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3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사진)이 최근들어 셀트리온의 공격적 목표를 잇따라 번복하면서 시장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공격적인 목표 제시가 반복되는 가운데 실적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셀트리온을 향한 시장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23일 셀트리온 반기보고서와 잠정 실적을 종합하면 셀트리온은 올해 연간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4분기에 약 1조7천억 원의 매출을 거둬야 한다.
서정진 회장은 지난해 말 올해 매출 목표를 5조 원으로 제시했으나, 7월 이를 4조5천억~4조6천억 원으로 한 차례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2조8천억 원 수준에 그치면서 달성은 쉽지 않다.
단순 계산으로도 4분기에만 1조7천억 원의 매출을 올려야 하는데, 이는 셀트리온이 기록한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인 2024년 4분기(1조636억 원)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셀트리온이 한 차례 낮춘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추정치를 평균한 셀트리온의 올해 연결기준 매출은 약 4조2천142억 원으로, 회사가 제시한 목표에 미치지 못한다.
시장에서는 이미 셀트리온이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셈이다.
영업이익 전망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 회장은 7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영업이익 목표를 기존 1조6천억 원에서 1조5천억 원으로 낮췄지만,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6900억 원 수준으로 목표의 절반에 불과하다.
애초 셀트리온은 올해도 안정적 실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목표치에 미달하면서 빛바랜 성적표가 되고 있는 셈이다.
셀트리온은 2025년 3분기까지 연결기준으로 누적 매출 2조8294억 원, 누적 영업이익 6929억 원을 거뒀다. 2024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3.46%, 영업이익은 134.40% 늘었다.
3분기만 따져도 매출은 1조260억 원, 영업이익 3010억 원을 거두며 역대 3분기 가운데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 셀트리온(사진)이 2025년 안정적 실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목표치와 괴리가 발생함에 따라 저평가되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지난해에도 서 회장이 직접 출시를 챙긴 ‘짐펜트라(램시마 SC)’ 매출이 목표치를 크게 밑돌면서 실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주주들의 볼멘소리가 흘러나온 바 있다.
서 회장은 2024년 짐펜트라 매출 목표를 5천억 원으로 제시했지만 실제 매출은 366억 원에 그쳤다.
이처럼 실적이 목표에 미치지 못하자 시장에서는 서 회장의 ‘공격적 목표 제시’가 오히려 신뢰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 회장은 제약바이오업계를 넘어 재계 전반에서도 주주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소통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는 주주총회 현장에 직접 참석해 주주들의 질문에 즉석에서 답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와 올해는 해외 출장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지만, 2024년에는 화상 연결을 통해 주주들의 질문에 직접 답했다.
이 같은 소통 행보 덕분에 소액주주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았지만, 최근 잇따른 목표 미달로 “책임 있는 경영이 필요하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올해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는 일부 주주가 “2025년 매출 목표 5조 원의 90%, 짐펜트라 매출 목표의 90% 달성을 요구한다”며 “목표를 이루지 못할 경우 명확한 책임 방안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시장 신뢰 회복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이 3분기 시장 추정치를 소폭 밑도는 실적을 냈다”며 “향후 실적 가시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