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새 LCC 에어프레미아 승부처 국제선, 유명섭 '한 걸음도 천리 길부터'

▲ 유명섭 에어프레미아 대표이사가 장거리 국제선 중심의 노선 전략을 발표했다. 14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에어프레미아 국제선 취항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유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에어프레미아는 100억 원 규모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운항 시작에 신규투자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2024년에는 이익으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저비용항공사들이 최대 분기실적을 달성하며 연간 흑자전환을 노리는 상황에서도 유명섭 에어프레미아 대표이사의 목소리에서 서두르는 기색은 없었다. 

14일 에어프레미아의 국제선 취항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는 그동안의 성과와 중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한 노선확대 전략이 발표됐다. 

기자간담회장 한 켠에 마련된 테이블에는 에어프레미아의 주요 경영진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30만9447명’. 에어프레미아의 국제선(2022년 7월~2023년 5월)의 이용객 수가 발표됐다.

승객 수로만 따져봤을 때 에어프레미아의 성과는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등 국내 주요 저비용항공사들의 월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에어프레미아의 주요 경영진들에게서 실망하는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신생항공사로서 겪었던 시행착오, 관계당국의 까다로운 규제 기준, 낮은 소비자 인지도 등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 에어프레미아의 국제선 운항능력을 증명해 냈다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현장] 새 LCC 에어프레미아 승부처 국제선, 유명섭 '한 걸음도 천리 길부터'

▲ 금창현 에어프레미아 여객사업본부장 전무가 에어프레미아의 국제선 운송 실적을 소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유명섭 에어프레미아 대표이사도 이 점을 언급했다. 

유 대표는 “에어프레미아가 2019년 면허를 발급받으면서 신생항공사가 장거리 국제선을 잘 운항할지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며 “에어프레미아는 신생항공사이지만 조종사, 승무원, 조업직원, 지상직 등 모든 직원은 풍부한 경험을 가졌고 운항능력을 증명해냈다”고 말했다.

이윽고 에어프레미아의 중장기 전략이 발표됐다. 

올해 B787-9 드림라이너 기종으로 5호기까지 도입을 만료하고 내년에도 동일 기종 4대를 추가 도입한다는 구상이었다. 중장기 전략에 따르면 2030년까지 에어프레미아는 총 20대의 기체를 운용하게 된다.

B787-9 드림라이너를 도입하는 의도는 명확하다. 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기체로 기단을 꾸려 미주·유럽 등의 노선에 추가 취항을 노리는 것이다.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합병하기 위해서 미주·유럽 노선에서 보유 중인 슬롯(특정시간대에 공항에 이착륙할 수 있는 권리)을 내놓을 것으로 본다. 유 대표는 이를 노선 확대의 계기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에어프레미아는 현재 장거리 노선 취항지 후보로 △프랑크푸르트 △파리 △로마 △바르셀로나 △시애틀 △하와이 등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경쟁당국들은 인수합병 이후 해당 노선들에서 독과점 발생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유 대표는 “에어프레미아는 미주·유럽 노선에 대한 진입의지가 강하다”며 “로펌을 통해 진입과 관련한 의향서를 전달한 상태이다”고 말했다.

이어서 “물론 두 항공사의 인수합병 승인여부와 상관없이 에어프레미아는 장거리 국제선 운항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에어프레미아가 2017년 출범부터 장거리 국제선 노선에 주력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장거리 노선은 일반적으로 승객 1인당 매출이 높아 항공사의 수익성에 크게 기여한다, 또한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이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노선에서 후발주자로 참여하기는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

에어프레미아의 장거리 중심의 노선 전략은 ‘신생 LCC 3사’ 가운데 에어프레미아가 가장 먼저 두각을 내게 된 원동력으로 여겨진다.

2019년 에어프레미아와 함께 국제항공운송면허를 받급받은 플라이강원은 지난달 23일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에어로케이는 다음 달 첫 국제선 운항(청주~오사카)을 시작한다. 반면 에어프레미아는 현재 10개 도시에 취항하면서 먼저 시장에 자리를 잡은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추가 노선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도 본다. 

항공기 제조사의 공급 대수가 항공사들의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국내 항공사들의 기체 도입 계획이 지연되고 있다. 또한 공항의 지상 조업인력이 확보되지 않으면서 항공기 좌석 공급이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에어프레미아가 매각이 추진되고 있어 경영진 교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의 대주주는 사모펀드인 JC파트너스이다. 현재 JC파트너스는 에어프레미아 사외이사인 문보국 마일스톤벤처스 대표이사와 경영권 매각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유 대표는 이날 “경영권이 넘어가도 기존 임직원 구성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며 계속해서 장거리 노선 중심의 경영전략을 이어갈 의지를 내비쳤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