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3-01-19 14:5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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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부와 노동계의 관계가 더욱 얼어붙고 있다. 집권 2년차 정부 노정관계가 이전 정부 집권 2년차와 판이하게 달라진 것으로 파악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연말부터 ‘노동개혁’을 강조해왔는데 노조에 대한 수사가 출발점이 되는 모양새다. 양대 노총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이며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 윤석열정부와 노동조합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며 노정관계가 악화되고 있다. 민주노총이 1월19일 윤석열 정권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양대 노총은 윤석열정부의 노동정책은 물론 수사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노정갈등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찰청은 강력범죄수사대는 19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사무실 8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건설현장 불법행위와 관련 있다고 보고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최근 들어 노조를 향한 전방위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전날 국정원은 경찰청과 함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같은 날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공정위의 현장 조사를 방해하고 기피했다는 이유로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더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12일 노조회계 공시시스템 추진의사를 밝히며 노조의 재정운영문제를 파고들기도 했다.
노조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압수수색을 비판하고 강도 높은 대응을 펼치겠다며 5월1일 노동절 총궐기와 7월 총파업 투쟁을 예고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날 압수수색에 관해 “경찰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민주노총을 압수수색 한 것은 정권을 향해 쓴소리를 멈추지 않는 민주노총의 입을 막기 위한 색깔 공세”라고 비판했다. 또 이날 진행된 노조 건설현장 불법행위 관련 압수수색을 두고도 “토건 자본의 이익을 위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도 전날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노동조합 회계에 큰 비리가 있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근거도 없이 노조를 부패집단으로 매도했다”며 “이번에는 공안사건까지 터뜨리며 노조를 빨갱이 집단으로 몰아가려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침 5년 전 이날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집권 2년차에 들어서면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지도부를 처음 만났던 날이라 윤석열정부의 노조강공 드라이브가 더욱 대조적으로 여겨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1월19일 청와대에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위원장을 만났다. 민주노총 위원장과 대통령이 만난 것은 11년 만이었다.
문 전 대통령과 노총 지도부의 만남 이후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참석하기로 결정하면서 2009년 8월 이후 끊겼던 노사정 대표자회의가 재개될 수 있었다.
반면 윤석열정부는 집권 2년차에 들어서 양대노총과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당분간 정부와 노조의 대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한국노총이 노사정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탈퇴하고 사회적 대화 중단을 선언하면 그 파장은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이 불참하고 있는 경사노위에서 사실상 노동계를 대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022년 7월 윤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임금체계 및 근로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노동 과제를 경사노위 내 연구회와 자문단 중심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새로 선출된 한국노총 지도부는 선거과정에서 윤석열정부의 노동정책에 강한 반감을 표출했다. 새 지도부는 2026년 1월까지 한국노총을 이끌게 돼 윤석열정부의 임기 대부분을 함께 한다.
신임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17일 당선 인사말에서 “윤석열 정권이 반(反) 노동정책과 노동개악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면 강력한 투쟁으로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재선에 성공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도 지난 11일 후보자 토론회에서 “윤석열 정권의 노동탄압 광풍이 아무리 거세도 투쟁의 의지를 꺾을 수 없다”며 “탄압에는 강한 투쟁으로 억압에는 더 큰 저항으로 투쟁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신임 김 위원장이 경사노위에 일단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경사노위도 김 위원장에게 사회적 대화를 이어가자고 제안해 갈등을 봉합할 여지는 남아있다.
김 위원장은 18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경사노위 참여에 관해 “선을 넘으면 안된다”면서도 “웬만하면 (어려움을) 감수할 것”이라고 말해 정부와 대화를 조만간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경사노위도 김 위원장 당선을 축하하며 “경사노위도 한국노총과 함께 더 많이 대화하고 더 깊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