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이 메모리반도체 시장 판도 바꿨다, "공급사가 업황 주도권 확보" 분석

▲ 인공지능(AI) 열풍이 메모리반도체 시장 판도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공급사 중심으로 바꿔내는 변화를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마이크론 12단 HBM3E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마이크론을 비롯한 메모리반도체 제조사가 그동안 업황 변동 리스크를 안고 있었지만 인공지능(AI) 시대에는 입지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공지능 반도체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품절 사태를 겪고 일반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도 급증하며 공급사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위치에 서게 됐기 때문이다.

투자전문지 인베스팅닷컴은 16일 “한때 사상 최악의 반도체 업황 침체기를 겪었던 마이크론이 이제는 강력한 상승 사이클에 올라탔다”는 분석을 전했다.

생성형 인공지능 열풍으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며 HBM과 같은 주요 반도체의 공급 부족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내년까지 생산이 계획된 HBM 물량이 모두 고객사에 예약되었다고 밝히며 빅테크 기업들의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인베스팅닷컴은 이러한 인공지능 열풍이 메모리반도체 시장 전반의 판도를 바꿔냈다고 평가했다.

HBM 반도체는 이제 엔비디아 ‘블랙웰’ 시리즈를 비롯한 인공지능 반도체에 필수 부품으로 자리잡았다. 고성능 D램 수요도 서버 분야를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

인공지능 서버 한 대의 메모리 사용량은 일반 서버와 비교해 5~6배에 이른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결국 D램 공급 부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쉽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증권사 바클레이스는 이러한 변화가 “투자자들이 메모리반도체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을 근본적으로 바꿔내고 있다”는 관측을 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최대 사업인 메모리반도체는 수요와 공급 상황에 따라 업황이 수시로 변동하며 실적 안정성이 다소 낮다는 특징을 띠고 있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제조사들의 실적과 주가도 반도체 업황 변화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결국 주가 저평가를 이끄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인공지능 시대에는 공급사들이 대응하기 어려울 정도의 메모리반도체 수요 강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상황이 달라질 공산이 크다.

인베스팅닷컴은 결국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이 인공지능 인프라에 필수적 역할을 담당하는 기업들로 자리잡으며 사업 모델이 한 단계 진화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인공지능 기술 발전이 주도한 ‘AI 하드웨어 슈퍼사이클’에 메모리 제조사들이 온전한 수혜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인베스팅닷컴은 결국 마이크론과 같은 기업이 “업황 변화 사이클에 반응하는 기업이 아니라 스스로 시장 상황을 주도해 나가는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이 업황 변동에 영향을 받으며 공급을 조절하는 등 수동적으로 대응하던 과거 상황에서 벗어나 시장 주도권을 쥐게 되었다는 의미다.

인베스팅닷컴은 인공지능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미래가 결국 마이크론과 같은 공급사의 움직임에 따라 만들어지며 수혜폭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