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저널] 하나금융지주 오랜 '아픈 손가락' 된 비은행 부문, 함영주 인수합병 아닌 다른 길 모색하는데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비은행 부문을 강조하는 것은 하나금융그룹의 수익 구조에서 비은행 부문이 유독 맥을 못 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비은행 부문의 동반 진출을 통해 수익 기반을 다양화해야 한다.(2025년 신년사)”

“비은행 부문의 성장 저하 등 그룹의 부족한 면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2024년 신년사)”

“비은행 부문의 인수합병(M&A)을 포함해 새로운 영역으로 업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2023년 신년사)”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은 2022년 3월 회장에 취임한 이후 신년사에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비은행 부문’을 언급했다. 함영주 회장이 이렇게 비은행 부문을 지속적으로 강조한 것은 하나금융그룹의 수익구조에서 비은행 부문 아쉬움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올해 3분기 하나금융지주 실적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하나금융지주의 주요 계열사 3분기 순이익을 보면 은행 부문과 비은행 부문의 기여도가 크게 갈린다.

◆ 고착되는 은행 쏠림 현상, 경쟁사와 비교하면 더 심해

하나금융지주는 2025년 3분기 누적 순이익이 3조4334억 원으로 3분기 누적 순이익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은 3조1333억 원을 냈다. 하나금융지주 전체 순이익 가운데 하나은행 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87%에 이른다.

문제는 은행 쏠림 현상이 고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연간 기준 하나금융지주의 은행 부문 순이익 의존도는 84.3%로 올해 3분기보다 2.7%포인트 낮았다. 

지난해와 올해 3분기 누적 실적을 비교해보면 순이익이 12.7% 증가한 하나은행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비은행 부문 순이익은 모두 감소했다. 하나캐피탈이 47.1%로 감소폭이 가장 컸고 하나자산신탁(-35.1%), 하나생명(-26.3%), 하나카드(-7.8%), 하나증권(-6.7%)이 뒤를 이었다. 

경쟁사인 KB금융지주와 비교하면 차이가 두드러진다. KB금융지주는 2025년 3분기 누적 순이익 기준 은행 부문의 기여도가 63%다. KB국민은행의 누적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5% 증가했을 뿐 아니라 비은행 부문인 KB손해보험 또한 3.6% 증가했다. 

KB국민카드(-24.2%), KB증권(-9.2%), KB라이프생명(-2.3%) 등 비은행 부문에서 누적 순이익이 감소하더라도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또 다른 경쟁사인 신한금융지주도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 기준 은행 부문 기여도가 70.6%다. 특히 보험과 증권 부문의 약진이 두드러져 비은행 부문이 강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신한라이프는 3분기 누적 순이익 5145억 원으로 3분기 누적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신한투자증권은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지난해 2488억 원에서 올해 3594억 원으로 44.4% 증가했다.

◆ 최대 실적 쌓아 연임 성공했지만 비은행 부문 아쉬움으로 남아

주요 금융지주는 은행 부문의 실적이 과반을 차지하지만 그 중에서도 하나금융지주의 은행 부문 의존도는 높은 편이다. 

하나금융지주 비은행 부문 기여도는 2021년 32.9%까지 올라간 적도 있다. 하지만 2022년 18.9%, 2023년 4.7%로 급격히 떨어지고 2024년 15.7%를 기록하며 줄곧 20%를 넘지 못했다. 

함영주 회장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내면서 올해 3월 연임에 성공했지만 비은행 부문 기여도는 아픈 손가락일 수밖에 없다.

남은 임기 동안 비은행 부문 기여도를 이전 수준으로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사업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약점을 남기는 셈이다. 

◆ 밸류업 핵심 과제로 비은행 강화 꼽았으나 인수합병 전략은 철회하나

함영주 회장은 연임을 앞두고 직접 비은행 부문 강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올해 2월 하나금융그룹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하나금융그룹의 밸류업’이라는 인터뷰에서 함영주 회장은 “앞으로 그룹의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일에 주력하겠다”며 “최근 부진했던 비은행 부문의 수익기여도를 약 30%까지 끌어올린다면 하나금융그룹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1% 또는 12%를 달성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결국 비은행 부문 기여도를 끌어올리는 것을 그룹 밸류업의 핵심 과제로 꼽은 것이다. 

함영주 회장이 “비은행 계열사가 자체적 경쟁력을 갖출 뿐만 아니라 계열사 간의 협업을 통해서 그룹의 시너지를 높여야 한다”고 말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비은행 부문 강화를 이야기할 때 함께 언급되곤 했던 인수합병(M&A)에 대한 얘기가 이번에는 빠졌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자생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인수합병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조직에 심각한 부담과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비은행 강화 전략을 선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까지 인수합병은 함영주 회장이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주요 전략이었다. 하지만 몇 년 간 굵직한 인수합병 시도가 좌절되면서 함영주 회장이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나금융지주는 2023년 10월 KDB생명 인수를 포기한 전력이 있다. 하나생명과 합치면 업계 19위에서 10위로 단숨에 올라설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있었지만 KDB생명의 재무 악화가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인수를 포기했다. 

롯데카드 또한 2019년 처음 인수를 시도했다가 불발된 뒤로 올해까지 시장에서 주요 인수 후보로만 거론될 뿐 하나금융지주 차원에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주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