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파운드리에 '트럼프 지원 효과' 결실 맺는다, 삼성전자는 경쟁에 부담 커져

▲ 미국 트럼프 정부가 인텔에 대규모 보조금을 제공한 데 이어 애플을 비롯한 고객사 수주도 직접 지원하는 정황이 파악됐다. 삼성전자가 첨단 파운드리 시장에서 경쟁에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 인텔 반도체와 미국 성조기 이미지.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인텔이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에서 잇따라 대형 고객사와 협력 성과를 거둔 배경은 결국 미국 트럼프 정부의 적극적 지원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정부가 인텔에 지분을 투자하며 자금을 지원한 데 이어 수주 확보에도 적극 개입하며 삼성전자가 첨단 파운드리 시장에서 입지를 지켜내기 더 불리해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인텔이 트럼프 정부의 ‘구호’를 받아 컴백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는 인텔 주주들뿐 아니라 미국에도 긍정적 신호”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인텔에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기는 데 합의했다. 미국 정부가 이 과정에서 직접 영업사원 역할을 자처하며 거래를 이끌어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직접 팀 쿡 애플 CEO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겸 스페이스X CEO를 만나 인텔 파운드리 활용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애플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백악관에 초청해 인텔과 협업을 요청할 만큼 적극적으로 압박에 나서며 협력을 이끈 것으로 파악됐다.

인텔은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 ‘테라팹’ 건설 프로젝트에 정식으로 합류한다. 엔비디아도 지난해 인텔 지분 매입을 비롯한 협업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인텔 지분 약 10%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90억 달러(약 13조2600억 원) 상당의 보조금을 제공했다.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기술을 삼성전자나 대만 TSMC 등 해외 기업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정책적 기조를 반영해 적극적으로 인텔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인텔 파운드리 사업에 최대 약점으로 꼽히던 대형 고객사 수주도 미국 정부가 직접 나서 해결하는 역할을 맡으며 상황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인텔은 그동안 삼성전자 및 TSMC에 큰 차이로 뒤처지고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많은 변화가 이뤄지면서 부활의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파운드리 최대 협력사인 TSMC 이외에 삼성전자나 인텔에도 고성능 프로세서 위탁생산을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정부가 애플에 인텔과 협력을 적극 밀어붙여 성사시킨 만큼 삼성전자가 수주 기회를 거둘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인텔 파운드리에 '트럼프 지원 효과' 결실 맺는다, 삼성전자는 경쟁에 부담 커져

▲ 인텔의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 공장 건설현장. <인텔>

인텔은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를 대부분 미국에서 생산해 자급체제 구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파운드리 사업에 차별화 요소로 앞세우고 있다. 이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일치한다.

삼성전자도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서 2027년부터 최신 2나노 공정으로 테슬라 ‘AI6’ 반도체를 비롯한 제품을 위탁생산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해당 공장에서 다른 고객사 물량 수주 소식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반면 인텔은 애플과 엔비디아, 테슬라 및 스페이스X와 협력을 확정지으며 미국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받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파운드리 경쟁에서 더 유리한 위치에 놓일 공산이 크다.

조사기관 크리에이티브스트래티지는 CNBC에 “애플은 인텔이 내년부터 양산 확대를 추진하는 18AP 공정에 반도체 생산을 맡길 것으로 보인다”며 “인텔은 TSMC를 대체할 유일한 2차 반도체 협력사로 자리잡을 만한 생산 능력을 갖춰낼 것”이라는 예측을 전했다.

크리에이티브스트래티지는 TSMC의 파운드리 물량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만큼 애플의 물량이 인텔에 일부 넘어가도 큰 영향은 받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삼성전자는 대형 고객사 신규 수주가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핵심이었던 만큼 인텔의 빠른 성장으로 비교적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삼성전자가 결국 압도적 생산 능력과 기존 고객사 기반으로 첨단 파운드리 선두를 강화하는 TSMC에 이어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인텔과 동시에 경쟁해야만 하는 부담이 더욱 커진 셈이다.

특히 이번 사례는 트럼프 정부가 인텔의 반도체 수주에도 직접 개입하고 있다는 정황으로 파악되는 만큼 삼성전자가 대응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CNBC는 애플과 인텔의 파운드리 협력이 글로벌 시장 판도를 완전히 바꿔낼 수도 있는 변화라고 평가했다. 인텔이 TSMC의 진정한 경쟁사로 거듭날 기회를 잡았다는 것이다.

투자 조사기관 24/7월스트리트도 애플과 인텔의 파운드리 계약은 트럼프 정부의 가장 우수한 업적으로 자리잡을 만한 잠재력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인공지능(AI) 시장 성장이 첨단 파운드리 공급 부족 심화로 이어지고 있어 삼성전자도 결국에는 고객사 수주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크리에이티브스트래티지는 CNBC에 “인공지능 산업에 필요한 첨단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TSMC, 인텔이 전부”라며 “어떠한 기업도 수요에 완전히 대응할 만큼 빠르게 생산량을 늘릴 수 없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