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11번가가 사실상 강제매각 절차를 밟는다.

11번가 재무적투자자들은 매각을 통해 들어올 현금을 먼저 자신들이 확보하는 형태로 매각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11번가 최대주주인 SK스퀘어가 한 푼도 받지 못할 가능성도 떠오른다.
 
11번가 재무적투자자 주도로 사실상 강제매각, 가격은 5천억 규모 거론

▲ 11번가가 강제매각 절차에 들어간다.


8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11번가 재무적투자자인 나일홀딩스컨소시엄은 최근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삼성KPMG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

주관사들은 국내외 몇 전략적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일홀딩스컨소시엄은 국민연금공단과 새마을금고, 사모펀드운용사인 에이치앤큐코리아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다. 2018년 11번가에 5천억 원을 투자해 지분 18.18%를 확보하고 있다.

이들이 최대주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11번가 매각을 진행하는 이유는 SK스퀘어의 콜옵션 행사 포기 때문이다.

나일홀딩스컨소시엄은 2018년 11번가에 투자할 때 5년 안에 기업공개를 성사하지 않으면 SK스퀘어가 재무적투자자의 지분을 다시 사들이도록 하는 콜옵션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SK스퀘어가 2023년 11월 재무적투자자의 지분을 사들이는 권리를 최종 포기하면서 결국 재무적투자자 주도로 매각을 진행하게 됐다.

매각 대상은 나일홀딩스컨소시엄이 보유한 지분뿐 아니라 SK스퀘어가 보유한 11번가 지분을 모두 포함한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 약정에 따르면 나일홀딩스컨소시엄은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포기한다면 SK스퀘어의 11번가 보유 지분까지 한꺼번에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도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각 희망 가격은 5천억~6천억 원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무적투자자들이 사실상 원금에 이자만 더한 가격을 받고 11번가 투자에서 손을 떼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매각은 재무적투자자들이 자금을 먼저 회수하는 ‘워터폴’ 방식이기도 하다. 매각 가격이 맞으면 이후 돈을 받을 때 재무적투자자들부터 자금을 수령하게 된다는 뜻이다.

워터폴 방식대로 매각이 이뤄지면 이들이 투자 원금을 모두 회수한 뒤 나머지 금액을 SK스퀘어가 받게 되는데 나인홀딩스컨소시엄이 기대하는 가격대로 매각이 진행되면 SK스퀘어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사실상 없을 가능성이 높다.

재무적투자자들이 SK스퀘어측 지분을 전부 내다팔지 않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 원매자들이 향후 SK그룹의 도움을 감안해 SK측 몫을 일부 남긴 채로 지분을 인수하는 그림을 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1번가가 사실상 강제매각 절차에 들어가면서 누가 11번가를 품에 안을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아마존과 중국 알리바바,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를 운영하는 큐텐 등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