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쿠팡이츠가 수수료 인하를 뼈대로 하는 상생요금제를 배달의민족보다 한 달가량 늦게 시행하는 것을 놓고 다양한 말이 나오고 있다.

한창 기세가 좋은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 조금이라도 수수료 수익을 더 챙기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의구심 섞인 시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쿠팡이츠 배민보다 '수수료 인하' 늦게 시행, 배경 두고 업계 설왕설래

▲ 쿠팡이츠가 상생요금제 도입 시기를 배달의민족보다 한 달가량 늦은 4월1일에 도입하는 것을 놓고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쿠팡이츠>


19일 외식 자영업자와 배달앱 업계 등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쿠팡이츠가 4월1일부터 상생요금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이해하기 어려운 판단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배달앱 1위 사업자인 배달의민족은 당장 26일부터 상생요금제를 시행한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이미 이런 내용을 지난달 22일 발표했다.

쿠팡이츠는 이보다 한 달가량 늦게 상생요금제 시행을 공지했는데 도입 시점 역시 배달의민족보다 한 달 이상 늦다.

쿠팡이츠가 상생요금제의 세부 내용을 조정하느라 도입 시점이 미뤄진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츠가 18일 입점 자영업자에게 안내한 상생요금제 내용은 우아한형제들이 1월22일 내놓은 것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애초 각 배달앱의 상생요금제는 가이드라인이 있었다. 정부와 배달플랫폼,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한국외식산업협회 등으로 구성된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는 지난해 11월14일 중개수수료를 기존 9.8%에서 각 입점업체별 매출에 따라 최소 2.0%포인트에서 최대 7.8%포인트에서 낮추는 상생안을 만들었다.

우아한형제들이 도입하기로 한 상생요금제와 쿠팡이츠가 도입하기로 한 상생요금제 모두 이 상생안을 기본으로 한다. 두 플랫폼은 상생안에 아무것도 더하거나 빼지 않았다.

그럼에도 쿠팡이츠가 우아한형제들보다 더 늦게 상생요금제를 도입하는 것은 상생협의체의 취지에서 벗어나는 판단 아니냐는 반응이 일부 외식업자에게서 나온다.

자영업자들이 소식을 공유하는 한 커뮤니티에는 “배달의민족만 이용하다가 쿠팡이츠에서 주문이 늘어난다는 얘기를 듣고 입점을 고려하고 있었는데 쿠팡이츠가 배달의민족보다 한 달이나 늦게 수수료를 인하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생각이 많아졌다”며 “입점업주와 상생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쿠팡이츠가 쿠팡의 유료멤버십인 와우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무료배달을 시행하면서 배달앱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려왔던 만큼 굳이 상생요금제 도입에 서두를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이미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쿠팡이츠가 배달의민족을 제쳤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중개수수료 관련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상생요금제 도입 시기를 최대한 늦췄다는 것이다.

쿠팡이츠가 애초 상생협의체에 참석할 때부터 상생안 도출에 협조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 때부터 수수료 인하에 소극적이었다고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쿠팡이츠는 상생협의체 첫 회의가 열린 뒤 3달이나 지난 지난해 10월 말 8차 회의에서야 수수료율을 기존 9.8%에서 5%로 내리는 방안을 내놨다. 현행 상생안의 핵심인 차등 수수료율을 언급한 것은 이보다도 2주가량 흐른 뒤였다.
 
쿠팡이츠 배민보다 '수수료 인하' 늦게 시행, 배경 두고 업계 설왕설래

▲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지난해 열린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를 통해 수수료 인하를 뼈대로 하는 요금제 도입에 합의했다. <연합뉴스>


배달의민족이 지난해 10월 초 열린 상생협의체 6차 회의에서 차등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보다도 한참 뒤다. 쿠팡이츠의 뒤늦은 상생안 제시 탓에 상생협의체 타결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후일담도 있었다.

상생협의체에 참석했던 관계자 사이에서 사실상 쿠팡이츠가 수수료 인하에 적극적이지 않고 정부 눈치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던 이유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1월 말 상생협의체에서 최종 상생안이 만들어지긴 했지만 이후 비상계엄 사태 등으로 상생안이 유야무야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 정부가 개입해 상생안을 만들었지만 정부가 주도권을 가지고 배달 플랫폼에 수수료 인하를 강제하기 힘든 상황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쿠팡이츠가 정치권과 시장의 반응을 지켜보다가 뒤늦게 상생요금제를 도입하기로 해 시점이 늦어진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온다.

쿠팡이츠는 이런 반응들과 관련해 무리한 해석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상생요금제 내용은 상생안과 동일하지만 업주들에게 수수료 인하를 제공하는 방식이 배달의민족과 다른 환급 방식인데다 매출로 입점업체 기준을 나누는 방식도 달라 이와 관련한 개발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배달의민족은 배달 시장에 집중하지만 쿠팡이츠는 쿠팡의 한 사업부에 불과하기 때문에 인력 규모가 달라 상생요금제 관련 시스템을 만드는 데 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측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