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롯데케미칼을 둘러싼 '유동성 위기설'이 회사 측 진화로 일단 수그러들었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중국의 석유화학산업 자급기조에 따른 대규모 설비 증설, 중동 등 정유사들의 석유화학 사업 진출 등에 따른 글로벌 석유화학 제품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롯데케미칼의 석유화학 사업이 여전히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유동성 위기설' 진화에도 불안한 롯데케미칼, 이훈기 사업 구조개편 '주마가편'

▲ 롯데케미칼을 둘러싼 '유동성 위기설'이 한풀 수그러들었지만, 여전히 시장에선 우려의 시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이훈기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지난 7월 발표한 사업구조 개편 성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헬스케어 > 


롯데케미칼은 앞서 석유화학 설비 증설 대열에 합류, 인도네시아에서 5조 원이 넘는 대규모 설비 투자 ‘라인(LINE) 프로젝트가’를 가동 중이며, 내년 상업가동을 앞두고 있다. 석유화학 업황 악화가 수년 간 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추가 생산공장 가동에 따른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석유화학 사업 유동화 등 구조개편과 함께 신사업 추진으로 수익성을 높여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19일 석유화학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세계 석유화학제품 생산설비의 누적된 증설과 향후 투자 계획을 감안하면 업계의 자발적 생산 감축 노력 없이는 업황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세계 에틸렌 생산능력은 2024년부터 연평균 500~600만 톤 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2026년부터는 중동 정유사들의 석유화학 설비 도입이 예정돼 있기도 하다.

2020년대 들어 중국의 석유화학 자급기조에 따른 증설로 세계 에틸렌 생산능력이 △2022년 2억605만 톤 △2023년 2억1622만 톤 △2024년 3분기 2억2587만 톤으로 연평균 1천만 톤씩 증가하며, 공급 과잉은 더 확산할 전망이다.

석유화학 전문 분석기업 ICIS는 연간 에틸렌 수요가 3%씩 증가한다고 가정했을 때, 2028년 적정한 수준의 세계 에틸렌 생산능력을 갖추려면 현재 세계 곳곳에서 계획된 증설 투자의 90%를 자발적으로 취소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석유화학 업계는 설비과잉에 따른 업황 악화로 너나할 것 없이 실적부진에 빠졌고, 국내 화학기업 가운데서도 기초화학 사업 비중이 높은 롯데케미칼 타격이 컸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 영업손실 7626억 원, 2023년 영업손실 3477억 원 적자를 냈다. 올해도 3분기까지 영업손실 6600억 원을 내면서 실적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회사가 인도네시아에 대규모 에틸렌 생산설비를 구축하는 ‘라인(LINE)’ 프로젝트를 내년 상업 가동할 예정이라는 점이다. 라인프로젝트 설비의 생산능력은 에틸렌 100만 톤, 프로필렌 52만 톤, 폴리프로필렌 250만 톤, 부다디엔 14만 톤, 벤젠·톨루엔·자일렌(BTX) 40만 등이다. 

일각에서는 업황 개선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회사가 5조4천억 원 가량을 투자한 설비가 기대한 수익을 내지 못하면,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실제 롯데케미칼의 일진머티리얼즈(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 라인 프로젝트 등에 투자에 따라 연결기준 차입금은 2021년 6조8천억 원, 2022년 8조5천억 원, 2023년 9조2천억 원 등으로 매년 상승 추세를 기록했다. 

롯데그룹 측이 유동성 위기설과 관련해 지난 18일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최초 유포자에 대해 강경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위기설이 한 풀 꺾였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의 사업 전망을 향한 의구심까지는 씻어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석유화학 사업 관련 자산을 매각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한편 부진한 기초화학 부분 사업 비중을 낮추는 대신 수소에너지, 전지소재, 정밀화학 등 신사업을 키우는 사업구조 개편 작업을 지난 7월부터 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정말화학 사업을 맡고 있는 계열사 롯데정밀화학은 높은 수익성이 기대되는 셀룰로오스 제품군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배양육·대체육 등 대체소재, 태양광 바인더 등 신제품을 연구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동성 위기설' 진화에도 불안한 롯데케미칼, 이훈기 사업 구조개편 '주마가편'

▲ 롯데케미칼은 기존 60% 이상의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기초화확 사업의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정밀화학, 전지재료, 수소 에너지 사업을 각각 육성 중이라고 밝혔다. (왼쪽부터) 롯데정밀화학의 식의약용 소재 '셀룰로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2차전지 음극소재 동박, 롯데SK에너루트의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 '울산 2호'. <각사>

또 내년 말까지 790억 원을 투자해 식의약품 소재로 쓰이는 ‘셀룰로오스’ 생산능력을 기존 1만3천톤에서 1만9천톤으로 늘리는 증설을 진행 중이며, 올해 3분기 말 투자 규모는 143억 원으로 전체 계획의 2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전지재료 사업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동박사업과 롯데인프라셀의 알루미늄박 사업 모두 해외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현재 6천억 원 규모의 말레이시아 현지 동박공장 투자를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올해 준공한 5·6공장의 경우 5공장은 올해 말 가동하고,, 6공장은 내년도 물량 확보 시 가동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일부 사업 확장 계획에 제동을 걸렸다. 말레이시아 7·8공장은 준공시기를 2028년으로 미뤘으며, 스페인에서 5600억 원을 투입해 연산 3만 톤의 설비를 갖추기로 했지만 시기를 2년 늦추고, 올해 투자액도 줄였다. 

롯데인프라셀은 해외 생산능력 확대에 맞춰 지난 7월 독일 콘스텔리움과 협약을 맺고 2031년까지 헝가리 현지공장에 양극박 원재료인 알루미늄을 납품받기로 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회사는 지난해 연간 7천 톤 규모의 양극박 해외생산 능력을 2025년 1만5천 톤(헝가리 1만5천톤), 2027년 7만2천 톤(미국 3만6천 톤, 헝가리 3만6천 톤)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수소 에너지 사업과 관련해선 수소충전소, 수소연료전지 발전 등에서 곧 가시적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회사 측은 주장했다.

롯데케미칼과 SK가스의 합작법인 롯데SK에너루트는 지난해 20메가와트(MW )1건에 이어 올해 4건의 58MW 규모의 수소연료전지 발전 사업을 수주하며, 사업 확대에 속도가 붙고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오는 28일 합작법인이 실시하는 유상증자에 롯데케미칼은 약 300억 원을 출자할 예정이다. 현재 롯데케미칼 울산공장 부지에 조성 중인 ‘울산 2호’는 내년 가동을 시작한다. 

또 롯데케미칼-SK가스-에어리퀴드 3자 합작법인인 롯데에어리퀴드에너하이는 충남 서산에 위치한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부지에 고압기체 수소 출하센터를 내년 3분기 완공을 목표로 건립 중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