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G가 궐련형 전자담배 '릴'의 첫 해외 독자 진출 무대로 아시아태평양과 유라시아 권역을 살펴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두 권역은 릴의 직접 진출을 시도하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역으로 꼽힌다. 아시아태평양은 KT&G의 해외 궐련 판매 비중이 가장 큰 지역이고 유라시아도 해외 법인의 궐련 사업 경쟁력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 사장은 그동안 글로벌 협력기업의 글로벌 판매망을 활용해 릴의 해외 진출 속도를 높이는 데 무게를 뒀는데 앞으로는 KT&G가 직접 현지 수요에 맞춰 제품과 브랜드를 운영하는 단계로 나아가는 데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담배업계 동향을 종합하면 KT&G는 올해 릴의 해외 독자 진출을 본격화한다.
KT&G 관계자는 "회사는 해외법인 관련 사업 경쟁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외에서 직접 사업에 진출할 것"이라며 "올해 안에 아태·유라시아 권역 핵심 국가에서 우선 출시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KT&G가 릴을 앞세워 해외 시장을 직접 공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KT&G의 해외 차세대 담배(NGP) 사업은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와의 전략적 제휴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KT&G는 2020년부터 PMI를 통해 릴을 해외에 판매했고 2023년에는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에서 PMI가 KT&G의 차세대 담배 제품을 15년 동안 판매하는 장기 계약도 맺었다.
이를 바탕으로 릴은 2025년 말 기준 폴란드와 이탈리아, 리투아니아, 포르투갈 등 34개 나라에 진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독자 진출까지 병행하기로 한 것은 방 사장이 릴의 해외사업을 한 단계 넓히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PMI와 협업이 글로벌 판매망을 빠르게 넓히는 수단이었다면 독자 진출은 KT&G가 직접 국가별 시장 공략과 브랜드 운영에 나설 수 있는 통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방 사장 입장에서 보면 기존 파트너십에 더해 자체 진출 카드까지 꺼내 들며 전자담배 해외사업의 선택지를 넓히는 전략에 첫 발을 내딛게 되는 셈이다.
김동필 KT&G NGP사업본부장은 7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KT&G와 PMI는 글로벌 시장 환경을 고려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보증 수량을 조정하고 가장 효율적인 사업 구조로 파트너십을 구조화했다"며 "지속적인 혁신 신제품 개발을 통해 PMI와의 협력 사업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하는 한편 직접 사업 영역 또한 확장해 나가며 글로벌 성장 모멘텀을 한층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방경만 KT&G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아시아태평양과 유라시아 권역을 시작으로 릴의 해외 독자 진출을 본격화해 글로벌 담배사업의 성장축을 전자담배로 넓히려 하고 있다. < KT&G >
KT&G의 해외 궐련 판매량은 올해 1분기 180억1천만 개비로 지난해 1분기보다 15.0% 늘었다. 같은 기간 해외 궐련 매출은 5596억 원으로 24.6% 증가했다.
담배사업 전체 판매량 가운데 해외 비중도 66.8%까지 높아졌다. 2025년 1분기보다 3.7% 늘었다.
KT&G가 릴의 해외 독자 진출을 설명하면서 궐련 사업 경쟁력을 지렛대로 삼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해외 궐련을 통해 확보한 유통망과 영업경험을 전자담배 사업으로 넓히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특히 방 사장이 직접 사업의 첫 무대로 아태와 유라시아 권역 핵심 국가를 꼽은 것도 기존 궐련 사업 기반을 활용하겠다는 전략과 맞물린다.
올해 1분기 KT&G 해외 궐련 판매량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비중은 42.8%로 가장 컸다. 이미 궐련으로 영업망을 넓혀놓은 지역부터 릴의 직접 진출을 시도해 초기 안착 가능성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해외 궐련으로 닦아놓은 판 위에 릴까지 올려 KT&G의 글로벌 담배사업을 궐련과 전자담배가 함께 끄는 구조로 확장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방 사장이 릴의 해외사업을 보폭을 넓히는 배경에는 국내시장에서 다져온 제품 경쟁력도 있다.
KT&G는 릴 솔리드와 릴 하이브리드, 릴 에이블을 각각 운영하며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플랫폼을 세분화해왔다. 연중에는 릴 하이브리드 4.0 출시와 새로운 플랫폼 추가 출시도 예고하고 있다.
릴은 지난해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아이코스와 접전을 벌인 끝에 1위 자리를 지켰다. 올해 1분기에도 스틱 기준 점유율 47.4%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보다 1.4%포인트 늘었다.
국내에서 복수 플랫폼으로 소비자 선택지를 넓히며 경쟁력을 확인한 만큼 이제는 해외에서도 직접 사업을 벌일 힘이 생긴 셈이다.
김동필 NGP사업본부장은 "일부 국가를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에서 '릴 하이브리드'와 '릴 에이블' 플랫폼에 대한 자체 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