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실적 발표에서 '메모리반도체 비용' 주목,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수혜 더 커진다

▲ 엔비디아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공개되는 메모리반도체 구매 약정 금액이 향후 업황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로 주목받고 있다. 엔비디아 미국 캘리포니아 본사.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엔비디아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앞두고 시장의 관심이 이 회사의 공급망 투자 비용에 집중되고 있다. 이는 메모리반도체 업황과 직결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대형 고객사들이 선제적 메모리 물량 확보에 더 공격적으로 나서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더 강력한 ‘특수’가 이어질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 엔비디아, 메모리반도체 물량 ‘사재기’ 나섰다

1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엔비디아의 막대한 자금력은 지금과 같은 시기에 더욱 큰 장점”이라며 “메모리반도체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현재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큰 손’으로 꼽힌다.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비롯한 부품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성능 향상에 필수로 쓰이기 때문이다.

2월 말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엔비디아는 공급 협력사들과 952억 달러(약 143조 원)에 이르는 구매 약정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3개월 전과 비교해 약 89% 늘어난 수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메모리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부품의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을 배경으로 분석했다. 엔비디아가 선제적으로 재고 확보에 나서며 비용이 크게 증가했다는 의미다.

엔비디아는 앞으로 몇 개 분기에 걸쳐 이어질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협력사들의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향후 인공지능 반도체 경쟁사들과 메모리 물량 확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가능성을 반영해 엔비디아의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사재기’에 나선 셈이다.
 
엔비디아 실적 발표에서 '메모리반도체 비용' 주목,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수혜 더 커진다

▲ 엔비디아의 자체 회계연도 분기별 구매 약정 규모. <챗GPT 제작>

◆ 메모리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에 기름 붓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엔비디아와 같은 기업의 구매 약정 규모는 증권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교적 크게 주목받지 않는 지표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미 설정된 구매 약정 금액만 따져도 엔비디아가 이번 회계연도에 벌어들일 잉여 현금흐름 예상치의 절반을 웃돈다며 이는 적지 않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경쟁사들도 이미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브로드컴은 3월 콘퍼런스콜에서 인공지능 반도체 매출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공급망을 확보했다는 점을 주요 성과로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AMD도 최근 1분기 실적 발표 보고서에서 내년까지 적용되는 구매 약정 규모를 210억 달러(약 31조 원)로 발표했다. 3개월 전과 비교해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한 수치다.

주요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들의 구매 약정 금액 급증은 메모리반도체 업황을 선반영한다. 이들이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물량이 늘어날수록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더욱 심화될 공산이 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엔비디아와 같은 기업이 막대한 자금으로 메모리반도체 공급망을 선점할 수 있어 비교적 유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감당할 수 없는 기업들은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 국면에서 결국 불공정하고 불리한 환경에 처할 수밖에 없어 더 치열한 물량 확보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엔비디아 실적 발표에서 '메모리반도체 비용' 주목,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수혜 더 커진다

▲ SK하이닉스 인공지능 메모리반도체 전시장 홍보용 사진. < SK하이닉스 >

◆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공지능 ‘특수’ 더 커진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고성능 인공지능 메모리반도체 공급망을 과점하고 있는 기업들에 더 큰 수혜로 돌아가게 된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소수 고객사의 선제적 물량 확보는 장기 계약으로 이어져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이 중장기 실적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는 대량의 메모리를 미리 사들이기 어려운 고객사들이 뒤늦게 높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공급망을 확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어져 가격 상승세에 더 힘을 보탤 수도 있다.

엔비디아와 AMD, 브로드컴 등 대형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의 물량 사재기 효과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제조사들에 더 큰 ‘특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결국 엔비디아가 곧 개최할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시장의 관심은 메모리반도체를 비롯한 부품 구매 약정 규모에 더욱 집중될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메모리반도체 호황기 효과가 얼마나 강력하게, 또 얼마나 오래 이어질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도 메모리반도체 공급이 단기간에 늘어날 수는 없다”며 “공장 하나를 신설하고 가동하기까지 수 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전했다.

인공지능 시장 성장이 촉발한 메모리반도체 품귀 현상과 가격 상승세가 오랜 기간에 걸쳐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엔비디아는 현지시각으로 5월20일 콘퍼런스콜을 열고 4월26일 마감한 자체 회계연도 2027년 1분기 실적 및 사업 계획을 발표한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