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반도체 계획 '화성 로켓'보다 어렵다" 분석, 삼성전자 TSMC에 협상 카드 가능성

▲ 일론 머스크의 대형 반도체 공장 프로젝트 '테라팹'이 실현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삼성전자 및 TSMC와 반도체 공급 협상에서 유리하게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도 제시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CEO가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반도체 공장 ‘테라팹’ 구축과 운영 계획을 공식화했다.

반도체 생산 투자에 필요한 비용과 기술력, 공급망 확보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면 테슬라가 단기간에 이를 실현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전기차 전문지 일렉트렉은 23일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테라팹 프로젝트를 발표했다”며 “과거 사례를 살펴본다면 매우 회의적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보도했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텍사스주 오스틴에 250억 달러(약 37조7천억 원)를 투자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단일 건물에서 반도체 설계와 제조, 패키징, 테스트 등 공정을 모두 진행하며 2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및 메모리반도체를 모두 생산한다는 계획을 두고 진행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 xAI가 진행중인 모든 프로젝트에 필요한 반도체를 삼성전자 및 TSMC에서 모두 조달하기 불가능하다는 점을 테라팹 투자에 이유로 들었다.

다만 일렉트렉은 세계 파운드리 1위 업체 TSMC가 2나노 반도체를 양산하기까지 수십 년의 시간과 수천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금을 들였다고 전했다.

이를 테슬라가 현재의 기술력과 투자 여력으로 단기간에 성공시키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테슬라가 TSMC 전체 반도체 출하량의 70%에 이르는 물량을 테라팹 공장에서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점도 비판이 제기됐다.

이는 전혀 현실적 측면을 고려한 목표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렉트렉은 테슬라가 이미 자체 전기차 배터리 및 생산에 이와 유사한 목표를 제시했지만 결국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일론 머스크가 2020년부터 이러한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지만 현재 자체 개발한 배터리의 탑재량은 기존에 제시한 목표치의 2%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의 반도체 계획 '화성 로켓'보다 어렵다" 분석, 삼성전자 TSMC에 협상 카드 가능성

▲ 테슬라 텍사스 '기가팩토리' 공장 홍보용 사진.

일렉트렉은 “배터리 제조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반도체 생산은 이와 차원이 다른 수준의 난이도를 갖추고 있다”며 “더구나 테슬라에는 전혀 경험이 없는 분야”라고 지적했다.

결국 반도체 공장 설립 및 가동과 관련한 일론 머스크의 야심은 결말이 뻔하게 예측되는 프로젝트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만 공상시보는 반도체 공급망 측면의 약점을 지적했다.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여러 장비와 인력 등을 확보하는 일은 난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공상시보는 “2나노 반도체가 충분한 수율을 갖추려면 소재와 장비, 부품 등 수백 가지의 단계가 모두 완벽하게 갖춰져야 한다”며 “하나라도 삐끗한다면 생산 수율은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TSMC나 삼성전자 등 첨단 반도체 제조사들이 갖추고 있는 경험과 우수한 공급망, 전문 인력 등 장점을 테슬라가 재현하려면 매우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투자전문지 더스트리트도 “첨단 반도체 공장 설립에는 2천여 가지의 공정 단계가 필요하다”며 “삼성전자와 TSMC는 이러한 분야에서 수십 년에 걸쳐 기술력을 쌓았다”고 분석했다.

일론 머스크의 테라팹 구축 계획은 매우 야심차고 아이디어도 좋지만 이에 상응하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설명도 있었다.

더스트리트는 테슬라가 자체 반도체 생산 능력을 갖춰낸다면 마침내 전기차 제조사를 넘어 진정한 인공지능(AI) 기업으로 거듭나는 기회를 맞이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앞으로 12~18개월 안에 공장 착공이나 반도체 생산 협력사 선정, 투자재원 확보 방안 등 실체 있는 발표가 이어져야만 한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투자은행 업계에서도 아무리 일론 머스크라도 해도 반도체 생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투자은행 번스타인의 수석반도체 분석가인 스테이시 라스곤은 반도체 공장 구축을 놓고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머스크라면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면서도 "스페이스X를 통해 화성에 로켓을 보내는 일보다 훨씬 어려울 것(actually harder than sending rockets to Mars)"이라고 말했다.

모건 스탠리 분석가들도 "일론 머스크가 어려운 일들을 해낸 이력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이는 '헤라클레스의 과제(Herculean task, 불가능에 가까운 어려운 과업)'처럼 보인다"고 보고서에 썼다.

다만 테슬라의 첨단 반도체 생산 계획이 중장기적으로 TSMC에 충분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테슬라가 이를 반도체 협력사들과 공급 논의에 가격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앞세워 관련 시장에서 주도권을 강화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테슬라는 삼성전자 및 TSMC와 인공지능 반도체 위탁생산 계약을 맺고 있다.

공상시보는 “전문가들은 테라팹 프로젝트 발표를 단기 계획이 아닌 중장기 전략적 차원의 방향 제시로 해석하고 있다”며 “일론 머스크가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성공한다면 TSMC에도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