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유명섭 에어프레미아 대표이사가 내년 퀀텀 점프를 위한 기반을 착실히 다져가고 있다. 

국내 양대 대형항공사 통합에 따른 시장개편 여파가 저비용항공사(LCC)들에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에어프레미아는 미주 노선의 대체 항공사로서 존재감이 부각되며 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어프레미아 항공업 개편 수혜자 부각, 유명섭 하이브리드 전략 결실 눈앞 

▲ 유명섭 에어프레미아 대표이사(사진)가 항공산업의 재편 과정에서 퀀텀 점프를 위한 기반을 착실히 다져가고 있다. 사진은 유 대표가 2023년 6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4일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에어프레미아 국제선 취항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에어프레미아>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뒤따라 통합 저비용항공사(LCC)가 출범하면 다른 저비용항공사들의 시장 입지는 일정 부분 약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 아래 진에어, 아시아나항공 아래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통합되면 다른 저비용항공사들을 압도하는 규모로 커진다.

국토교통부 항공기술정보시스템에 등록된 회사별 항공기 수를 보면 진에어 30대, 에어부산 21대, 에어서울 6대다. 이들이 단순 통합되면 기단규모 57대를 보유한 대형 저비용항공사가 탄생하게 된다. 

기단 규모에서 기존 1, 2위 저비용항공사인 제주항공(41대)과 티웨이항공(38대)을 크게 앞선다. 이들 상위권 저비용항공사들로서는 통합 저비용항공사 등장에 대비해 경쟁력과 시장 지위를 지킬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 된 것이다. 

후발주자들 역시 시장 상황을 주시하며 생존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항공업에서 상위권 경쟁사들 사이 규모를 키우는 경쟁이 벌어지면 후발주자들의 입지도 위축될 수 있다.

다만 에어프레미아는 하이브리드 항공사라는 특유의 위치선정 전략에 따라 시장 개편의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시선이 떠오르고 있다. 

신생 항공사들은 중장기 노선을 중심으로 저비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저비용항공사 모델로 항공업 문을 두드리고 있는 반면 에어프레미아는 대형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의 장점을 각각 취사선택해 소비자들에게 대안을 마련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어프레미아는 대형항공사 수준의 프리미엄서비스를 제공하되 불필요한 거품 등을 과감히 빼는 방식으로 요금을 저비용항공사와 비슷한 수준에 책정하고 있다. 일반적 저비용항공사와 달리 장거리 노선도 운항하고 있다.

유명섭 대표이사는 에어프레미아에 2021년 합류한 뒤 이런 하이브리드 전략을 안착하는 데 주력했다.

유 대표는 대표이사 취임 직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저비용항공사가 아니다”라며 하이브리드 항공사로서 정체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전략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입증된 것으로 평가된다. 에어프레미아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185억 원을 냈는데 이는 다른 후발주자들이 흑자 전환에 실패했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본격화하는 내년부터는 중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외형 확대에 속도를 붙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미주 노선을 운영하는 국적항공사는 에어프레미아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3곳이었는데 양대 항공사가 통합하면 국적 항공사 가운데 두 곳만 미주 노선을 운항하게 된다.

북미 지역을 여행하며 국적 항공기를 타고 싶지만 대형항공사의 운임이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에게 에어프레미아가 대안으로서 선택받을 여지가 많다.

대한항공은 미국 경쟁당국인 법무부(DOJ)로부터 아시아나항공과 기업결합 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미주 노선의 경쟁제한 요소를 해소하기 위해 에어프레미아에 미국 5개 노선(로스앤젤레스, 뉴욕,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호놀룰루) 운항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계획을 법무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프레미아 항공업 개편 수혜자 부각, 유명섭 하이브리드 전략 결실 눈앞 

▲ 에어프레미아 B787-9 드림라이너 항공기. <에어프레미아>


유 대표로서는 에어프레미아를 미주 노선 운항 2곳 중 하나인 항공사로서 자리매김하게 할 기회를 맞은 셈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에어프레미아에 대한 운항지원 계획의 세부적 내용을 묻는 질문에는 “구체적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고 대답했다. 

유 대표는 항공산업 재편을 계기로 내년 본격 성장의 전환점을 마련할 준비를 하고 있다. 

기단 규모도 현재 항공기 5대에서 내년 9대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에어프레미아는 글로벌 항공기 임차(리스) 회사 피치월트사로부터 보잉 787-9 4대를 도입하기로 한 상태다. 

항공기 4대는 올해 말부터 내년 3분기까지 차례대로 인도되며 미주와 동남아시아 신규 노선에 투입된다.  

에어프레미아는 올해 6월 예비엔진 1기를 구매한 데 이어 추가 엔진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비상 상황에 대응할 여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에어프레미아는 운항지연 탓에 국토교통부의 특별 점검대상이 되기도 했는데 엔진 이상이 운항지연의 원인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에어프레미아가 지배구조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는 점이 유 대표가 가진 불안요인 가운데 하나다.

현재 에어프레미아 최대 주주는 AP홀딩스로 우호지분까지 합치면 지분율이 46.0%다. 그런데 대명소노그룹이 최근 에어프레미아를 투자 대상으로 한 투자목적회사(SPC) 지분 50%를 인수해 에어프레미아 지분 일부에 대한 권한을 확보한 상황이다. 향후 경영권 분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경영권 변동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유 대표 역시 전문경영인으로서 회사 지배구조상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다만 지배구조와 무관하게 에어프레미아의 사업전략과 유 대표 중심의 경영체제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유 대표가 2021년 대표에 오른 뒤 지배구조 변동 상황에서 줄곧 자리를 지켜온 데다 경영성과도 좋기 때문이다. 항공업 특성상 수장 교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사정도 있다. 

다른 저비용항공사 최고경영자(CEO)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양대 항공사 출신으로 항공업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 대다수다. 

유 대표는 대한항공에 입사해 독일·동유럽지점장, 영업기획팀장을 지내다 제주항공으로 옮겨 영업본부장, 커머셜본부장 등을 거친 항공업 전문가다. 대형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를 두루 경험했다는 점도 하이브리드 항공사를 표방하는 에어프레미아를 경영하는 데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따라 기존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하던 미주 노선이 빠지게 되면 대체 항공사가 될 수 있는 곳은 현실적으로 에어프레미아밖에 없다”며 “에어프레미아에는 긍정적 환경이 펼쳐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