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헝가리 주민들이 2월26일 삼성SDI 배터리 공장 이슈를 논의하기 위해 시의회가 연 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헝가리 정부는 삼성SDI를 비롯한 해외 배터리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공장을 유치했다. 하지만 경기 부양 효과가 적다는 지적에 환경 논란까지 퍼져 총선 결과에 따라 정책 수혜도 불안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5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헝가리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 산업을 경제 성장 동력으로 삼았지만 경기 침체와 환경 논란이 겹치면서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해외 배터리 기업에 모두 13억 유로(약 2조2288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이를 통해 헝가리는 삼성SDI를 비롯해 SK온, CATL 등 세계 주요 배터리업체의 공장을 유치했다.
이 가운데 삼성SDI는 지난해 헝가리 공장 증설에 따라 3억4400만 유로(약 5900억 원)의 정부 보조금을 받았다.
헝가리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자동차업체들의 생산 기지가 다수 자리잡고 있었다.
글로벌 기업을 연구하는 비영리기구 SOMO의 분석에 따르면 헝가리 정부는 전기차 시대 개화를 앞두고 보조금과 낮은 법인세, 독일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앞세워 배터리 기업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유럽연합(EU)도 전기차 배터리의 역내 현지화를 추진해 헝가리 정부의 정책 기조가 탄력을 받았다.
헝가리 정부는 독일의 자동차 공업지대와 자국 내 배터리 산업의 연결을 내세우며 유럽 내 주요 배터리 생산 거점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경기 침체와 전기차 수요 둔화로 최근 2년 배터리 생산이 줄며 현지 경제 활성화에도 사실상 실패해 총선에서 집권 여당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시각이 많다.
헝가리 씽크탱크 CEU민주주의연구소의 데이비드 카라스 선임 연구원은 “정부가 해외 자본을 우선시한다는 인식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배터리 투자가 정권 지지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헝가리 제1야당인 티서당(TISZA)은 4월12일 총선에서 승리하면 배터리 공장을 대상으로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보조금을 삭감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 헝가리 삼성SDI 공장의 모습. < 삼성SDI >
여론조사업체 자베츠리서치가 2월22일~28일 실시한 총선 지지율 여론조사에 따르면 티서당은 여당인 피데스당을 12%포인트 차이로 앞서고 있다.
이에 더해 삼성SDI 헝가리 공장이 환경 관련 이슈로 유권자 입에 오르내리면서 여당에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삼성SDI 헝가리 공장은 2023년을 전후해 오염물질 배출로 수차례 벌금을 냈다. 또한 헝가리 경찰은 지난 2월27일 폐기물 관리 위반 혐의에 따라 삼성SDI 공장을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뿐 아니라 CATL, SK온의 공장에서도 환경, 노동 문제와 관련해 크고 작은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로이터는 “헝가리 배터리 공장은 여당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배터리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라 산업 육성 전략이 결실을 맺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