬라나 볼보 등 전기차 기업은 운송 지연을 겪었는데 이번 이란 전쟁으로 이러한 전례가 되풀이될 수 있다.
이란 전쟁이 전기차 생산에 악영향을 미치면 K배터리 3사에도 재료 수급 이어 고객사 수요 악화까지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
결국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및 삼성SDI 등 K배터리 3사는 미국을 비롯한 현지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해서 중국산 의존도를 낮추고 있지만 전쟁 장기화는 불안 요인일 수밖에 없다.
조사업체 상하이메탈마켓은 “세계 배터리 수요가 전기차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및 로봇 등으로 확대되면서 공급망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한국 배터리 기업의 경쟁 초점도 제품 성능에서 공급망 역량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